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적인 분위기와 레트로의 결합, 레인98(Rain98)
일본의 인디 게임 레이블 C#4R4CT3R(캐릭터)에서 개발, 배급하는 이 게임의 첫 번째 공개 데모가 마침 '더 믹스 폴 쇼케이스'(The MIX Fall Showcase)를 기해 스팀을 통해 공개되기에, 개발사의 협조를 얻어 그 모습을 살펴 보았다.
시작한 직후에는 알 수 없는 문구와 영상, 이미지가 점철된다. 그러던 중 갑자기 등장한 실루엣. 그녀와의 대화는 비주얼 노벨이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처럼 전개되지만, 그녀가 문 담배에 불을 붙이는 과정은 행위로 이루어진다.
이후 다시 선문답 같은 대화를 이어가다가 담배를 문 채 그녀가 마지막으로 묻는 것은 '너는 누구야?'. 여기서 이름을 입력하면 바로 '나와 너는 다른 것 같다.'면서 'Fin'이라는 글자를 보게 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0여 분.
곧 화면이 암전됐다가 다시 같은 질문을 하는데, 이번에는 이름 입력 대신 '아무도 아니야'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편이야'.라는 말과 함께 또 다시 알 수 없는 영상과 대사가 흘러 나오다 스마트폰으로 바뀐다.
스마트폰 시대답게 스마트폰이 나오는 게임은 많지만, 본작의 경우 연출이 꽤 좋다. 상하, 좌우 스크롤로 암울한 뉴스와 역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현장이 SNS를 통해 확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던 중에 뜨는 자동이체 불가 안내 알림.
30년 된 맨션의 지저분한 방 안에서 비에 젖은 도쿄 풍경을 바라보며 어떤 존재의 결핍을 느끼던 주인공은 메신저 앱으로 날아오던 메시지를 미리 보기만 하고 넘기다 '종말 시계, 마침내 남은 시간 0초로'라는 뉴스 속보를 탭한다.
댓글을 보다 '세상 빨리 좀 망해라.'라는 말을 내뱉은 주인공의 눈 앞에 있는 유리에 무언가의 그림자가 비친다. 유리가 떨리며 그림자가 일렁이고, 마침내 프롤로그가 종료되면서 20분 만에 세기말 연출의 오프닝 영상이 흘러 나온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1998년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려던 소녀와 맞닥뜨리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프롤로그와 달리 이번에는 실체가 있으며,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처럼 방 안의 오브젝트를 선택할 수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뉴스를 듣고 지금이 1998년임을 알게 되지만, 채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소녀로부터 주거 침입이라며 쫓겨난 후 사흘 동안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살다가다 비닐 우산을 쓴 소녀를 만나 다시 맨션으로 돌아간다.
이제부터 주인공은 소녀 '레이나'와 함께 살면서 청소, 세탁, 게임 등 그녀가 시키는 일을 수행해서 엔젤 패스포트에 엔젤 씰이라는 이름의 스티커를 붙이게 된다. 진심이 담긴 눈으로 그녀는 100장을 모으면 세상이 멸망한다고 말한다.
앙골모아를 자처하는 소녀와 세상을 멸망시키기로 의기투합하면서 게임은 좀 더 다이나믹해지고, 맨션을 벗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도 할 수 있게 된다. 챕터 1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으나, 가끔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음식은 편의점에서, 빨래는 코인 세탁소에서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하며, 이는 '캡슐 채우기'와 '컬러비즈'로 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캡슐 채우기를 추천하고 싶은데, 레벨이 상승하면 편의성 옵션과 보너스 옵션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진짜 미니 게임도 있다. 다마고치를 연상시키는 디지삐와 트럼프가 바로 그것. 디지삐의 경우 아쉽게도 설명서 번역이 안 되어 있지만 직관적이라 어렵지 않으며, 트럼프는 카드 짝 맞추기, 대부호, 인디언 포커의 3종으로 구성된다.
이 중 가장 먼저 해금되는 대부호의 경우 스티커를 얻기 위해서 레이나에게 세 번 승리해야 하는데, 대부호의 룰을 잘 알지 못 해도 다음에 낼 수 있는 카드를 알려주기 때문에 몇 번 반복 플레이를 하다보면 클리어 가능할 것이다.
코인 세탁소와 빗 속의 산책 이벤트까지 보고나면 또 다시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상이 흘러나온 후 레이나로부터 둘이 같이 있는 것에 싫증 났다면서 시부야로 가자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시부야 풍경과 에피소드 2 로고가 떠오른다.
가장 먼저 방문한 장소는 게임 회관이었는데, 현 시점에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DDR)을 오마주한 댄스 댄스 드림(DDD)만 이용 가능하며, 총 세 곡으로 플레이 할 수 있고, 바짱 파이터, 캐치 미 98 등 아직 점검 중인 게임들도 있다.
대성황 서점에서는 현재 세 권의 책을 고를 수 있는데, 먼저 구입할 것은 틀린 그림 천국으로, 클리어 하면 역시 스티커를 받을 수 있고, 10Q에서 의상을 구입하면 새로운 레이나의 모습과 함께 비주얼 노벨 식 이벤트를 볼 수 있다.
모 몬가 소프트에서는 게임 걸리에서 구동 가능한 메테오레인이라는 게임 외에 카드데루에서 캐릭터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홀로그램 카드가 나오면 스티커를 받을 수 있으며, 게임도 클리어 해봤으나 이쪽은 스티커를 주지 않았다.
여기까지 플레이 하면 다양한 미니 게임과 수집 요소, 레이나와의 여러 가지 이벤트로 인해 초반 인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본고에서 다루지 않은 시리어스한 내용의 메인 시나리오 같은 경우도 긴장감과 흥미를 돋운다.
허들이 되는 것은 초반 20분이다. 세기말 분위기와 전파계 감각의 대사를 좋아하는 이라면 괜찮겠지만, 불가해한 영상과 느린 템포를 싫어하면 패스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니 놓치기엔 아쉬운 게임이다.
|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