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하다…….둘 다....아주 멋졌다.”
모몬가는 진심어린 감탄을 내뱉으며 아우라와 마레를 칭찬했다.
“고맙습니다, 모몬가 님! 이렇게 운동을 해본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저....저도요!”
두 사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있었다. 이윽고 모몬가가 인벤토리에서 ‘무한의 물병’을 꺼내어 두 사람에게 따라주었고, 두 사람은 황송한 자세로 그것을 받아 마셨다.
‘하아.....저 물통이 되고 싶다.....쪽쪽 빨아 먹힌다면 그 기분이 얼마나....헉! 내가 무슨 생각을?!’
물론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글라스는 더러운 씹덕 망상으로 이 감동스러운 장면을 마음속으로 더럽히고 있었다. 여윽시 우리 주인공이야! 상상도 못할 짓을 저질러버리지! 그 점에 전율해! 동경하게 되어버려-! 일련의 망상에서 빠져나온 글라스는 드디어 순수한 감동을 품은 눈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뒤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라스가 뒤를 돌아보자, 그림자가 문과 같은 모양새로 부풀어 올랐고, 그 문 안쪽에서 한 여자아이가 모습을 들어냈다.
칠흑색 무도회 가운. 프릴과 리본으로 장식된 볼레로 카디건. 절세의 아름다움을 가진 얼굴에 요사스러운 진홍눈 까지. 글라스가 절대 모를 리 없는 14세 정도의 여자 아이의 모습이 그 곳에 있었다.
샤르티아 블러드폴른.
나자릭의 제 3계층 수호자였다.
자, 이쯤 되면 독자 여러분도 꽤나 예상하기 쉬울 것이다. 다음 중 우리의 주인공이 취할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1. “우오오오오오오오-!!!!샤르티아아아아아-!!!!를 외치다가 경찰차를 타고 온 ‘페스토냐 쇼트케익 왕코’ 씨에게 수갑을 채워진 채 잡혀간다.
2. “우오오오오오오오-!!!!샤르티아아아아아-!!!!를 외치다가 당황한 샤르티아에게 맞아 죽는다.
3. “우오오오오오오오-!!!!샤르티아아아아아-!!!!를 외치다...“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샤르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독자 여러분께 드린 선택지가 끝나기도 전에 우리의 주인공은 행동을 개시했다!
종족특성으로 인해 절제된 언어로 자신의 욕망을 해방시키며.
달린다!
레벨 100의 인조인간[人造人間]의 신체능력을 가속하여 계속 달린다! 그 마음속에는 3화만에 소설이 ‘좋아라’에서 짤려도 괜찮을 정도의 수위를 자랑하는 씹덕 망상이 불타오르고 있다!!
“무슨 일이시와.......히익!!”
지고의 존재를 보고 잠시 멈칫한 샤르티아는 이내 그 기세를 보고 겁에 질렸다.
“알베도 이벤트, 마레에 이어서 샤르티아.....참아야 하나. 아니, 한계다. 누를 꺼다.”
물론 누르는 것은 저 가짜 가슴이 당연하다는 듯이 정해져 있다-!!!!
원작에서와 같이 아우라와 말다툼을 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아-!!
‘샤르티아! 아직 그 뽕을 누구에게도 들킨 적은 없겠지? 그걸 까발리는 건 아우라가 아냐! 이 글라스 님이시다-!!!!!’
그 다음 메차쿠챠 어떻게 할 생각인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렇게 둘까보냐-!!!!!”
“끄어어어어억.”
아무런 높낮이가 없는 비명이 글라스의 목에서 튀어나왔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글라스의 신체 능력은 레벨 100의 인조인간! 지금 이 상황에서 전혀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나자릭의 최강의 단일개체’를 제외한다면 누구보다도 빠르고 강하다! 누가 이런 최강최악의 변태를 막을 수 있었단 말인가!
그 이름은 모몬가!
진심으로 계층 수호자, 아니 나자릭의 NPC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는 그는 글라스가 알베도를 부추기던 그 시점부터 그녀가 지닌 이상성[異象性]을 눈치 채고 샤르티아를 덮치려던 그녀에게 [늑골의 속박 Hold of Ribs]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녀가 더 이상 동료들이 남긴 NPC에게 어두운 손길을 뻗치게 놔둘 수는 없었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기억속의 가장 소중한 동료들 중 하나라도.
“우아아아아아아 모몬가 이자시이이익.”
“이제 그만 하시죠 글라스 씨! 더 이상 그런 짓은 그만둬요!”
모몬가는 글라스를 막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외형에 어울리지 않게 용사와 같은 기백을 뿜어냈다. 그 기세를 본 글라스는 원작에서 본 모몬가의 옛 동료중 하나인 월드 챔피언 ‘터치 미’ 를 생각했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은 잡혔다고 해서 한번 정한 변태 짓을 포기할 만한 쓰레기는 결코 아니었다. 알베도 이벤트, 그리고 끝내주는 미소녀언 마레, 그리고 샤르티아에 이르러 그녀의 비정상적인 변태력[力]은 끊임없이 폭발하고 있었다.
누가 멈춰 세운다 할지라도 이 마음을 꺾을 생각은 없다!
설사 원작의 ‘억지력[力]’이라고 할지라도-!!!!
글라스는 ‘인조인간[人造人間]’의 패시브 스킬인 ‘부자연[不自然]스러운 완력[腕力]-[Power Overwhelming]-’의 제한을 풀어 모몬가의 [늑골의 속박]을 부쉈다. 구속이 부서지는 충격에 모몬가는 잠시 바닥에 손을 짚었다.
“우...우웃!”
“모몬가.....지고의 41인 중에.....네놈의 구속이 가장 약해 빠졌다아아아아.”
글라스는 모몬가를 향해 기묘한 자세로 손가락질을 하며 무표정, 무감정하게 말했다.
물론 이는 당연하게도 사실이 아니나, 글라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샤르티아 –의 뽕가슴- 에 있었으므로, 그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만한 대사를 골라서 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알고 있어...!”
“엑.”
잠깐만, 이 흐름은…….
그렇게 말하고 모몬가는 매직 캐스터 주제에 맨손으로 글라스에게 달려들었다.
퍽.퍽.
아무리 때려도 느낌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매직 캐스터인 모몬가의 근력은 레벨30정도이다. 이 정도로 눈앞의 인조인간을 이길 수는 없다! ‘풀썩’ 하며 모몬가는 제 풀에 나가 떨어졌다.
“내가 컨셉충이라는 사실도.....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렇게 말하는 모몬가를 어느 샌가 모인 계층수호자 전원이 긴장되는 모습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6계층의 날씨는 어느 샌가 어두침침한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내 6계층에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전혀 아니야 모몬가. 넌 모두의 총애[寵愛]를 받는 ‘마도왕 아인즈 울 고운’ 이라고? 나도 널 사랑해. 음! 당연하지. 그렇고말고!’
글라스는 마음속으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모몬가를 두둔했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나서봤자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도-!! 그런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이내 제풀에 지쳐 쓰러진 모몬가가 빗속에서 피투성이[?!]로 물든 몸을 이끌고 일어나 글라스의 앞에 섰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냐! 나는 해야만 해! 여기서, ‘아인즈 울 고운’의 길드 마스터로써! ‘나자릭 지하 대분묘’의 지도자로써! 나는 너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힘겨운 몸을 이끌며 차가운 빗물 속에서 일어난 모몬가를 주위의 계층 수호자들이 응원하기 시작했다.
“모..모몬가 님-!!!힘내세요―!!!!”
“그....글라스 님을 막아주시와요-!!!!”
“글라스 님의 빠른 콤보를 조심하세요오-!!!”
“모몬가. 님. 힘을.내.주십.시오.”
“지고의 존재이시여-!!!”
“모몬가 님 파이팅-!!!”
‘누가 좀 말려줘어어어어어-!!!!!!’
그렇게 글라스의 마음 속 절규를 알지 못하는 수호자들의 응원에 힘을 얻고 일어난 모몬가는 자신의 뼈만 남은 주먹을 전력을 다해 글라스에게 내질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러나.
빠-아악-!!!
“네, 네. 무, 무리였습니다아.”
약속된 전개에 의해 글라스가 앞날을 두려워하며 모몬가를 주먹으로 날려버렸다.
글라스의 예상대로 역시나 털썩-하며 쓰러지려는 모몬가의 몸을 받치는 여성의 모습이 있었다.
‘아.....안돼.’
“잘 싸우셨습니다. 나이스 파이트.”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기다려 주세요....지금.....염치불구하고, 글라스 님을 쓰러뜨릴 테니까요.”
나자릭 최강의 단일 개체, 루베도의 일격과 함께 글라스의 야망은 처참하게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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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다시는 모몬가를 얕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수호자와 NPC들에게 응큼한 의도로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하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원....”
글라스가 정신을 차리자 모몬가는 글라스를 정좌시켜놓은 채로 상기의 약속을 받아냈다.
저 너머에서 불행한 사고의 주인공이 될 뻔했던 샤르티아는 아직도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으며 지고의 존재로써의 위엄은 단 하나도 없는 그 광경을 수호자 전원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닌데. 이거 아닌데. 이런 거 내 상상하고 전혀 다른데.’
멘붕한 상태로 다시금 도네 톤으로 후회를 해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은 끝내 얻지 못한 것이다. 샤르티아의 뽕 너머의 작은 산맥도, 나자릭 식구들의 신뢰도 더 이상은 기대할 수 없겠지. 아마도 나자릭 밖으로 추방될 가능성도 있으리라.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 글라스가 체념하던 그 순간.
“이제 일어나세요.”
“......뭐.”
눈앞을 바라보니 모몬가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6계층의 하늘이 맑아지며 빛이 모몬가의 뒤에서부터 찬란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무서운 해골의 외형이었으나, 지금 글라스가 보고 있는 것은 선하기 그지없는 참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어...어째서.”
“당연하죠. 글라스 씨는 이 나자릭에 마지막으로 남아준 동료라고요? 그런 동료를 내치다니, 천만의 말씀. 저는 글라스 씨를 포함해 나자릭의 전부를 사랑한답니다.”
세상에 이런 지도자가 있을까.
소설로는 몰랐던 모몬가의 리더십을 글라스는 이 때 깨달을 수 있었다. 모몬가는 용서를 아는 남자였다! 글라스는 후광[後光]이 비치는 모몬가의 뼈만 남은 손을 꼭 붙잡고 일어섰다.
신장이 매우 큰 캐릭터였던지라, 글라스의 눈높이는 모몬가보다 약간 작은 정도였다. 둘은 서로를 마주한 채 얘기를 나누었다.
“글라스 씨, 앞으로 같이 나자릭을 잘 부탁드립니다.”
“......미안했어, 모몬가. 나야말로 잘 부탁해.”
둘의 전신을 이내 밝은 빛이 감싸 안았다.
잘못을 저질러 타락할 뻔한 지고의 존재를 만신창이[?]가 되면서 까지 막았던 모몬가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금 관계를 회복한 글라스의 모습은 계층 수호자들이 보기에는 마치 창세 신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그들은 웃었다.
지고의 존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한없는 충성과 기쁨을 마음에서, 눈에서 흩뿌렸다.
“봐라 코퀴토스! 모몬가 님이 웃고 계신다!”
“.......”
“.....뭐야, 다 보고 있었나....”
“데미우르고스, 뭐하는 거야?”
“아....아우라....”
“모몬가 님.....글라스 님....”
“감동적이시와요!”
“아아- 지고의 존재들이시여!”
찬란한 빛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기쁨으로 젖은 한때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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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 후엔 세바스가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에 따라 각 계층에 대한 조치를 취하였고, 아우라와 마레가 나자릭 지하 대분묘를 숨기기 위한 작업을 개시하기로했다. 본래 아인즈가 계층 수호자들에게 확인 했어야 하는 충성은 아까 전의 사투[?]로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으므로, 현재 글라스와 모몬가는 계층 수호자들을 해산 시킨 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지고의 존재들의 중압감이 사라지자, 이내 아우라와 마레부터 점차 입을 열기 시작했다.
“휴우.....좋게 끝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마레?”
“두...두 분이 싸우지 아, 않으셨으면 했지만.....이, 이렇게 끝나서...좋다고 생각해.”
그러자 한숨을 내쉬며 샤르티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말로 처음엔 글라스 님께 죽는 줄 알았사와요.....하지만 설마하니, 그 공포스러운 모습이 저를 사랑하는 까닭이었다니....지금은 황공한 마음으로 죽을 것 같사와요!”
“모몬가. 님 께서.보인. 모습도. 정말. 감동적.이기. 그지 .없었.다네.”
“차마 옛 동료에게 자신의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싶지 않으셨던 거지. 그 자애로우신 마음의 안쪽을 지금 다시금 보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네.”
“글라스 님의 경우는 우리를 너무 사랑하시는 나머지 조금 어긋나셨던 것일까....그것 보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지만.....!”
순간 알베도가 이를 악물며 하는 말에 자리에 있던 수호자 전원의 시선이 알베도에게 꽂혔다.
“알베도. 그건 무슨 말이지?”
데미우르고스가 의아함을 품고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기 직전의 알베도에게 질문했다.
“........이건 추측이지만.”
알베도는 잠시 말을 아낀 채 수호자들에게 손짓했다. 주위의 수호자들은 다음에 나올 말에 귀 기울이기 위해 알베도를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수호자 전원이 들을 준비가 되자, 알베도는 자신의 추측을 입에 담았다.
“......글라스 님은 모몬가 님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
잠시간 수호자들 가운데에 정적이 흘렀다.
“뭐어~?!”
“그,그게 사실이라면....”
“지고.의 존재.들의. 후손.께서 태어.나신.다는. 말씀.이군!”
“그것은 지고의 존재들께 맡겨야만 하는 일이지만.....나는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알베도, 그 발언의 근거는 뭐죠? 설마 시답잖은 질투는 아닐 테고...”
활발한 성격의 아우라가 먼저 경악에 잠겨 입을 열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마레가 의문, 코퀴토스가 환희, 세바스가 지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총명한 데미우르고스가 충격적인 그 추측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베도에게 물어왔다.
“맞사와요! 그 근거를 빨랑대란 말이야-!!!!”
분노에 휩싸인 채 자신의 말투까지 잊고 날뛰는 샤르티아또한 마찬가지로 물어왔다.
알베도는 입을 열었다.
“잘 들어....현재 이 나자릭이 알 수 없는 이세계에 떨어진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일거야.”
수호자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알베도는 다시금 자신의 추리를 수호자들에게 설명해 나갔다.
“이건 내 추측이지만, 글라스 님께서 모몬가 님을 독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이러한 일들을 계획하신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 근거가 뭐냐고 이 암컷 고릴라야-!!!”
“시끄러워 칠성장어야-!!!!”
“조용히 샤르티아, 조금만 참아봐 그럼 알베도. 당신의 추측의 원인을 말해주세요.”
알베도가 이렇게까지 시간을 끄는 이유라면 분명히 결정적인 증거이리라 생각한 데미우르고스는 침착하지만 집요하게 그 원인에 대해 물었다. 이내 알베도가 마지못해 그 원인에 대해 대답했다.
“그 원인은.....내가 글라스 님께서 모몬가 님을 끌어안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야.”
수호자들은 다시금 경악에 휩싸였다.
“뭐뭐뭐뭐뭐....뭐라고오오-!!!!”
“그게.사실.이란.말인가!. 오.오... 도련.님.....할아범.은....할아.범은.....”
“우와우와-!!! 글라스 님 정말 대단하시다! 그치 마레.....마레?”
“흑...흑, 으그흑....”
“윽, 더 듣고 싶지만 이만 저는 물러가 보겠습니다. 모몬가 님과 글라스 님의 시중을 들어야 하니까요. 다음에 이 이야기의 전말을 이야기 해주시는 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세바스, 나.의. 모몬가 님을 잘 부탁해! 두 분을 잘 부탁해! 부탁해애-!!!”
“진정하십시오! 알베도! 그 광경이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졌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서 나머지를 이야기 해 주세요!”
두 지고의 존재의 보필을 위해 떠나가는 세바스를 향해 절규하는 알베도를 데미우르고스가 침착을 잃고 재촉했다.
“크으윽......알겠어. 이 세계로 나자릭이 이동되던 그 때 나는 옥좌에 앉으신 모몬가 님을 보고 있었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 광경을 계속 눈에 담고 싶었지만 계속 보게 되는 것은 실례가 되니까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에 그쳤지.....그 때 어느 순간 갑자기.”
글라스 님이 모몬가 님을 따뜻한 표정을 지으시며 안고 계셨어.
데미우르고스를 비롯한 수호자들은 이제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알베도의 말을 경청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보이신 무감정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자애로움이 그 얼굴에 서려있었지! 내가 글라스 님께 의심을 품게 된 것은 바로 그 이후야! 마치 무언가가 ‘잘못된 것’처럼 글라스 님은 모몬가 님께 ‘정말로 모몬가가 맞느냐’면서 물으셨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분은 무감정한 모습만을 내비치고 계시고, 무, 물론 그 이후엔 모몬가 님께 내....가가가가,가슴을 만지게 하셨기도 했지만....”
“뭣이라사와라요~?!?!?!!!?!?”
“샤르티아, 무슨 공룡 이름같은 비명을 지르고 있어?”
“시끄럽사와요!, 젠장하사와요!!”
“우와....이젠 문법이 무너지고 있는데....”
“흑,흑....그,글라스 님....”
“아니, 마레...넌 아까부터 왜 울고 있는 거야?”
“그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알베도. 당신이 글라스 님을 의심하는 이유를....이건 정말 놀랍군요.”
데미우르고스의 말에 다른 수호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데미우르고스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데미우르고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별 수 없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알베도의 말 중에 ‘갑자기’나타나셔서 모몬가 님을 끌어 안으셨다.....이 부분에서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이유가 바로 알베도가 말한 이유입니다. 여태까지 우리 앞에 모습을 감추셨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날 모몬가 님을 사랑스럽게 끌어안으시고는 ‘무언가 잘못된 것’같은 표정을 지으셨다면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뿐이죠. 글라스 님은 ‘모몬가 님 만을’ 이 세계에 자신과 같이 데리고 오고 싶으셨던 겁니다. 그거라면 이해가 가능하죠. 우리에게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신 것도, 모몬가 님과 다툰 것도 말이죠.”
“크으윽....!”
“속상하시와요오오-!!!!”
모몬가를 연모하는 두 수호자가 절규하는 가운데 아우라가 필사적으로 글라스를 변호했다.
“하, 하지만....글라스 님은 샤르티아의 경우엔 너무 좋은 나머지 선까지 넘으려고 했던 분이라고! 나나 마레에게도 따뜻하게 ‘이제는 떠나지 않을 거다’라고 말씀도 해 주셨어!”
“아우라,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리라고 어떻게 알 수 있죠?”
“윽, 그....그건.....!”
“샤르티아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덮치려고 했다는 부분은...생각해 보십시오. 계층 수호자 중 가장 강한 이를 제거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당위성이 바로 서지 않나요? 또한 마지막으로 떠나시기 전에 따뜻한 거짓말 한마디정도는 해주실 수 있을 정도로 글라스 님은 자비로우십니다. 혹은 모몬가 님과 글라스 님 자신의 ‘더미’를 남겨놓으실 가능성도 있군요.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저희를 생각하신다고는.....여태까지의 일들로는 생각 할 수 없군요. 무엇보다도 그 빨간 유리와 같은 눈을 바라보았을 때에는....소름이 돋았습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모몬가 님께서 자애로운 지략[智略]의 왕이시라면, 글라스 님은 무정[無定]하시고 강력하신 여왕이십니다.....솔직히 이건 인정하기 싫은 추측이었습니다만.....”
알베도와 더불어 가장 높은 지력을 가진 데미우르고스가 내놓은 추측을 들은 수호자 전원은 절망과 슬픔에 젖고 말았다. 자신들의 곁으로 돌아왔던 지고의 존재가 사실은 마지막까지 남아계셨던 자신들의 왕을 사랑하여 데리고 가시려는 속셈이셨다니.....
“그.....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평소와 같은 밝음을 잃은 아우라가 침울하게 혼잣말로 내뱉은 말에 데미우르고스가 대답해 주었다.
“.......방법이 단 한 가지 있습니다.”
“그....그게 뭐죠!”
마레가 평소와는 다르게 울음기가 섞인 적극적인 목소리로 데미우르고스에게 질문했다.
“그건 우리가 모몬가 님께 큰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 하시는 것입니다!”
“즈, .증.명.”
“그래요! 다행히도 모몬가 님께서는 아까 전 폭주하시는 글라스 님을 막으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을 ‘나자릭 지하 대분묘’의 지도자이자, ‘아인즈 울 고운’의 길드 마스터라고! 그러니까 저희를 지키신다고....!”
뚜욱, 뚝하고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수호자들은 그 소리에 맞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데미우르고스는 이내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
“크흑....! 그렇습니다! 글라스 님께서는 우리를 아직 인정하지 않으셨지만...! 모몬가 님께서는....마지막 까지 남아주셨던 그분은..! 저희를 그렇게 사랑하고 계셨던 겁니다! 그러니까 다시금 증명하면 됩니다! 모몬가 님께서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던 우리가 노력하면! 분명 글라스 님께서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실제로 모몬가 님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실 때에는 약속하신 것을 깨지 않으셨으니까요!”
지고의 존재를 적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 분들이 우리를 미워한다면 우리가 더욱 쓸모 있는 존재가 되면 된다.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데미우르고스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맞아! 분명 우리가 좀더 노력하면 글라스 님도 진짜로 우리를 사랑해 주실 거야!”
“이.부족.한 몸.을다 바쳐.도 모자.라지.만 글라.스 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면야.”
“나도....나도 힘낼래! 글라스 님이 사랑해 주실 수 있게!”
“모...모몬가 님은 포기 못하지만, 그래도 글라스 님께 사랑받고 싶사와요! 열심히 하겠사와요!”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몬가 님께서 여태 우리를 버리시지 않은 은혜를 글라스 님께도 갚을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해 주실 수 있을 겁니다!”
알베도를 제외한 모든 수호자가 그 자리에서 글라스의 사랑을 받기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모몬가의 사랑을 받는 우리가 글라스에게도 사랑 받을 수 있게. 더욱 힘내리라.
그렇게 다짐하는 가운데. 알베도는 홀로 생각했다.
‘발칙한 년......감히 우리에게서.....내게서 ‘그 분’을 빼앗아 가려 하다니.....용서 못해...!’
그 때 당시에는 기분이 좋았지만, 분명 모몬가로 하여금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 한 것은 아마도 ‘그거나 먹고 떨어져’ 정도의 의미임이 틀림없었다.
‘포기할 수 없어.....용서 할 수없어...! 언젠가 기필코 이 빚을 갚아주마....!!’
수호자들이 글라스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가운데, 단 한명의 타천사 만이 신과 같은 지고의 존재를 적대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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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누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
“글라스 씨, 다 정하셨나요?”
“좀만 기다려.”
글라스가 귀를 긁는 가운데 모몬가가 글라스에게 변장의 상태를 물었다. 원작을 봐왔던 글라스였지만, 정확한 아이템이 무엇인지 까지 외우지는 못했기에, 처음 보는 복장들의 향연에 휩쓸려 좀처럼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인즈.....모몬가는 원작과 똑같이 ‘모몬’의 모습으로 이미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아마존....안되고, 바니걸..? 누가 이런 걸 갖다놓은거야! 나자릭엔 변태밖에 없나봐!’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마침내 글라스는 하나의 컨셉을 잡을 수 있었다.
촤악-
준비를 마친 글라스가 탈의실에서 나오자, 모몬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글라스의 장신에 맞춘 드레스는 화려한 장식을 두른 채 꽃이 눈앞에서 피어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얼굴엔 눈만을 가리는 화려한 까마귀 가면을 쓰고, 무기로는 하얀 색의 날개가 달린 작은 스태프를 든 채 요염한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드레스에서 뻗어져 나온 팔 다리에는 원래 존재해야 할 해부학적 기계부품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스킨 아이템을 쓴 것이겠지 라고 모몬가는 생각했다.
“오오~ 꽤나 예쁜데요 글라스 씨.”
“칭찬 고마워 모몬, 가”
“...? 뭔가 말이 이상하지 않았나요?”
“그것보다 시작하자고.”
산책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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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계와 개그가 동시에!
더 많은 분량은 조아라에 강철같은유리를 치시면 13화 까지 나와있습니다.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