그렇게 6계층으로 무사히 도착한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한 후, 거대한 격자문을 지나 눈앞의 콜로세움-암피테아트룸으로 향했다.
하늘을 바라보며 모몬가가 말했다.
“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깨끗하게 잘 만든 하늘이네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 ‘블루 플래닛’씨의 솜씨는 굉장하네.”
모몬가가 숨을 크게 들이쉬는 모습으로 한번 심호흡을 했다. 그러다가 이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글라스를 바라보고는 의문을 재기하였다.
“어라? 그러고 보니 전 해골인데 어떻게 숨을 쉬는 걸까요?”
“......뼈의 안에 공기가 돈다거나?”
“에이, 초등학교 졸업인 저도 그게 사실이 아닌 것 정도는 안다구요?”
묘하게 자신을 놀리는 듯한 말투의 모몬가를 글라스가 노려보았다. 물론 내면의 얘기이고, 외면은 그저 무표정으로 바라본 것뿐이다.
“응, 그렇지. 그런데 그렇게 치면 해골은 거.시.기.도 없잖아.”
“.....허억!”
모몬가가 그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암피테아트룸은 잠시 하스피탈아트룸으로 변했고.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인즈는 병원 침대에 누운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되지 않았습니다―
“여....여기가 어디죠..?”
“아, 나자릭 지하 대분묘요 ....안심하세요.”
“그.....글라스 씨! 아래쪽에 감각이 없으니....제가 어떻게 된 겁니까?”
아인즈의 물음에 글라스가 안색을 찌뿌리며-물론 무표정이다-얘기했다.
“어.....하필이면 종족이 언데드인 채로 변해버렸어요.”
“그건 무슨 소리죠?”
글라스는 망설이다가 자신의 소견을 입에 담았다.
“어....조금 스토리 진행 한 뒤에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아, 잘 들으세요. 선생은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성관계를 할 수가 없다...이 말이오.”
“뭐요?! 이보시오, 이보시오 글라스양반-!!”
현실에서의 총각 생활을 끝내지도 못한 채 자신에게 내려진 끔찍한 사형선고에 울부짖던 모몬가가 강제로 발동된 정신강제안정에 의해 제정신을 되찾아 점잖은 모습을 유지 할 수 있게 될 무렵 6층 건물에 필적하는 높이에서 한 명의 그림자가 뛰어내렸다.
두 사람의 앞에 내려선 것은 햇살과 같은 웃음을 띈 정장을 입은 오드아이의 다크엘프.
아우라 벨로 피오라였다.
“어서오세요 모몬가 님! 제가 수호하는 계층에 잘 오셨.....”
인사를 마치던 아우라가 모몬가 옆에 선 인조인간[人造人間]의 신형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정작 그 눈빛을 받는 글라스는 영문을 모른 채 긴장했다. 자신의 기본 정보를 적어 넣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다 자신하는 글라스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응? 뭐야? 뭐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지?’
“글라스 님..?”
아우라는 믿기지가 않다는 듯 글라스를 보고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모몬가와 글라스는 내색하지 않은 채 전언으로 당황을 전했다.
‘모몬가. 이게....어떻게.....된거......’
‘저저, 저도 모른다고요!’
“도.....돌아와 주신 거군요...!!”
‘‘아.’’
아우라가 한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전언으로 단 한마디 밖에 내뱉을 수가 없었다.
글라스를 보며 울먹거린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을 떠났던 지고의 존재가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였던 것이다. 아우라에게 아마 이것보다 큰 감동은 자신의 창조주인 ‘부글부글 찻주전자’가 직접 자신에게 왕림하는 것 이외엔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그런 아우라를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그래, 아우라. 이제 글라스 씨는 우리와 같이 있을 거란다.”
“그래. 떠나지 않아.”
“흑,흑.....정말 기뻐요…….기뻐서 눈물이…….”
모몬가는 그런 아우라를 따뜻하게 안아주었고, 글라스는 내심 죄책감에 휩싸였다.
진짜 ‘지고의 41인’이 아닌 내가 아우라에게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물론 나는 절대 나자릭을 떠나지 않을 셈이고, 아우라를 비롯한 모든 수호자들을 좋아하지만....결국 이들의 정보를 조작해 들어온 이방인에 불과하지 않나?
나는 오버로드 원작 소설과 위그드라실 온라인을 플레이 하는 것을 즐거워 한 거지, 나자릭의 모두와 시간을 보낸 적은 전혀 없는데.
이런 결과가 될 줄 알았다면 ‘나자릭 취직권’같은 건 쓰지 말걸.
이런 후회를 하고 있는 글라스의 눈앞에 아우라와 닮은 치마를 입고 이리저리 구부러진 검은 나무 지팡이를 든 오드아이의 다크엘프가 느린 걸음으로 걸어왔다.
마레 벨로 피오라.
아우라의 쌍둥이 남동생이었다.
“아우라....진짜 글라스 님이야?”
“그래 마레! 이제 계속 우리 곁에 계실거야!”
아우라의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를 듣자 마레가 귀여운 두 눈에서 굵은 눈망울을 쏟기 시작했다.
“으흑, 지.....진짜로..... 돌아오신 거구나...흑....!”
마레까지 눈앞에서 우는 광경을 보자 글라스는 더 이상 죄책감을 참을 수가 없어 마레를 안아 주었다. 글라스의 품 안에 안기자 마레는 이내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모몬가의 품에서 울며 패시브 스킬에 의해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아우라를 보고 글라스는 마레를 더욱 강하게 안으며 생각했다.
이 아이들을 위해 살자.
바라던 대로 나자릭의 모두와 이세계에 왔으니까.
자신이 있던 ‘현실’과는 다른 삶을 살자고.
그렇게 다짐하는 와중에 모몬가에게서 전언이 날아왔다.
‘글라스 씨. 뭔가 달콤한 냄새가 나지 않나요? 아마도 아우라의 패시브 스킬인 것 같아요...역시 알베도를 만질 때부터 생각했던 대로 같은 길드의 일원을 향한 ‘프렌들리 어택’이 허용된 것 같.....’
글라스는 자신의 감상을 방해한 모몬가에게 심술을 부리기로 결정했다.
‘모몬가. 변태 같아.’
‘어.....어째서..!’
‘알베도를 만질 때의 생각이니. 아우라의 달콤한 냄새라든지. 그래. 변태 아저씨 같아.’
‘커.....커헉!’
자신의 울적함을 해소하기 위해 글라스는 모몬가의 –유리심장[Glass Heart]-을 침몰시켰다.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저 무서운 해골의 안에서는 침울해진 채로 꿍얼대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쿡쿡대던 글라스는 자신이 안았던 마레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읽었던 소설에서의 서술도, 만화의 작화도, 움직이고 말하는 애니메이션조차 비교할 수도 없는 극상[極上]의 미모를 가진 오드아이의 다크엘프 미소녀언이 자신의 품에 안겨 울먹거리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뚝.
글라스의 이성이 끊어졌다.
‘스트라이크 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온-!!!!!!!!!!!키타아아아아아아아아-!!!!!!!!!!!!!!!!!!!!!!!!’
덕질 생활 총 20년. 자신이 꿈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애차게 찾던 미[美]의 결정체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은 글라스의 정신을 저 너머 ‘아스트랄 계[Astral side]’로 넘겨버리기에 충분했다.
‘우효오오오오오오오오-!!!!뭐지?!,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자기 귀여움에 대한 어필인가?!?!! 세상이여, 이것이 ‘귀여움’이다아아아-!!!!!!!!! 분명 세계급 아이템이 아닐까? ‘이 세상 모든 귀여움 –앙그라 마레뉴-[World Cutie]’ 라던지이이이-!!! 세상에에에에에에-!!!! 저 눈물은 분명 세계적인 부호도 전 재산을 털어야 눈물의 쪼가리라도 얻을 수 있을거야아아아아아-!!!!내가 장담 할 수 있어어어어어-!!!!! 끄어얽 뜨어아아라라가가가가가각’
‘키야아아아아, 주모~ 여기 씹덕사 하나 추가요오오오’ 등등 뇌내 마약이 분비되는 감각 -‘인조인간[人造人間]’이지만- 과 함께 글라스는 마음속에서 방방 날뛰었다.
자신을 기계의 몸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지고의 존재가 자신을 계속 무표정으로 바라보자 마레는 의문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그.....글라스 님? 제가....무슨 잘못이라도 한건가요?”
“응. 아니야. 잠깐 죽었어.”
“....??”
마레가 고개를 다시금 갸웃거리자 씹덕사 한 사발을 다시금 들이킨 클라스....아니 글라스는 이대로 계속 마레를 안고 있고 싶은 기분과 이대로는 ‘뇌가 녹아버려어어엇 마레를 몰라서 덕질 인생 20년 손해봤어요오오오오’라며 폭주할 것 같은 자신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끝에 마레를 –마음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놓아 줄 수 있었다.
마레는 아쉬운 표정으로 –여기서 다시금 글라스는 피눈물을 들이켰다- 글라스에게서 멀어졌고, 이내 모몬가가 드디어 자신의 볼일을 마레와 아우라 둘에게 말할 수 있었다.
“아우라, 마레, 지금부터 잠깐 훈련에 어울려 줄 수 있겠니?”
“후....훈련이요? 모몬가 님께서 저희와 직접...?!”
“그래, 확인해야 되는 일이 잠깐 생겨서 말이다...어때, 괜찮겠니?”
“저.....저희야 물론 영광이에요!! 그치? 마레!”
“무....물론이에요 모몬가 님!”
아우라는 폴짝폴짝 대며 자신의 기분을 숨기지 않았고, 마레는 지팡이를 꼼지락 거리며 눈을 빛냈다.
아, 이건 안 돼. 저 ‘귀여움’들은 정말 건강에 해롭다. 기계인간이 되었지만. 글라스는 둘을 보고 지나치게 행복에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자신에게도 모몬가 같은 정신안정스킬이 있었으면 하고 잠시 바랬으나, 이내 그 마음을 떨쳤다.
이런 기쁨을 억제시킨다니 그건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이미 치명적인 ‘세계 아이템-아우라 마레뉴-[Double World Cutie]’에 절여진 글라스는 연신 마음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몬가 또한 아우라와 마레의 귀여움에 헤롱헤롱하는 것을 알고 있는 글라스는 모몬가를 보며 원작을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큰 동질감을 느끼며 마법을 사용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내 주문을 외우며 스태프 오브 아인즈 울 고운으로 <원초 화염정령 소환>을 일으킨 아인즈는 둘에게 말했다.
“싸워 보겠느냐?”
“그...그래도 되요?”
아우라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일그러진 미소를 띤 채 모몬가에게 허락을 구했다. 옆의 마레도 살짝 웃는 얼굴로 기대감을 가진 채 모몬가의 말을 기다렸다.
‘.....어라?’
원작의 전개를 알고 있는 글라스는 지금의 상황에 큰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서는 마레가 아우라에게 잡혀서 억지로 싸우지 않던가?’
분명했다. 원래 마레는 싸움을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다. 뭔가 원작과 크게 틀어져 버린 점이 있는 것인가 하며 글라스가 고민을 거듭할 때. 모몬가가 전투 허가를 내림과 동시에 마레가 글라스에게 손을 흔들며 작은 소리로 힘을 내어 말했다.
“글라스 님....지켜봐 주세요..!”
아.
글라스는 다시금 벅차오르는 감동을 누를 수가 없었다.
마레는 단지 글라스에게 자신이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에게 실망하면 다시금 떠나가실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것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레 이외에 다른 계층 수호자들이 가지고 있을 마음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리라.
열심히 화염정령과 싸우는 아우라와 마레를 보며
글라스는 아까의 다짐을 마음속으로 다시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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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개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