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샤를롯데얄 해변
올 여름, 바사 근처의 휴양지에서 룬드가의 네 소녀가 사라졌다. 그들의 작은 뼈들과 했볕에 그을은 피부와 함께, 한 시대가 사라졌다. 6 킬로미터의 바람부는 해안을 따라 50년대에 수영으로 인기 높았던 곳들, 늘어선 탈의실들,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높은 갈대들이 늘어선 곳. 그곳은 노인들이 향수를 느낄만 한 곳이었다. 부모가 아이스크림과 버스표를 위한 2 레알을 아이들의 짧은 여름바지 주머니에 넣어주고 별 다른 걱정없이 아이들을 해변에 보낼 수 있었던 그 시기. 사람들은 걱정스럽게 머리를 흔들며 메시나, 그라드, 고트왈드에서 날아온 소식들을 아이들 몰래 수근거렸다. 그 소식들에서는, 매 주 누군가의 난로에서 작은 해골들이 발견되는 것 같았다. 매 주, 누군가의 딸이 30년동안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다가 도망쳐서는 거리에서 도움을 요청하며 울부짖는 것 같았다.
여기는 달랐다.
이곳에는 사회민주주의가 있었다. 부드러운 복숭아꽃같운, 적절하고 전보적인 사회민주주의 정책들은 사람들의 부서진 영혼을 치유했다. 사람들에게 숨기기 위해서 소형 점토 풍차로 위장된 환기 시스템을 갖춘 비밀 지하실을 만드려는 반사회적인 열망은 발붙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의 어두운 열망은 처마의 차가운 안개속에서 진정되었다; 머나먼 푸른 빙하의 숨결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병적인 생각을 얼려버렸다. 이곳 바사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보이던 어느 화요일 아침, 네 자매들 – 마즈(5), 애니-앨린(12), 매린(13), 그리고 샬롯 룬드(14) – 은 함께 수영하기 위해서 해변으로 갔다. 그들은 현금 2 레알과 네 벌의 수영복, 음식과 음료, 두 개의 큰 수건을 비치백에 넣어서 가져갔다. 오전 9시 30분에 바사의 교외에 위치한 로비사에서 말이 끄는 트램을 탔다. 트램 운전수는 정확히 그들을 기억했다. 20년이 지난 오늘날, 요양원에서 지내는 로랜드에게는 그 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하루중의 하이라이트였다: "가장 나이 많은 애가 모두의 표를 샀어. 샤를롯데얄까지. 40센트. 표 하나당 10센트. 만약 한 정거장만 더 갔다면, 요금이 20센트가 되었을거야. 아주 잘 기억해. 거기가 국영 라인이 시작되는 곳이고, 요금은 두 배가 됐을거야. 샬롯은 참 예쁜 애였어! 친절하고." 늙은이는 리드미컬하게 달싹거렸다. "난 전혀 몰랐지. 나중에 신문을 보고 알았어. 곧바로 경찰서로 찾아갔지. 한시가 급했거든."
10시 25분에 소녀들은 샤를롯데얄 해변에 내렸다. 착한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차례차레로 트램 운전사에게 인사를 했다. 그 날 아침 해안은 더웠고,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소녀들은 아이스크림 판매원 아그네타를 만났다. 아그네타는 20년전 아직 학생이었고, 여름 아르바이트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매린과 애니-엘린은 4개의 아이스크림을 샀다: 바닐라 두개, 라임 하나, 초콜렛 하나. 나머지 소녀들은 보이지 않았다. 했빛을 가리기 위해서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고, 블라인드가 쳐있지 않은 유일한 창문은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평일 아침이라 손님은 많지 않았고, 아그네타는 소녀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날은 매린이 가장 좋아하는 페퍼민트가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 평소와 달리, 소녀들은 아이스크림에 더해서 기름두른 고기파이를 세 개 더 샀다. 합계 1레알 50센트였다. 소녀들은 가게를 나갔고, 아그네타는 카운터 옆의 창문으로 한 남자가 소녀들과 같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그네타는 남자에 대해 그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나이, 신장, 옷차림이 어땠는지, 사람이 더 있었는지, 심지어는 남자가 확실하기는 한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곳이 소녀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였다.
이틀전에 교육부장관으로 취임한 앤-마가렛과 종이회사 사장인 칼 룬드의 네 딸들은 사라졌다. 언론들은 이 사건에 일년내내 매달렸다. 모든 사소한 부분까지 다루어졌으며, 룬드가 소녀들은 전국적인 기억으로 각인되었다. 실종사건 자체는 레알 통화권에서 가장 유명한 미해결 사건중 하나가 되었다.
6시가 되기 5시간 20분 전인 약 12시 40분경, 소녀들이 집에 돌아왔어야 했던 시간,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게로부터 30분 떨어진 거리에서 세 소년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 햇살이 스트립 커튼을 뚫고 들어와 거실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소년들은 두 소녀의 급우였다. 키가 큰 주근깨 소년이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어서 전화해. 빨리." 뒤에서 금발 소년이 외쳤다.
"우리가 계획한 시간보다 세시간이나 더 일찍 전화하면 좋지않을 것 같은데."
뚱뚱한 릴마라 출신 아이가 큰 소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정말, 테레즈, 전화해. 뭔가 잘못됐어."
"알았어, 알았어." 테레즈는 말하고는, 손가락을 다이얼에 집어넣었다.
시간의 가장 끔찍한 소음, 세상에서 가장 격렬한 소리가 시작되었다. 거실은 더 이상 황금빛이 아닌, 깊고 깊은 창백이었다. 모든 것이 멀게만 느껴지더니, 공허의 공포(horror vacui)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02. 동창회
이나얏 칸은 모스(러시아 및 기타 슬라브 국가에서 인기 있는 과일 음료로 베리, 특히 링곤베리와 크랜베리, 때로는 빌베리, 딸기, 라즈베리 등으로 만든다. 탄산이 없으며 베리를 설탕, 레몬 주스와 혼합한 후 끓여서 만든다. 순수한 주스와 설탕물로 만들 수도 있다.) 한 잔을 들이켰다. 분홍빛 액체 한 방울이 그의 턱에서 넥타이로 떨어졌다. 양복은 잘 맞지 않았고, 버튼은 떨어져 나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그는 바보같아 보였다.
[밝은 파랑 넥타이를 한 뚱뚱한 바보로군.] 그는 생각했다. [오지 말았어야 했어.]
[가서 친구들을 만나보렴! 저게 누구라고? 저건 폰 페르센이네. 좋은 녀석이지. 그리고…]
[저녀석은 내 친구가 아니에요. 미친 테러리스트였다구요. 난 저 오만하고 건방진 놈을 경멸했어요.]
[…괜찮은 남자가 된 것 같은데…]
[무자비하고 사악한 출세지향주의자이자 인종주의자가 되었지요. 저 녀석이 날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해요. 저 녀식이 날 뭐라고 불렀는지 말해줄까요, 엄마?]
[…그리고 테레즈하고 제스퍼! 제스퍼도 지금은 유명인사가 됐지…]
[낙타똥. 엄마, 저 녀석은 나를 낙타똥이라고 불렀다구요.]
칸은 자기 테이프가 판독기를 가로질러 미끄러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플라스틱 디스크가 기계안에서 매혹적으로 회전함에 따라, 자기장은 느린 음악으로 변환되었고, 빛의 점들은 강당의 벽과 바닥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하늘의 별들이나 깊은 바닷속 해파리 떼를 보는 것 같았다. 빛의 점들이 매린 룬드의 백색 드레스에서 춤을 추었고, 그녀의 허리를 감싼 그의 손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뭐라고 했지? 시간이 느려지면서 음악이 사라지고, 매린 룬드의 짙은 녹색 눈동자는 칸의 변증법적 유물론 뿔테 안경에 반사되고 있었다.
나를 여기 있게 해 줘...( Hålla mig här…)
"음…" 아마도 옆반이었을 여자가 어떤 남자옆에 멈췄다. 그녀는 무언가를 얘기하기 시작하더니 과자를 집으려고 했다. 아무도 칸 주위로는 오려고 하지 않았다. 칸은 혼자였고, 바지정장을 입은 여자는 무심한 듯 보였다. 그냥 그렇게 서 있을 수는 없었으므로, 뭔가를 해야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마술펜을 꺼냈다. 펜에 인쇄된 사마라 인민공화국 상임위원장인 사푸르마트 크네진스키가 카메라를 향해서 따뜻한 흑백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왼쪽에는, 쥐의 얼굴을 한 남자가 비밀결창의 검은 가죽잠바를 입고 선박 난간에 기대고 있었다. "사라져라, 정치위원!" 칸은 외치고 나서 펜을 뒤집었다. 쥐의 얼굴을 한 남자는 사라졌다. 견디기 힘든 자아비판을 비굴하게 해야만 했던 우호톰스키와 함께, 오직 인민공화국 상임위원장인 사푸르마트 크네진스키만이 남아있었다. 정치위원이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이제는 정치위원에 가려 있던 교각의 일부분을 볼 수 있었다.
"재미있네." 바지정장의 여자가 어깨너머로 바라보았다. 칸은 앞머리에서 걸리적거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여전히 쥐고 있는 팬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치위원은 있으라, 정치위원은 사라져라."
칸의 이중턱 얼굴에서 잠시동안 미소가 깜빡이다가 사라졌다. 칸은 크고 서글픈 눈으로 이제는 어른이 된 이들의 왁자한 모습을 지켜보았다. 56년 동창생들은 서로 부르고 악수를 하고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치위원은 있으라, 정치위원은 사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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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자가 넓은 방의 마루바닥에 앉아 있었다. 갓 칠한 마루 위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금발이 그의 이마위로 늘어져 있었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 곱고 하얀 손을 맞잡고 있었다. 남자가 올려다 보자, 천장까지 닿은 창문을 통해 방 내부의 모습이 그에게 반사되었다. 그의 뒤쪽, 희미한 빛 속에서 디자이너의 미니멀리즘 양식 가구, 석재 조리대, 두 개의 아날로그 스피커가 검은 오벨리스크처럼 서 있었다. 고독한 정신이 방을 채웠다. 베이지색 페르세우스 블랙 외투가 옷걸이에 걸려 있었고, 신발장에는 3000 레알 상당의 흰색 스웨이드 신발이 걸려 있었다.
그가 전등 조절스위치를 조작하자 빛이 희미해졌다. 방에 반사되던 빛은 사라지고, 천장까지 닿아있는 창문 밖에서는 양치식물의 바다가 시작되었다. 짙은 녹색 빛이 전나무 아래 어둠속으로 희미해졌다. 보통은 앉아서 음악을 듣고는 했으나, 오늘밤은 너무 조용해서 양치식물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패턴까지도 구분할 수 있었다.
제스퍼 드 라 구아르디는 20대에 동료 사상가들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릴다드 최소 디자인 언어를 개발하면서 코카인을 즐겨했다. 그들은 함께 건축가 조합 카페와 유명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을 오가며 미래를 발명한 것에 대해 서로 축하해주고 생수를 홀짝였다: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다음 세기에 인간의 시각적 인지를 정의할 이미지 언어를 실현할거야." 그리고 "언젠가 나는 그에 대해서 책을 쓸거야! 무색무취의 인간은 악인이고, 악은 무미건조해. 그렇다면, 상상할 수 없을만큼 단순하고 깔끔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수 있지 않을까?"
코카인은 머지않아 유행이 지나갔지만, 생수는 남았다. 제스퍼는 한 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브이넥 스웨터의 타이를 바로하고는, 전화기를 들어 택시를 불렀다.
전나무 아래 콘크리트 상자의 가로등은 택시가 제스퍼와 함께 깊은 숲속으로 사라짐에 따라 꺼졌고, 연소된 연료의 구름을 남겼다. 남겨진 집에서 유리벽 속의 전화기가 울렸다. – 비상하게 아름다운 목재 테이블위의 하얀 전화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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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웠다.
국제연합 경찰요원 테레즈 마체젝은 마그네슘 홀에서 기차에서 내렸다. 꾸준히 내리는 비는 객차의 강철 기둥을 빛나게 했다. 빗방울은 플랫폼 위쪽 하늘에서 밧줄에 매달리다가 떨어지면서 탑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증기가 객실 밑 뜨거운 자석에서 솟아오르고, 플랫폼의 아스팔트 위를 일렁이는 구름속에서 표류했다. 마체젝은 차장에게서 여행가방을 건네받아 군중과 함께 기차역 건물로 이동했다.
유료전화의 금속 슬롯으로 동전이 떨어졌다. 신호음이 울렸고, 국제연합 경찰요원은 인사말을 연습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그의 뺨과 콧날의 주근깨는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졌고, 그의 얼굴은 언제나 찌푸린 채였다.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트램을 타기로 결심하고 가방에서 주소를 꺼내 들었다.
마그네슘 홀의 검은 윤곽이 도시 위로 솟아있었다. 빛나는 엘리베이터 승강기가 민들레 우산처럼 바사까지 하강하면서 내려왔다. 그 중 하나에 탑승해서, 마체젝 요원은 북유럽 국가의 유일한 대도시가 그의 발 아래에서 빛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엘리베이터 창문에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저 멀리에서는 북해의 낮고 평평한 도시가 빛의 군도로 녹아들었다. 텔레풍켄의 가느다란 돗대만이 토성같은 녹색의 빌딩 숲 위로 솟아올라와 있었다. 거기에서는 오토바이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자전거의 무리가 꿈처럼 흘러다니고 있었다. 상업중심지인 쾨니그스말렘과, 그 아래쪽 이민자 지구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아스팔드 위로 흐르는 살렘이 있었다. 말이 끄는 트램은 놀이터의 지붕 아래에서 나타나 경사면을 오르다 녹색 밤나무 아래에서 덜거덕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사라졌다. 선로는 로비사에 있는 수십, 수백개의 공원에 뻗어 있었고, 조용한 침엽수림으로 이어지는 대학 건물들과 사회주택단지로 이어졌다. 저 멀리 교외의 불이 꺼지고, 마체젝은 피서지와 텅 빈 해변과 소나무 숲에 내리는 비를 느낄 수 있었다. 거기서부터 진짜 카틀라가 시작되고, 어두운 산등성이, 개활지, 계곡 너머로 9월 말이 되면 벌써 겨율의 궤도(겨율 궤도는 우리 세계의 북극권과 유사한 경계를 의미한다)로부터 얼어붙은 바람이 다가올 것이다.
놀이터 건물의 지붕 밑에서 밤나무 잎이 대기실로 흩날렸고, 소녀가 아기같은 목소리로 경로 번호를 안내하면 확성기를 통해 반복되었다. 건물 구조물은 반향을 되돌렸다. 대기실 유리창과 말이 끄는 트램의 창문에 나뭇잎이 달라붙었고, 공기는 거름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연합경찰요원은 서류가방을 손에 들고 붐비는 마차에 올라 탔다. 서류가방 위에는 연합경찰의 상징인 이솔라의 윤곽이, 날아오르려는 맹금류처럼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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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탐정이야." 칸은 거짓말을 했다. 그는 사립탐정이 아니었다. 사립탐정은 환상적인 결합이었다. 부모님 지하실에서 실종 기념품 수집가로 활동하는 경험에서 얻은 비만과 기름진 머리카락과 함께, 그보다 더 우수한 급우였던 국제연합경찰의 실종전담반 요원 테레즈 마체젝을 섞은 것이었다. 이 환상적인 결합은 이미 여러차례 유효함이 입증되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미안, 뭐라고 했지?" 바지정장을 입은 여자는 산만했다.
"사립탐정.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실종자를 찾고 있어. 경찰과 법 집행기관이 포기하면, 친구나 가족, 대다수의 경우 가족이 나를 찾아와. 그러면 나는...나는 최선을 다 하지." 한쪽에서는, 스벤 폰 페르센이 경영학을 주제로 위트있게 이전 담임을 흉내내고 있다. 그가 노란 피부와 이국적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낙타똥으로 부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 할 것이다.
"아..." 그가 칸에게 돌아선다. "아직도 그 애들을 찾고 있군."
"그래, 맟았어. 처음엔 그랬지. 사실이야. 하지만, 실마리 하나를 찾게 되면 다음 실마리로 연결된다구." 밝고 푸른 넥타이의 칸은 땀을 흘리고 있다. 인내심을 잃고 있다. "그래서 뭐. 들어 보라구! 여기 대화 주제의 절반은 그 얘기야. 너는 관심 없다고 말하지 말라구."
"우선, 여기 대화 주제의 절반이 그 얘기라는건 틀렸어. 너는 그럴걸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 두 번째로, 물론 나는 관심있어. 나는, 뭐라고 할까, 모든 것이 슬퍼."
"무엇이 슬픈데?"
"이 주제 말이야. 사람들은 아직도 그에 대해 이야기하지. 매린이나 애니처럼 생긴 어떤 여자를 봤다는 등등의 얘기가 아직도 신문에 실려."
"좇까."
간식 테이블 주변의 사람들이 말을 멈추고는 칸과 폰 페르센을 쳐다보았다. 바지정장을 입은 여자는 당황해서 시선을 돌렸다. 변증법적 유물론 안경을 쓰고 땀을 흘리는 칸은 프레첼의 남은 반쪽을 입안에 밀어 넣고 드레스 룸 쪽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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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앞 밤나무가 바람에 흔들렸다. 나뭇잎은 계단, 복도와 진흙 웅덩이 위로 날아다녔다. 차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멈추자 물웅덩이 표면이 반짝였다. 택시 문이 닫히고, 3000 레알 상당의 흰색 스웨이드 신발 한 켤레가 웅덩이로 내려섰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웅덩이에서 세 걸음 물러나며 욕설을 내밷었다. 그는 신발에 튄 진흙에 화를 내며 서류가방을 팔에 끼고 계단을 올라 로비로 향했다.
안쪽은 따뜻했으며, 접착제 냄새가 났다. 제스퍼는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로비를 가로질렀다. 그는 웃고 있는 자원봉사자에게서 이름표를 받아서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
"서로 알아볼 수 있도록 가슴에 달아야 해." "알았어." 제스퍼가 말했다. 이름표를 주머니에 넣은 채였다.
졸업앨범의 개인사진과 학급 사진들이 늘어서 있었다. 여덟번째 사진의 B열. 머리가 어깨보다 너무 크고, 짧은 머리카락이 귀 뒤로 빗어져 있는 금발 소년의 사진. 그 왼쪽에는 과체중의 릴마라 이민 소년이 잘 맞지 않는 넥타이를 입고 있었다. 키가 작은 칸이 카메라 너머를 흐릿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뒷줄의 키가 크고 주근깨가 있는 코이코(한국어 역자주: 그라드 특히 지엠스크 출신을 부르는 멸칭. 현재는 멸칭이 아닌 거의 일반명사처럼 쓰인다)는 덜 후즐근하게 보이도록 그에게 안경을 벗으라고 제안했었다.
그의 눈길이 여덟번째 B 열을 따라서 천천히 움직임에 따라 불안감도 커져갔다. 그의 상상이 이어졌다. 소녀들의 줄 중간 어딘가에서, 마치 거대한 수소 핵융합 반응처럼 머나먼 별자리 모양으로 번쩍인다.
제스퍼의 스케치가 디자인 책자의 표지에 화려하게 등장한 것은 8년 전이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여전히 다른 두 명의 선구자들과 공유되어야 했지만. 사진속에는 세 사람이 대형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파는 푹신했고, 파켄가프의 노래가 재생되고 있었으며 모두의 아래에는 "선구자", "미래", "정교함" 등이 적혀 있었는데, 그는 그것들을 아직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두 시간 후, 제스퍼는 머리끈을 손에 든 채로 동창들 사진과 신문 스크랩의 무더기 위 윤기나는 사각의자에 홀로 앉아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문비나무를 흘끗 바라보고는, 빗속의 숲냄새가 사라졌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했다. 머리끈은 "가정용 쓰레기" 상자에 넣어져 있었고, 소녀들에 관한 서류철은 "포장"되어 있었다. 제스퍼는 방 한가운데서 깊게 숨을 내쉬었다. 충분해. 지금은 이걸로 됐어.
그렇지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왜 여기에 없을까? 왜 아무도 여기에 없을까? 실망한채로 제스퍼가 모든 사진을 제대로 보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서고 있었을 때, 갑자기 34세의 남자는 로비 한가운데에 멈춰섰다.
이 남자는 아직도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한국어 역자주: 제스퍼의 어머니는 제스퍼 몰래 머리끈과 소녀들에 관한 서류철을 버리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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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이른 봄
어린 이나얏 칸은 얇은 얼음이 덮힌 진흙 웅덩이에 머리부터 처박혔다. 그의 순록 모직 스웨터는 진흙투성이가 됐고, 코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대로 누워있으라는 수많은 경고와 제안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천천히 불안하게 일어나다가 다시 한 번 넘어지고 말았다. 마침내 겨우 몇 미터 거리의 스벤 폰 페르센과 마주하여 일어설 수 있었다. 얼굴에 마른 진흙이 묻은 채로 어색하게 싸울 자세를 취했다. 그의 주먹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떨리고 있었다.
"야, 이 녀석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폰 페르센이 다시 시작했다.
비열한 꼬마 한 녀석이 칸이 뭐라고 했는지 알면서도 물었다. "뭐라고 했는데, 스벤?"
스벤은 거리낌없이 대답했다: "이 녀석이 매린의 집에 가서 그녀와 키스했다고 했어. 거머리같은 칸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서 키스했단걸 누가 믿겠어!"
웃음이 퍼지고, 좀전의 비열한 녀석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런 끔찍한 거짓말을 왜 하는 거지? 이건 네 잘못이야!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건 네 잘못이야. 그런 끔찍한 거짓말을 매린이 듣는다면 좋을 것 같아? 응? 그래?"
분노의 눈물이 순록 스웨터를 입은 소년의 뺨에 줄을 남겼다. 어제 방과후에, 칸은 그의 상상력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다. 그건 끔찍한 실수었다. 태양이 구름 뒤어서 나오고, 그는 약 10미터쯤 떨어진 관중 사이에서 매린 룬드의 금발이 후광처럼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혔다. 장녀인 샬롯이 매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봄 잠바를 입은 등을 돌렸다.
"네 스웨터에 뮈시냐, 낙타같은게 그려져 있어야 하는거 아냐?" 칸이 폰 페르센을 향해 필사적으로 돌진하자, 휘어진 칼날같은 외침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울려퍼졌다.
비록 약간 미끄러졌지만, 그는 아미스타드의 서사적 영웅 라무트 카르자이의 날카로운 창이 적의 가슴을 꿰뚫는 것을 상상하면서 덤벼들고 있었다.
거리가 줄어들면서 원시적인 충돌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그의 시야 한 쪽 구석에서, 그를 멈춰세우는 미지의 요인을 발견했다. 다른 손이 폰 페르센의 경직된 가슴에 정지 표시처럼 들려져 있었다.
이마에 금발이 흘러내리는 제스퍼는 팔을 쭉 뻗은 채 껌을 바닥에 뱉고는 끼어들었다. "뭔 상관이야, 스벤. 지랄하지마." 칸이 제스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자, 그의 긁힌 빰과 코에 묻은 피로 제스퍼의 어깨가 더러워졌다.
그렇게 셋은 잠시 서 있었다. 종이 울렸고, 점심시간이 끝났다. 운동장은 텅 비었고, 제스퍼는 손수건으로 그의 어깨를 닦았다. "그래서, 매린과 키스했어 안했어?" 그가 물었다.
"안했어. 그렇지만 집까지 같이 간 건 사실이야. 그리고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키스할 정도로 잘 되진 않았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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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같은 셔츠잖아! 칸, 같은 셔츠가 아니라고 말해줘!" "제스퍼!"
이제는 성인이 된 두 사람이 휴게실에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악수를 나눈다. 제스퍼의 희미한 미소에는 따스함이 담겨 있다. 그가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내가 좀 무레했지. 이젠 알겠어 - 내 잘못이야."
칸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의 친근한 이중턱에는 면도한 지 이틀된 수염이 자라있었다.
"난 오만한 놈으로 보였을거야." 제스퍼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음에 무슨 말을 할 지 잠시 생각했다. "소식이 있어. 새로운거야." 그는 그의 서류철을 가리키며 칸을 의문스럽게 바라보았다. "그 동안 야바위꾼이라도 된거야?"
"난 언제나 끝내줬다구."
동창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칸은 그의 자켓을 받아 들고 문으로 향했다.
"봐, 사라져라 정치위원!"
"나쁘지 않군."
"너를 위한 특별한 버전도 있어. 같은 사진이지만, 뒤집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어떻게 되는데?"
"우호톰스키도 사라진다구! 비둘기 한 마리도. 우호톰스키에게 약간 가려졌던 놈 말이야." "아니면, 비둘기 반쪽이 허공에 매달려 있겠군." "맞아."
빗방울이 마체젝 요원의 우산에서 떨어졌다. 안개가 우산 그늘에 떠돌다가 바람속으로 사라졌다. 아스트라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남자는 지도를 접어서 서류가방에 넣었다. 그의 앞에는 고등학교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고, 두 남자가 그를 향해서 은색 비의 장막을 뚫고 달려오고 있었다. 회색 생선뼈 무늬 코트를 입은 코이코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는 연합경찰이 흔히 그러듯이 거대한 우산 아래 공간을 만들었다.
"그녀석 사과했나?"
"사과했어." 칸이 제스퍼에게 대답했다.
"분위기는 어땠어?" 마체젝이 학교건물을 가리켰다.
칸은 고개를 저었고, 제스퍼가 덧붙였다: "대신에 도시쪽으로 가자. 갈 만한 곳이 있어. 새로 열은 데야."
거대한 우산을 쓴 세 남자가 멀어지면서 곧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은빛 커튼 속으로 친구들이 사라져 가면서 멀리서 울리는 종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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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스테레오 8 형식 테이프가 자기 판독기에서 딸깍거렸고, 바늘이 작은 등불 밑에서 12 데시벨을 치고 있었다. 음악의 비트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고, 코카인보다 훨씬 현대적이었다. 혹은, 누가 알겠는가. 평가하기 어렵다. 음악의 비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사 녹음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비트는 오란예 이민자로 추정되는, DJ이며 음악 제작자인 일군의 사람들, 반쯤은 신화가 된 파켄가프가 만들었다. 그러나 코카인은 미지의 창백을 가로지르는 해적선으로부터 왔다. 코카인은 혁명을 꿈꾸는 노예와 소총을 들고 들판을 지키는 노예감독관이 생산했다. 파켄가프는 소녀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소년들이 황홀함을 느낄 수 있도록 비트를 만들었다. 마체테를 든 노예는 라 푸타 마드레가 그의 가족을 처형대로 보내지 않도록 하려고 코카인을 생산했다. 6개월동안 코카인은 이르말라 고산 고원의 황금빛 태양 아래서 익었다. 수천 킬로미터의 날개를 가진 세계 독수리가 청록색 하늘에서 태양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것 같았다. 비트는 30초동안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정말 끝내줬다.
...파렌가프는 방탕한 정신을 유혹했다. 그의 음악은 천사처럼 하얀 날개를 갖고 있었지만, 믹싱 장비 뒤에 웅크리고 있는 DJ의 귀에 닿은 그의 숨결은 뜨거웠고, 계피와 원초적인 악의 냄새가 났다.
맙소사, 콧속이 황홀하게 마비되는군. 맙소사, 비트가 물속에서 나오는 곳이라니, 정말 끝내주는군. 정말 슬퍼. 점점 치열해지는군. 정말 멋지지 않은가?!! 잡지표지에서 나는 너무 멋져보여. 나는 어두운 방에서 빛나는 수직 빛의 기둥이야. 그게 전부야. 전부 거기에 있어, 알겠지?
다기능 테이블 뒤 제스퍼의 하얀 사각 소파에 앉은 손님들은 세계전시회에 대한 인상을 주고받았다. 샴페인-사회주의 잔이 부딫혔다. 제스퍼는 희귀한 알비노 수탉처럼 홀로 춤을 추었다. 오른손의 물병으로부터 진줏빛 방울이 튀어 창문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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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간 시대처럼, 바사의 거리는 택시 창밖에서 흘러간다. 크고 검은 말 한마리가 이를 악물고 콧구멍으로 숨을 몰아쉰다. 연합경찰요원의 부서진 마음에 달콤한 무언가가 스며든다. 어둠속에서 비가 그치고 젊은이들이 천천히 우산을 접는다. 지하철 입구, 친숙한 지명. 자전거를 탄 어느 소녀가 노란 가로등이 피어오르는 골목길을 향해서 방향을 튼다. 찻길에서 인도까지, 빌딩과 문닫은 상점의 창문에 반사된다. 도시가 흘러가면서 석조 틈 사이가 반짝이고, 어린 소년이 지나가는 차창에서 마체젝에게 손을 흔든다.
퀘니그스말름 다리위에서, 지나치는 가로등은 점선이 된다. 고급 주택가의 회색 실루엣이 물 위로 솟아오른다. 테레즈가 어린 시절 바사에서 살던 곳이다. 모터 캐리지 앞유리 앞쪽에는 20년 전 의심스러운 평판을 얻었던 섬 지역이 시작된다. 제스퍼가 설명하기를, 조심스러운 개발과 환상적인 갤러리를 통해서, 외스터말름 다음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이 된 곳이다.
"부르주아의 낭만이란 거군?"
택시 미터기가 틱틱거렸다. 제스퍼는 테레즈의 말장난을 못 들은 것 같았다.
"이제 말해봐," 칸이 갑자기 지역 개발이라는 주제를 동창회로 바꿨다.
"프로젝터가 필요해. 테이프도 있는데, 시네마 카페에 도착하면 말 해 줄께." "하지만 머리끈은 보여줄 수 있잖아." 테레즈가 애원했다.
"그만 해. 지금 가지고 있지도 않다구. 버려버렸어. 우리 모두에게 참 이상한 시기야..."
칸의 얼굴에 교활한 미소가 떠올랐다: "제스퍼, 비싸게 굴지 말라구." "그래, 비싸게 굴지마, 동창들에게 보여줘." 제스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싫어."
잠깐의 침묵이 지나갔다. 도로 위의 바퀴 소리, 방향 지시등의 딸깍소리. 칸과 테레즈는 서로를 바라보며 낄낄 웃었고, 제스퍼는 무심한 척 창밖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에 그는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페르센에게 무슨 얘기를 했어? 탐정 얘기?" "머리끈! 제스퍼, 머리끈을 보여줘!"
체념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페르세우스 블랙 오버코트에 손을 넣어 반지 상자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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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슬프다. 펑크(funk)에 대한 이야기 한토막! 창문 아래서 젊은 부동산 개발업자의 사진작가 아내와 함께 미학과 미래주의를.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이대로 일 것 같은, 평범함은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노 스피커에서는 여가수가 사랑에 빠졌다고, 사랑에 빠졌다고, 사랑에 빠졌다고 수 천번을 노래하고 있었다. 창밖에는, 차갑고 축축한 양치식물 사이로 아침 회색빛이 물들어갔다. 예전의 감정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그 노래는 제스퍼에 관한 것이었다. 이제는 그저 그런 노래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다시 해야 할지도. 했지만 기분이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모르겠다, 계속 해야 했는지도.
1분후, 방 중앙의 희뿌연 회색 불빛속에서, 이제 막 출세한 제스퍼 드 라 구아르디의 26살 버전이 서 있었다. 그의 커피색 셔츠는 풀려 있고, 콧날은 빨갛고, 입은 비웃고 있었다.
"파티는 끝났어. 집에 가."
파렌가프는 너무 시끄러워서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가 스테레오 8 포맷 테이프 재생기의 정지버튼에 그의 손가락을 올리자, 대형 스피커는 갑자기 소리를 멈췄다. 사람들의 머리가 그를 향했다.
"파티는 끝났어. 집에 가, 머저리들."
옷과 핸드백을 어색하게 찾는 사람들을 보며 제스퍼는 흐릿한 눈으로 무시무시하게 경멸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스퍼의 어깨를 두드린 동료는 너와의 관계는 끝이야라는 표정을 되돌려받았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사진가 아내는 집앞의 무리에 살짝 뒤쳐졌다가 콘크리트 큐브로 되돌아왔다. "내 구두!" 거짓말이다. 끈 샌들을 신은 긴 다리, 발목에 감겨있는 은색 사슬. 제스퍼는 부엌 구석의 쓰레기 봉지 더미에 올라앉아 있었다. 그는 사과 심과 빈 물병, 수제 파스타 종이봉지 더미 사이로 부동산 개발업자 아내의 친절한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안개낀 9월 해변이 반사된 제스퍼의 눈은 그가 관심 없음을 나타낸다. 유감입니다 - 천만에요. 바람에 높은 갈대가 바스락거리고, 회백색 하늘 아래에는 탈의실 그림자가 줄지어 서 있다. 네 소녀가 모래사장을 달리다 허공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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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오른손에 연핑크색 머리끈을 들고 있다. 칸은 코 밑으로 반지 상자를 가져와 제스퍼를 올려다본다. 걱정으로 그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멈춰선 차는 덜덜거렸다. 택시 운전사는 승객석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남자들의 표정을 보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향기가 사라졌어." 칸이 말했다.
"알아."
"뭔가 잘못됐어."
"알아."
[잡담] [신성하고 끔찍한 공기] 01. 샤를롯데얄 해변 02.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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