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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푸스: 빛갈래 봉우리, 카메라로 찍고 바라봄에 대해

조회수 4148 | 루리웹 | 입력 2026.05.25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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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어른이 다시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푸스: 빛갈래 봉우리’ 스팀 페이지에 내걸린 소개 문구다. 대만 인디 스튜디오 SIGONO의 내러티브 게임 시리즈 ‘오푸스’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슈에이샤 게임즈와 협력한 ‘빛갈래 봉우리’는 그 최대 야심작이라 할만하다. 기존 사이드뷰가 아닌 Full 3D 그래픽, 풍성한 연출과 노래, 카메라를 활용한 독특한 게임플레이까지. 무엇보다 SIGONO가 일관되게 다뤄온 주제의식을 더 깊이 파고들며, 이 장르서 드물게 상실과 후회에 직면한 어른의 서사라는 점이 참 좋았다. 최근 비트서밋 펀치에 출전해 연내 PS5 지원을 발표하기도 한 ‘빛갈래 봉우리’의 프로듀서 브라이언 리와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 클리어 후 해금되는 디렉터 코멘터리 가운데 게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스튜디오 허락 하에 함께 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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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ONO 공동 창립자이자 '오푸스: 빛갈래 봉우리' 프로듀서, 브라이언 리

 

● 먼저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스튜디오를 소개해주기 바랍니다. 설립 계기와 업력, 현재 규모, SIGONO는 어떤 의미인지 등이요


: 안녕하세요, 대만 타이베이 인디 스튜디오 SIGONO입니다. 루리웹을 통해 한국 게이머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SIGONO가 그동안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오푸스’ 시리즈일 것입니다. ‘우리가 지구를 발견한 날’을 시작으로 ‘영혼의 다리’, ‘별노래의 메아리’ 그리고 이번 신작 ‘빛갈래 봉우리’까지 저희는 게임을 통해 인간 사이의 감정, 상실, 이별, 그리고 광활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되찾는 과정을 계속해서 담아왔습니다.


저희 팀은 규모가 크지 않고, 현재 약 스무 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가 저희에게는 적절한 균형입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소통의 효율성을 유지하고 핵심 멤버 모두가 높은 수준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빛갈래 봉우리’에서는 Full 3D, 더 많은 애니메이션 연출, 다국어 음성 더빙, 그리고 더 복잡한 레벨 제작 공정에 도전했으며 팀 전체에도 큰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SIGONO라는 사명에 대해서는, 저희는 이를 창작 활동의 표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게이머의 마음속에 신호를, 흔적을 남기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특정 장르나 형식을 추구하기보다, 각 작품이 진심으로 게이머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브라이언 리와 스콧 첸, 두 창립자가 초창기 ‘하이퍼 스퀘어’란 퍼즐 게임을 만들었고 MS 키넥트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했죠. 이런 업력은 내러티브 중심의 ‘오푸스’ 시리즈와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 외부에서 보기에는 분명 큰 방향 전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사실 같은 일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저희는 항상 게임이 다른 매체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가를 탐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초기 작품이나 기술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것은 인터랙션, 리듬, 조작 피드백, 그리고 제한된 조건에서 플레이 가능한 경험을 완성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후 ‘오푸스’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인터랙티브 역량을 감정적 내러티브에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가장 특별한 점은 게이머가 단순히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조작을 통해 이야기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저희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갑자기 게임플레이를 포기하고 스토리로 방향을 바꾼 게 아닙니다. 점차 게임플레이 또한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간 것입니다. ‘별노래의 메아리’에서의 듣기, ‘빛갈래 봉우리’에서의 바라보기와 촬영은 모두 인터랙션 자체를 내러티브의 핵심으로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이것이 ‘오푸스’ 시리즈가 걸어온 가장 중요한 방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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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의 ‘오푸스’는 서로 느슨히 연결되는 독립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시리즈로 묶은 이유는 무엇인지, 또한 ‘오푸스’는 라틴어로 ‘작품’을 뜻하는데 특별히 이 단어를 고른 까닭도 궁금합니다


: ‘오푸스’ 시리즈의 각 작품은 기본적으로 독립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이 점은 저희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게이머가 사전 지식 없이도 바로 지금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오푸스’라는 제목을 쓰는 것은, 정신적 핵심에서 저희가 계속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 영혼, 자아 완성, 이별, 광활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고독한 생명이 자신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이야기. 각 작품의 배경은 우주, 설원, 소행성, 이번에는 산맥으로 달라지지만, 저희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언제나 인간, 그리고 인간의 마음이 여정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입니다.


'오푸스'는 연금술에서 위대한 업적(Magnum Opus)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자아실현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아 저희에게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음악에서는 작품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 단어 역시 저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각 ‘오푸스’는 독립적인 악장처럼 고유한 주제, 리듬, 감정을 지니면서도, 함께 놓였을 때 인간의 감정과 삶의 여정에 관한 하나의 시리즈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 개인적으로 특히 ‘영혼의 다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영혼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는 장례식이라니. ‘오푸스’ 시리즈는 늘 죽음·영혼·내세에 대한 특별한 관점을 보여주는데, 혹시 이건 대만의 정신적 문화와 관련되나요. 혹은 개발자에게 보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나요


: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합니다. 대만의 일상에는 원래부터 조상, 신령, 망자, 제례, 일상적 신앙에 관한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반드시 거창한 종교적 서사인 것은 아니고, 오히려 생활의 일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길가의 사당, 집 안의 제단, 명절 의식,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죽음과 영혼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오푸스’는 특정 종교나 민간 신앙을 게임에 그대로 옮기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인간이 상실에 직면했을 때 그 상실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는가 입니다. ‘영혼의 다리’에서 영혼을 우주로 보내는 것은 매우 낭만적이면서도 고독한 의식이었고, ‘빛갈래 봉우리’에서는 이를 사진, 산, 신령, 기억으로 변환했습니다. 형식은 달라도 핵심은 같습니다. 무상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이 사랑과 이별의 의미를 지키려는 노력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문화적 배경도 있고, 매우 개인적인 감정도 담겨 있습니다. 저희에게 죽음은 단순한 공포나 종착점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어떻게 계속 나아가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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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들이 줄곧 SF인데 반해 ‘빛갈래 봉우리는 판타지성이 짙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정신 세계와 카메라라는 현대 기술의 조합이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만. SIGONO 스스로 정의하는 ‘오푸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 저희는 ‘오푸스’의 핵심을 SF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SF는 ‘오푸스’에서 중요한 표현 형식이었지만,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저희에게 ‘오푸스’의 핵심은 세 가지에 가깝습니다. 사랑, 영혼, 자아 완성. 각 작품에는 광활한 세계와 고독하고 작고 길을 잃은 영혼이 있습니다. 그 광활한 세계는 우주일 수도 있고, 황량한 설원, 소행성, 혹은 이번처럼 산일 수도 있습니다. 그 역할은 주인공이 자신의 작음을 느끼게 하고, 여정 속에서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다시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빛갈래 봉우리’는 무대를 우주에서 산과 숲으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오푸스’만의 광활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의 광활함은 별빛의 스케일이 아니라 기억, 인생, 그리고 내면의 스케일입니다. 전작이 별의 노래를 듣는 것이었다면, 이번은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무대는 바뀌었지만, 저희가 다루고자 하는 감정의 주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 ‘빛갈래 봉우리’로 번역된 해외판의 ‘Prism Peak’, 그리고 원제인 ‘心相吾山(심상오산)’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듣고 싶습니다


: 제목에는 사실 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心'이라는 글자입니다. 이 작품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임을 나타냅니다. '吾山'의 경우, 중국어에서 '吾'는 '無'와 같은 발음입니다. 따라서 '心相吾山'은 '心無山', 즉 마음속에 산이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산이 자기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뜻도, 또는 존재하지 않는 산을 가리키는 뜻도 됩니다. 한편으로 ‘Prism’은 빛을 다양한 방식으로 굴절시키기 때문에, 시각의 전환이 그 산의 존재 여부를 결정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내면에 힘이 있는 한 언젠가 자신만의 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작중 할아버지가 말하듯 반드시 스스로의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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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상된 그래픽은 ‘빛갈래 봉우리’가 전작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또다른 지점입니다. 몇 년 만에 어떻게 이토록 큰 변화가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 ‘빛갈래 봉우리’는 저희에게 매우 큰 제작 공정의 전환이었습니다. ‘오푸스’ 시리즈 최초의 Full 3D 작품인 동시에, 대량의 애니메이션 연출, 카메라 워크, 캐릭터 표정, 신체 동작, 음성이 포함되어 있어 이전보다 제작 복잡도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2D에서 3D로 전환하면서 가장 큰 장점은 공간 내러티브와 카메라 자유도였습니다. 피사계 심도, 동적 조명, 캐릭터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3D 파이프라인은 매우 길어서, 스크립트, 레벨, 연출에 수정이 생기면 영향을 받는 부서가 매우 많아집니다. 지난 몇 년간 저희는 카메라 관리, 모션 캡처와 핸드 애니메이션의 비중 조절, 외주와 내제 작업의 협력 방식 등 애니메이션과 레벨 제작 공정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많은 것들이 작업하면서 반복하고, 또 배워가며 완성한 것들입니다.


미술적으로는 세계가 부드럽게 보이면서도 무게감이 없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화된 실루엣과 높은 대비의 명암 변화를 만들어냈으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향수 어린 느낌, 마치 꿈속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번 주제가 바라보기인 만큼, 게이머가 기억이나 꿈같은 공간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빛과 그림자는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의 일부입니다.


● 게임을 즐기며 이따금씩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90년대 작품이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삼부작 같은 애니메이션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이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나요


: 그런 연상을 해주신다면 저희에게는 매우 큰 칭찬입니다. 다만 저희는 특정 감독이나 특정 스타일을 직접 모방하려 한 것은 아닙니다. 지브리 작품이 저희에게 준 영향이 있다면, 그것은 세계가 조용할 때도 살아 숨 쉬는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 음식의 수증기, 오래된 집의 질감, 캐릭터의 아주 섬세한 움직임, 이런 것들이 모두 감정적 무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빛갈래 봉우리’ 기획 초기에 저희 내부에서 실제로 어른을 위한 ‘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란 분위기 키워드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신령이 있고, 환상이 있고, 동화 같은 느낌이 있으면서도 어른의 현실과 상실에 대응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 대해서도 게이머들이 그 빛과 하늘, 재난과 개인의 감정이 교차하는 분위기를 연상하시는 것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빛갈래 봉우리’의 경우, 저희의 직접적인 영감은 사실 훨씬 다양한 출처에서 왔습니다. 일본과 대만 시골의 어린 시절 기억, 로드 무비, 사진집, 민간 신앙과 지역 풍경이 그것입니다. 저희가 바라는 최종 결과물은 단일 국가에만 속하지 않고 많은 게이머들이 공유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동아시아 문화가 혼합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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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검붉게 부글거리는 그림자가 덮쳐올 때 지브리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연상됐습니다. 해질녘땅의 재앙인 그림자는 대체 무엇인가요


: 많은 분들이 그림자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할 겁니다. 저희에게 그것은 이야기 속에서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잊혀진 것들.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것들. 저희는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해질녘땅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삶에서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것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들입니다.


● ‘빛갈래 봉우리’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보면 찍어야 할 게 너무 많고 번거롭다고 하더군요. 본작의 핵심 요소인 카메라가 되려 진입 장벽이 된 셈입니다. 이처럼 현실의 특정 행위를 기반으로 게임플레이를 구축할 때 득과 실은 무엇일까요


: 그 지적은 매우 정확하며, 저희가 개발하면서 계속 마주했던 과제이기도 합니다. 게임 메커니즘으로서 사진 촬영의 가장 큰 장점은, 게이머를 아주 자연스럽게 관찰자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게이머는 단순히 어떤 지점에 도달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이 가로등, 이 벤치, 이 동물, 이 공간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기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요.


이것이 저희가 게임을 통해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입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관객이 감동적인 순간을 직접 포착하는 경험을 하기 어렵지만, 게임에서는 게이머가 직접 셔터를 누르며 그 행위 자체가 내러티브의 일부가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빛갈래 봉우리’에서 사진 촬영은 단순한 스크린샷이 아니라 하나의 바라봄이자 사유이며, 무언가를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촬영의 수량, 목표, 피드백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쉽게 체크리스트가 되어버려, 게이머가 세계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수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저희는 사진 촬영이 불안감이 아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를 원합니다. 출시 이후에도 커뮤니티 피드백을 계속 수렴하여 저장 기능, 재플레이 편의성, 수집 경험 등을 개선해 게이머가 특정 챕터로 돌아가 콘텐츠를 보완하기 쉽게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최적화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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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든 어려움을 고려할 때 카메라란 요소를 포기할 법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주인공을 사진작가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물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맞서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늙고, 장소는 변합니다. 시간이 계속 흐르는 한,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 무언가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줍니다. 유진이 사진으로는 사라지는 것들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도, 여전히 카메라를 들어올리는 것처럼요. 그것이 마음속에 남기는 무언가에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해내는, 그 완고한 용기야말로 중년을 다루는 이야기에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본다와 보인다는 개념이 거듭 등장합니다. 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라본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것만도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볼 수도 있고, 세상을, 주변의 모든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의 바라봄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각각에서 여러분만의 의미를 찾아주길 바랍니다.


● 요즘 한국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한국이든 대만이든 피차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구나 싶은데, 이처럼 중년 남성-성별이 중요한 건 아닐 수 있지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까닭이 궁금합니다


: 저희도 그런 공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푸스’ 시리즈는 오랜 시간 이어져 왔고 게이머들도, 저희 자신도 그 시간 동안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빛갈래 봉우리’ 제작을 시작할 때, 저희도 자연스럽게 지금의 인생 단계에 보다 가까운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실패, 피로, 방향 감각 상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느낌 말입니다.


주인공은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이혼, 실직, 인생의 좌절을 겪은 사람입니다. 이런 주인공이 게임에서 흔한 것은 아니지만, 저희는 그가 이번 주제를 담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빛갈래 봉우리’는 소년이 모험을 떠나 결국 영웅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길을 잃은 어른이 어떻게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과거를 재해석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찾는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성별이 유일한 핵심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피로감과 자기 의심입니다. 한국이든 대만이든, 혹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많은 게이머들이 다양한 형태로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 작품이 오랫동안 함께 성장해온 게이머들에게 바치는 것은 물론, 지금 삶의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와 따뜻함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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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요소가 부각되지 않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대신 가족애, 우정, 스스로의 성찰이 극을 끌고가는 힘이 됩니다. 게임 표지만 보고 구입한 이들 중 실망하는 사람이 있을 법한데요


: 의식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연애를 배제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랑이 연애보다 훨씬 더 넓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푸스’ 시리즈는 항상 사랑, 영혼, 자아 완성을 이야기해 왔지만, 사랑이 반드시 남녀 사이의 로맨틱한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빛갈래 봉우리’에서 더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과거에 놓쳐버린 사람들, 제대로 작별을 고하지 못한 관계들, 가족에 대한 기억, 친구에게 지운 부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어떻게 직면하는가 입니다. 이러한 감정들이 반드시 연애보다 더 극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삶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주인공과 함께하는 소녀도 연애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오히려 거울에 가까워, 주인공이 자신과 과거를 다시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존재입니다. 저희에게는 로맨틱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보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표지만 보고 전혀 다른 내용을 기대한 분들은 조금 의외라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웃음), 저희는 이야기 속으로 진정으로 들어온 게이머라면, 저희가 그리고자 한 더 넓은 사랑과 이별을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 해외 게임임에도 동아시아 문화권이라 그런지 별다른 위화감이 없더군요. 일본 역시 대만, 한국과 비슷한 공감대가 있을 듯하고요. 반면 서구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 작중 풍경의 출처는 매우 다양합니다. 동료의 고향, 학창 시절 차창 밖으로 바라보던 풍경,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향수 어린 장면들이 그것입니다. 저희는 의도적으로 이것들을 혼합하여, 대만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동아시아 게이머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풍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역별 반응을 좀 더 살펴보면, 아시아 게이머들은 고향, 산길, 기차역, 지역 재개발, 가족의 기억 같은 요소에 쉽게 공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 게이머들도 신령, 환상, 시골 풍경을 그들이 친숙한 애니메이션이나 민간 신앙의 이미지와 연결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구권 게이머들의 접근 방식은 때로 조금 다릅니다. 모든 동아시아 문화적 디테일을 직접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어른이 상실과 후회에 어떻게 직면하는가, 사진이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어떻게 보존하는가, 치유는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바라보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주제에 공감합니다. 이것이 저희에게 매우 소중합니다. 어떤 감정들은 특정 문화에서 자라났더라도 결국 언어와 지역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 속 부드럽지만 무게감을 잃지 않는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고 약간 동화 같은 세계, 하지만 그 안에 어른의 삶의 경험을 담은 세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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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말에 몇몇 패치가 있었죠. SIGONO 스스로 자평하기에 ‘빛갈래 봉우리’가 목표한 완성도에 어느 정도 근접했다고 보시는지, 앞으로도 개선해갈 여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저희에게 작품 출시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여정의 시작입니다. 게이머가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한 이후에야 비로소 개발 기간에는 보이지 않았던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어느 부분이 불안감을 주는지, 어느 흐름이 부족한지, 어느 설계가 의도에는 맞지만 실제 경험에서는 더 개선할 수 있는지.


‘빛갈래 봉우리’는 SIGONO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크고 기술적으로도 가장 복잡한 작품 중 하나인 만큼, 완전히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희는 팀이 완성한 내용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아직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장 파일 관리, 재플레이 편의성, 수집 경험, 플랫폼 최적화 등은 이미 커뮤니티 피드백을 수렴하며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저희는 게이머가 사진 촬영을 통해 호기심과 관찰의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라며, 어떤 사진을 놓칠까봐 압박감을 느끼는 일이 없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이후 업데이트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합니다. 경험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있는 한, 저희는 계속 평가하고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 슈에이샤(集英社)는 무척 큰 출판사지만 게임 산업에 나선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슈에이샤 게임즈를 파트너로 고른 건 어떤 매력에 끌렸기 때문인가요


: 슈에이샤 게임즈는 확실히 비교적 새로운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슈에이샤 게임즈와 함께 한 큰 이유는 창작의 자유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개발 및 글로벌 퍼블리싱 지원이었습니다. ‘빛갈래 봉우리’가 초기 단계에 있을 때 실제로 몇몇 해외 퍼블리셔로부터 관심을 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슈에이샤 게임즈를 선택한 것은, 그들이 이런 내러티브 작품에서 보호해야 할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개발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았으며, 창작의 영역 밖에서 자원, 소통, 퍼블리싱 지원을 제공하여 저희가 더 자유롭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또한 저희 팀의 많은 멤버들이 어릴 때부터 슈에이샤의 만화를 읽으며 자랐기 때문에, 슈에이샤 게임즈와 협력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정적으로 매우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SIGONO 같은 대만 인디 팀에게 이런 협력을 통해 더 많은 나라의 게이머들에게 작품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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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 비슷하겠습니다만, 대만은 상대적으로 작은 국토와 산업 기반에도 불구하고 정말 멋진 문화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저력은 어떤 토양에서 나오는 걸까요


: 대만의 게임 산업 규모는 확실히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것이 많은 창작자들에게 특별한 능력을 키워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일찍부터 작품이 어떻게 현지를 벗어나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게이머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동시에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팀도 제한된 조건 속에서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찾아야 했습니다.


대만의 문화적 토양은 매우 혼합적입니다. 화어 문화, 대만의 생활 경험,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 그리고 지역 신앙, 민간 설화, 도시 변화, 가족의 기억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게임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더라도, 저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빛갈래 봉우리’에서 저희는 더 광범위한 동아시아 생활 속의 향수를 혼합하여 담으려 했습니다. 아마도 대만 자체가 많은 문화가 교차하는 곳이기 때문에, 저희는 자연스럽게 혼합, 번역, 재해석을 받아들이며 창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대만 창작자들의 흥미로운 점일 수 있습니다. 작품은 아주 지역적인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반드시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 각지의 게이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을 지닙니다.


● ‘오푸스: 빛갈래 봉우리’는 전세계적으로 크게 호평받았습니다. 다소 이르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SIGONO가 바라보는 방향은 어딘지 궁금합니다


: 감사합니다. ‘별노래의 메아리’에서 ‘빛갈래 봉우리’까지, 저희에게 매우 큰 도약이었습니다. ‘별노래의 메아리’를 통해 세계관, 캐릭터 관계, 음악, 게임플레이가 모두 하나의 감정적 주제를 향할 때 작품이 강한 공명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빛갈래 봉우리’는 그 경험을 또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인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사진 촬영이 단순한 게임플레이가 아니라 바라보기, 기억하기, 그리워하기, 다시 연결하기의 방법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앞으로 가장 먼저 할 일은 여전히 ‘빛갈래 봉우리’의 출시 후 최적화를 잘 지원하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피드백을 계속 듣고 이 작품을 더욱 완성도 있게 다듬고 싶습니다. 더 장기적으로 보면, SIGONO는 진실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조금은 의외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저희가 특정 소재나 장르에 고정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오푸스’ 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이외에 작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식이 어떻게 되든, 게이머들이 SIGONO를 떠올릴 때 감정을 진지하게 대하고, 마음속에 흔적을 남기는 작품을 만들려는 팀이라 느껴주길 바랍니다.


 

[리뷰]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오푸스: 빛갈래 봉우리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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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4

예술 드라마 느낌의 게임으로 보이네요

아망냥이 . | (IP보기클릭)1.222.***.*** | 26.05.26 07:25

플스판 나오긴하는구나

Eclair__ | (IP보기클릭)39.113.***.*** | 26.05.26 08:55

재밌겠다

낭만클럽. | (IP보기클릭)211.36.***.*** | 26.05.26 14:31

이참에 한글화 안된 시리즈도 한글좀...

ASHLET | (IP보기클릭)121.174.***.*** | 26.05.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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