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 '나는 무엇인가' 에 대한 두번째 물음, 'ONTOS' 시연
지난 게임스컴 2026 현장에서, XBOX 비공개 세션을 통해 프릭셔널 게임즈가 제작하고 케플러 인터렉티브가 배급하는 어드벤처 게임 ‘ONTOS(온토스)’ 를 시연했다.
SOMA 가 고대 그리스어로 육체라는 뜻이었다면, ONTOS는 존재를 이르는 말이다. ‘온토스’ 의 핵심은 이번에도 ‘나는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고민의 연장선이다. 프릭셔널의 전작 ‘SOMA(소마)’ 는 이러한 주제를 굉장히 뛰어난 표현과 연출로, 몰입감 있게 매우 심도있게 다루는데 성공한 게임이었고, 플레이하고 리뷰를 쓴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게임으로 남았다. ‘온토스’ 는 그 정신적 후속작으로서 맥락을 이어간다.
게임의 시놉시스는, 주인공 아디티 아마니가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쫓아 달 기지로 향하며 시작된다. 달 기지 삼사라는 기이한 곳으로, 아버지의 친구 자이크 베라넥 박사가 총괄하며 괴상한 실험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여기에 아버지가 남긴 무엇인가를 쫓아왔다.
시연은 게임을 2시간 정도 진행한 구간에서 약 20분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선택지에 따른 서로 다른 결과를 볼 수 있도록 여러번 반복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시연 구간 내에서 아디티는 자이크 박사와 통신을 한 뒤, 크롬비라는 인원에게서 통행증을 받아 자이크를 만나기 위해 크롬비에게 가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크롬비가 하고 있는 괴상한 실험이 이번 세션의 주요 플레이 요소다.
아울러 게임 플레이 설명을 위해 해당 구간의 세부 내용을 모두 서술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물론 이번 시연 구간은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된 부분이기도 하다.)
기지의 풍경은 말그대로 달, 평범하게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세워진 기지 답다. 어쩌면 ‘소마’ 의 심해 기지와 그런 면에서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천장이 낮고, 좁고, 각 방은 격벽으로 막혀있고, 엘리베이터 같은 장치들도 모두 협소하다. 하지만 매우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적이며, 최첨단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간이 리프트에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좀더 큰 공간이 나오고, 여기서 유일하게 통하는 길을 따라 크롬비의 연구실로 향한다. 크롬비는 어떤 연구를 수행중인지 움직이지 않고 있고,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면 한쪽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의자에 앉아있는 크롬비는 머리에 전선과 플러그를 잔뜩 꽂고 맛이 간 상태다.
문제의 쥐 서버가 처음 드러나는 장면
쥐 서버 크롬비의 주장은 이렇다. 자신의 의식이 본체 크롬비에서 이 쥐 서버로 전이됐고, 다시 본체로 돌아가기 위해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하는 징후들이 많이 보인다. 크롬비의 본체는 말은 못하고 있지만 생체 징후가 뚜렷하고, 주변의 연구자료들은 이것이 정신 이동이 아니라 복제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이번 시연 자체가 여러번 반복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처음 기자는 크롬비-B 의 주장대로, 그를 다시 크롬비의 육신으로 집어넣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재현했다. 몇가지 퍼즐 요소가 여기서 추가된다. 화이트보드에 적힌 공식을 보고, 문양을 보고 문양에 맞는 크롬비 머리 위의 플러그를 뽑고 꼽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하고 나면 쥐 서버는 작동을 정지하고, 크롬비의 육신에 들어온 크롬비-B 가 크롬비로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고맙다면서 병원의 통행증을 준다.
그리고 이제 통신 콘솔로 가서 자이크와 다시 대화하면, 자이크는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고 크게 꾸짖는다. 즉, 자이크는 크롬비의 실험이 정신 이동이 아니라, 복제임을 알고 있던 셈이다. 이제 크롬비-A 는 완전히 소멸해버렸고, 크롬비-B 가 그 자리를 대체해버렸다.
다시 해보자. 세션을 다시 시작하여 이번에는 크롬비-A 를 유지하고 크롬비-B가 들어있는 쥐 서버를 파괴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쥐 서버를 파괴할 때에도 퍼즐과 순서를 지켜야만 한다. 그래야만 크롬비 본체에 위해가 없이 그를 다시 정신차리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크롬비-B는 비명을 지르며 말리고, 자신의 가설을 계속해서 주입한다. 쥐 서버가 차근차근 파괴되면 이제 그는 목소리를 잃고 완전히 작동을 정지해버린다. 그리고 쥐 서버에 정신이 연결되어 있던 크롬비의 육신과 크롬비-A는 정신을 차리고 플레이어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통행증을 내어준다.
그리고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 세번째 결과로, 어느 쪽이든 퍼즐을 풀어 조작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여 크롬비-A 와 함께 크롬비의 육신을 죽여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크롬비-B 는 돌아갈 육신을 잃은데에 절규하며, 그런 크롬비-B를 내버려 둔 채 통행증만 챙겨 떠난다.
모든 세션은 크롬비의 실험을 거치고 통행증을 얻어 자이크와 대화를 하면 종료됐다. 즉, 이번 시연을 통해 ‘온토스’ 가 전하고 싶은 바는 바로 이 크롬비의 실험에 있다. 복제된 자아 중에서 어느 쪽이 진짜인가? ‘소마’ 의 동전 던지기처럼, 정작 ‘온토스’ 의 사고실험은 ‘소마’ 에서 나아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소마’ 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똑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게 바로 ‘온토스’ 에서 이루어질 또다른 사고실험의 단서가 된다. 즉, 쥐 서버의 크롬비, 크롬비-B 를 살리는 쪽을 선택할 경우, 정말로 크롬비 본체로 크롬비-B의 자아가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즉, 단순히 복제가 될 뿐임에도 이를 편의적으로 ‘이동’ 으로 여기며 진실을 외면하던 ‘소마’ 의 주인공과 달리, 여기서는 실제로 정신의 이동이 이루어진다는게 핵심이다.
물론 몇가지 가설을 더 세울 수 있다. 정신의 이동이 아니라 크롬비-A에게 그저 크롬비-B의 기억이 전달된 것 뿐이라면? 그러나 기억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를 정의하고 판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매개가 아닌가? 한편으로 크롬비-A 가 쥐 서버로 정신을 이동시킨게 아니라 복제한 것을 보면 ‘온토스’ 에서도 정신의 이동은 허상일지도 모른다. 다만, ‘크롬비의 육신으로 돌아온 크롬비-B’는 확실하게 ‘소마’ 와는 다른 전개이고, 또다른 사고실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는 한편으로 다행이었는데, 아무리 ‘소마’ 의 정신적 후속작을 표방했다 하지만 이미 ‘소마’ 에서 깊이있게 다루었던,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 나름의 생각할거리를 주어 각자가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을 문제를 그대로 반복했다면 매우 실망스러웠을테니 말이다. 이처럼 ‘온토스’ 의 고민은 ‘소마’ 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지만 좀더 뻗어나간 형태라는걸 유추할 수 있었다.
게임의 주제의식 외에도, 여러모로 프릭셔널 게임즈의 플레이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상당히 높은 그래픽 품질의 향상을 엿볼 수 있었다. 게임의 조작은 조준과 클릭을 기반으로, 문을 직접 잡아(클릭) 열듯(드래그) 하나하나 직접적인 조작으로 이루어졌으며, 분위기와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몰입감을 잘 잡았다. 그래픽 품질의 향상은 프릭셔널의 고질적인 단점이었던 부분을 해소한, 좋은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또 폐쇄된 달 기지라는 특성을 매우 잘 살린 배경도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온토스’ 는 2027년 자막 한국어화를 거쳐 출시될 예정이다.
|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