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신성하고 끔찍한 냄새
지금 공중에 떠다니는 이 신성하고 끔찍하며 파악하기 어려운 냄새는 무엇인가? 내 이름은 암브로시우스 세인트-미로. 현지인들은 나를 "암브로우시우스 파이헤-미래"라고 부르고 그라드에서는 "스브야타-미라"라고 부른다. "할아버지?" 그들은 애정 어린 눈을 크게 뜨며 묻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난 여러분의 할아버지가 아닙니다." 나는 암브로시오 하-지아미라에 있는 메스쿠 출신의 암브로우시우스 산타-미라이다. 나는 신성한 세계의 암브로시아이다. 당신은 나를 선택했고, 당신의 삶과 생각, 마음의 빗장을 열고 나를 받아들였다. 밤에 잠이 들었을 때, 그리고 다음날 아침 대중교통 창밖으로.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다툼도 없고 선택할 편도 없다. 의심의 시간은 끝났다.
나는 시대의 전환점마다 한 번씩 존재를 드러낸다. 내가 존재를 드러냈을 때 같이 시대를 호흡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나는 순결하고 이제 당신도 순결하다. 당신의 결정은, 옳은 것이거나 틀린 것이다. 나의 결정은, 그저 결정일 뿐이다. 당신에게 신이 여전히 흥미로운 것으로 여겨졌을 때, 나는 피우스 페리카르나소스였다. 나는 에르노 파스테르나크였다. 당신은 배신당하고 학살당하길 원했다. 나는 당신이 파스테르나키아의 찬가를 부르게 했다. 그것이 나의 존재와 나의 불필요했던 전쟁이 치열한 이유이다. 그리고는 당신은 나를 미워하기를 원했다. 나는 프랑코네그로였고, 당신은 민족주의자였으며, 당신은 국제적인 규모의 지하경제와 군국주의를 원했다. 공장에서 일하고 하나님을 섬기고 싶어했다. 그리고 중세 건축물의 콘크리트 아치 밑에서 살기를 원했다. 당신이 보기에 나는 돌로레스 데이라는 여자였다. 나는 아름다운 가슴을 가진 완벽한 어머니가 되기를 원했고, 내가 젊은만큼 당신도 젊었다. 당신은 사랑에 빠지기를 원했고, 나는 그렇게 하도록 했다. 인본주의, 르네상스, 서로에 대한 존중. 나는 당신을 학교로 보냈고, 언어를 가르쳤다. 당신은 내가 지겨워졌고, 나는 죽었다. 당신은 내가 없는 세상을 원했다. 그리고나서 나는 손을 포개고 앉아서 무심하게 당신이 일으킨 쿠테타를 지켜보는 소녀, 순결자 솔라가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오, 직접 하세요, 실수를 하고요, 거기서 아무것도 배우지 마세요."
나는 시민이 되었다. 나는 나라에서 나라로,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여행하며 내 생각을 당신들에게 소개했다. 내가 가는 곳마다 나는 당신을 냉소주의와 허무주의로 감염시켰다. 라디오에서 나는 모든 것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모든 것이 어떻게 같은지 얘기했다. 대통령, 왕, 왕자, 군주 모두가 나를 두려워했고 누구도 나를 그들의 세력권에 두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출판사, 대형 스크린, 토크쇼에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점에서 책에 사인을 했더니 인기가 있었다! 당신은 굴복했다. 그리고 라디오에 나가서 이야기를 했더니 시청률이 올랐다. 나는 정말로 인기가 많았다. 고마워요,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했어요. 그들은 나를 그들의 토크쇼에 초대했고, 거기에서 나는 인간의 이상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당신도 옳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재치 있게 계속 듣고 웃었다. 당신은 온 가족을 라디오 주위에 불러 모아 내 이야기를 함께 들었고 당신이 실제로 얼마나 특별한지 깨달았다. "나도 슈퍼모델 여자친구를 가질 수 있어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고독을 선택했어요. 그건 부르주아적입니다. 친애하는 슈퍼모델님, 물론 저는 당신과 함께 밤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것이고, 당신은 코카인에 취해서 연처럼 하늘 높이 올라갈 것이고, 나는 우유가 가득한 피펫을 당신의 엉덩이에 꽂고 그것이 분출되는 것을 지켜볼 것입니다. 물론 나도 그럴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내가 아닐 거예요. 그것은 내가 믿는 모든 것에 위배되니까요."
하지만 그건 쇼일 뿐이다. 그것은 당신이 나를 선택한 이유가 아니다. 질문한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지금 공중에 떠다니는 이 신성하고 끔찍한 냄새는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정도로 약하지 않으며, 오만하지 않다. 나는 당신 마음속 비밀의 끔찍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아는 척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끝에서 내가 보여줄 것이다. 나는 세상을 한 겹씩 한 겹씩 찢어버리고 싶다. 이번에는 속임수나 비유로써가 아니라 현실 정치로써. 나는 공격한다. 먼저 레바숄, 그 다음은 그라드, 그리고 더 멀리. 결코 끝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하나씩 열어제낀다. 그리고나서 나와 함께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다 죽고, 창백이 온 세상을 휩쓸 때, 그곳이 당신 스스로 죽을 수 있는 종착역이다. 당신의 자유 의지로 전진하라.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을것이다. 나는 세계를 대피시키고 있다. 우리는 과거로 생방송을 할 것이다. 당신은 종합병원 앞 공원 벤치로 돌아올 것이다! 당신들 모두는 행진을 하고 있고,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의 친구들은 눈 덮인 도시에서 옷깃을 치켜올린 채 광장을 가로질러 온다. 엔트로피적인 재앙의 기억만이 이 세계에 남는다.
당신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눈을 뒤집어 머리속을 똑바로 쳐다봐도 말할 수 없었다. 유령, 그녀는 모든 잃어버린 장소,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는 당신에게 그 유령을 가져가라고 주는데, 그녀는 당신의 손바닥에서 신성하고 끔찍한 냄새가 나고, 지금 나는 당신의 얼굴에 그녀를 문지른다. 그녀, 창백은 색색으로 물들어 익어 가고, 끈적한 균열에서 새어나온다. 내가 중간 주파수로 장막을 열면, 과거에 잃어버린 끔찍한 색깔이 모두 튀어나온다.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
이것이 허무주의가 이끄는 곳이다. 이것은 더 이상 변화할 수도 없고, 피해야 할 미래도 아니다. 여기까지다.
전 세계는 엔트로피적인 재앙의 직접적인 영향에 들어와 있다.
10. 잘 자, 애니
제스퍼가 교외에 있는 그의 집에 도착했을때 불은 꺼져 있었다. 그는 어둠속에서 돌아다녔고, 그의 눈이 어둠에 적응되어감에 따라 가구의 윤곽이 점점 드러났다. 그는 신발도 채 벗지 않았다. 집안은 깨끗하고 조용하며, 넓은 유리창의 절반 이상이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누구가가 테레즈의 침대를 준비했다. 연합경찰이 토한 양동이도 치워지고, 세공 마룻바닥은 윤기가 났다. 제스퍼의 겨울 부츠에서 떨어진 진흙이 양가죽 깔개를 더럽혔다. 책장이 침실 공간과 거실을 분리하고 있는데서 제스퍼는 멈췄다. '오존네', '엔 프로벤세', '티 숍' 등의 라벨이 붙은 쇼핑백이 널려있었다. 공기에서는 녹차 향이 떠돌았다. 선반에 걸린 옷걸이에는 작은 은색 드레스가 걸려 있다. 드레스의 옷감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남자는 커튼 사이로 미끄러지듯 손을 뻗어 침실로 들어섰다. 제스퍼의 패션모델 여자친구 아니타는 검은 베개위에 금발 머리를 펼친 채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어린 소녀의 돌출된 갈비뼈와 가슴의 모반을 따라 그림자가 흘렀다. 제스퍼는 소녀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들은 4년동안 함께 지냈다. 그녀는 이제 19살이던가? 제스퍼는 현재 34세였다.
"음, 일어나 볼래?" 소녀는 어린아이처럼 잠에 취해서 웅얼거린다. 제스퍼가 귀에 바람을 불어 넣자 그의 숨결에 금발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애니, 일어나. 제스퍼야."
"음...제스퍼, 이리 와서 자요." 소녀는 담요 가장자리를 턱까지 끌어당긴다. "너무 기분좋고 시원해..."
"안 돼, 난 가야 해."
"간다고요...또 어디로?"
"일어나, 얘기좀 하자. 차를 좀 끓여줄까?"
"여기 차를 가져왔어, 봐." 바사와 오란예 혼혈 모델이 기지개를 켜자 관절이 삐걱거린다. 담요 표면에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래, 봤어요. 고마워요. 정말 다정하군요."
소녀는 다리처럼 길고 나른하게 모음을 늘이며 호소한다. "내일 얘기해요, 제스퍼. 그만 자요."
"내일은 안돼. 난 떠나야 돼." 제스퍼는 소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정적이 흐른다. 숫자가 바뀌면서 시계가 틱하는 소리를 낸다. 창밖에서는 바람이 울부짖는다.
소녀는 갑자기 콧방귀를 뀐다. "당신 친구들과 다시는 숲으로 가지 말아요. 당신을 전혀 볼 수가 없잖아요. 내일도 함께 있어요. 기억해요? 난 당신때문에 여기로 왔어요."
"이해를 못 하는군. 난 오늘 떠나."
"오늘이요? 지금 몇시에요?" 하얀 시계가 째깍거린다. "새벽 두시잖아! 어디로 간다는 거에요? 당신 요즘 정말 이상해요." 소녀는 팔꿈치로 몸을 지탱한 채 걱정스럽게 입을 찡그린다.
"네가 아니었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거야."
"난 당신때문에 여기까지 왔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을 거에요."
"미안해. 정말이야. 와 달라고 해서 미안해. 하지만 침대에서 잠시만 나와 줘. 그걸 옮겨야 돼."
"거기 뭐가 있는데요?"
"물건들."
소녀는 차가운 바닥에 서서 한 발을 다른 발로 비비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제스퍼가 침대를 당기자, 침대 다리가 삐걱거린다. 담요를 망토처럼 어깨에 두른 바사-오란예 혼혈 모델은 매우 아름답지만, 제스퍼에겐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디로 가는데요?"
제스퍼가 무릎을 꿇자 마루판이 삐걱거린다. "사라질거야." 비밀문이 열리고, 제스퍼는 순백색의 여행가방을 끄집어낸다.
"언제까지 사라질건데?"
"내가 아무리 신경써서 설명해도 냉정하게 느껴질거야.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게 나아." 자물쇠가 열리고, 제스퍼는 여행가방 주머니에서 종이 꾸러미를 꺼낸다. 소녀는 짜증이 났다. 소녀는 집에서 차를 끓이고, 활동적이고, 친절을 베풀때 어색해하는 제스퍼를 좋아했다. 지금의 제스퍼는 전혀 좋아할 수가 없다. "나를 바보 취급하지 말아요. 이건 방송 인터뷰가 아니라구요."
"알았어." 제스퍼는 신경질적으로 종이뭉치를 둘둘 말면서 말한다. "룬드가 소녀들에 대해 얘기했던 것 기억나? 내가 그 애들을 알았고, 실종됐다는 것들 말이야."
"우리 부모님의 여름별장에서 당신은" 소녀의 눈썹은 여전히 의심스럽게 찌푸려져 있자만, 목소리는 부드러워진다. "엉망으로 취했었죠."
"그래서 내가 술을 안 먹는 거야." 제스퍼는 어색하게 웃는다. "넌 그만 마시라고 애걸했지, 안그래?" "그 때 당신은 정말 웃겼어요."
"웃겼지." 제스퍼는 씁쓸하게 말했다. "그때는. 맞아, 웃겼지. 하지만, 지금은 난 그 애들을 찾으러 가야 해."
"누구 말이에요?"
"코르넬리우스 구르디. 누구라고 생각했어?"
모델이 벽으로 가라앉으면서 복잡한 뼈 구조가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무의미하다고 했잖아요! 다 끝났다고. 했던 말이 기억 안나나요?" 제스퍼는 말린 종이뭉치로 손바닥을 치며, 아니타 부모님의 여름 별장에서 취했던 그 때를 떠올린다. 그 때는 정말로 부적절하게 처신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무력한 제스퍼에 비하면, 그 때의 제스퍼가 천배는 더 현명하고 천배는 더 충만하다. 그는 종이 뭉치로 금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희망이 생겼어."
"제스퍼..."
"난 가야 해."
제스퍼는 자신의 부동산 서류를 소녀의 손에 넘긴다. "내 집을 갖고, 여기에 살아. 시내 중심가의 아파트 두 채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팔도록 해. 내일 아침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할거야. 아침이 되면 먼저 내 대리인에게 가도록 해. 여기 전화번호." 소녀의 어깨가 떨렸고, 창밖에선 바람이 휘파람 소리를 낸다. 제스퍼는 모델 앞에 쭈그려 앉는다. 그의 겨울 코드 밑단이 세공 마루 바닥에 닿는다. 그는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차를 좀 끓일께, 알았지?"
시계가 두시 반을 가리킨다. 컵에서 김이 흘러나온다. 사각의 설탕 그릇에 갈색 사각 설탕, 그리고 설탕을 뜨기 위한 특별한 수저. 불빛이 없기 때문에 각설탕을 뜨기가 힘들다.
2시 45분.
"모르겠어요. 무슨 뜻이에요?" 소녀는 긴 침묵을 깨트린다.
"무슨 뜻일 것 같아?"
"그 여행가방을 계속 갖고 있었죠." 소녀는 집게손가락으로 방 중앙을 가리키며 말한다. "내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네가 오기 전부터 쭉 여기에 있었어."
"내가 설득해야 되는 거에요?"
"글쎄, 이해하려고 해 봐."
"이해해 보라구요? 내 생각을 말 해 볼까요?" 모델은 화가 가서 찻잔을 바닥에 내려 놓는다. "내 생각엔 룬드가 소녀들 이야기는 헛소리에요. 당신은 그저 소.아.성.애.자일 뿐이에요."
제스퍼는 배신당한 자의 표정을 짓는다. 소녀는 그 말의 힘에 놀란다. 소녀는 곧 후회한다.
"그럼 이만." 남자는 일어선다. 그는 여행가방을 들고 조용히 커튼 너머로 나간다. 좌절감에 다시 지배당한 아니타는 화가 나서 벌거벗은채로 제스퍼를 따라 큰 방으로 돌진한다.
"맘 대로 하라구! 난 이 카틀라 똥통에 머물지 않을 거야!" 그녀의 손에서 하얀 종이 조각들이 날아와 어두운 방으로 흩어지고, 유난히 아름다운 헤링본 무늬의 나무 테이블과 세공 마룻바닥 위로 한 장씩 떨어진다. 제스퍼는 돌아보지도 않고 멈취서 고개를 기울인다. "여기 말고 어디로 가려고? 그라드 탄약공장에서 일이라도 하려고?"
"넌 한심해! 너와 그 애들, 다 한심해. 모두가 경고할 때 들었어야 했어! 난 여름 별장에서 듣기 전에도 그 애들에 대해 알았어. 모두가 안다구! 난 15살 이었고, 바보였어..."
아니타는 팬티를 입고, 한 손으로 주방 조리대에 기댄다. "애니 이거 애니 저거. 내 이름은 애니가 아니라구!" 제스퍼는 손이 차가와지는 것을 느낀다. "병적" 이라는 단어가 떠 오른다. 미성년자 란제리 모델이 그를 껴안을때면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잘 자, 애니. 잘 자, 애니. 잘 자." 그녀는 행복해 했고, 창밖의 나뭇가지가 두번째 기회처럼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었다. 슬플 것이 무엇인가?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모델이 침실로 돌아가 형용하기 힘든 악의를 담아 외친다. "잘 자, 애니!"
인간의 마음은 속기 쉽다. 처음에 그는 그런 악몽같은 우연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스퍼 자신의 기억과, 방에서 들려오는 비웃는 목소리 사이의 차이가 명백해 질 수록, 그의 호흡은 차분해진다. 마치 그의 몸을 수치심으로부터 방어하려는 것처럼. 그는 바닥에 흩어진 종이를 한 번에 한 장씩 집어 무릎 위에 대고 종이 더미를 두드려 고르게 했다. 그는 누구를 공격하려는지도 모르면서 상스런 말을 고른다. 아마도 세상 전부를 공격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침실로 돌아가서 침대 옆 협탁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자신의 패를 펼쳐 놓는다.
"레바숄로 돌아가면 어떨 것 같아? 거기 상황은 좋지 않아. 이리 와. 보여줄께."
소녀는 침대에 앉아서 화를 내며 이브닝 드레스를 입으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무엇이 문제인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 도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제스퍼가 반복해서 말하자, 소녀는 놀라서 일어선다.
"무슨 뜻이에요?"
"벌써 닷새째 연락이 되지 않아."
"무슨 소리에요? 누구랑 연락이 안 된다고요?"
"레바숄. 폭발. 사라졌어. 신문을 좀 읽으라구!"
"농담하는 거에요?"
복수심에 눈이 먼 제스퍼는, 그의 말이 어디로 향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한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너무 늦었다. 소녀는 숨을 헐떡이며 공황에 빠져 손을 떨었다. 그녀의 손톱이 버튼에 닿자 덜그덕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라디오의 노란색 디스플레이가 어둠속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그녀의 손가락 아래에서 다이얼이 회전하고, 바늘이 단파 주파수 사이로 미끄러질 때 쉿 소리와 삐걱거리는 소리가 스피커를 가득 채운다. 외국 뉴스 보도는 혼란스럽고도 긴장된 전문성으로 전달된다. 그녀의 세계주의적 정신은 "메스크 침략", "세인트-미로", "레바숄", "핵무기", 그리고 "인구의 절반" 같은 일부 끔찍한 단편들만을 잡아낼 수 있었다. 소녀가 너무 심하게 떨자 제스퍼는 그녀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언제라도 그 연약한 피조물은 산산히 부서질 것만 같다. 마침내, 음성 해설이 사망자 수를 알린다. 외교부로부터 국내 승객 명단이 유별나게 초연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울려퍼지자, 소녀는 충격을 받아 쓰러진다.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녹음중인 유명 가수 페르닐라 룬드크비스트..." 아니타의 큰 눈은 어둠속에서 압도적인 공포로 어두워진다.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세상에! 내 동생! 내 여동생이야!"
"정말 유감이야." 제스퍼가 말한다.
"확실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저들은 왜 아무 조치도 안하는거야?"
"모르겠어." 제스퍼는 여행가방을 든다.
소녀는 말처럼 숨을 헐떡이며 일그러진 입으로는 거대하고 어두운 비명을 지른다. 그 입은 세상을 삼킬것처럼 위협적이다. 그렇지만 제스퍼에게는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다. 비명의 진공 속에서 하얀 눈이 휘몰아치고 콘크리트 벽에서 방 안의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가지 말아요!" 손톱 때문에 손목에 멍이 든 제스퍼는 등 뒤로 문을 닫고 집 앞에 서 있다. 안뜰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춥고 바람이 불지만, 그의 피부는 열기로 뜨겁다. 그는 한 줌의 눈을 집어 얼굴에 문지른다. 안뜰 가장자리, 전나무 터널 입구에 검은색 모터 캐리지가 서 있다. 테레즈 마체젝은 실내등의 불빛 속에서 차에서 내려 그에게 손을 흔든다. 코트를 바람에 펄럭이며 손에 흰색 여행가방을 들고 제스퍼가 안뜰을 가로지른다. 전나무는 멀리서 눈더미를 지그재그로 흩뿌린다. 마치 그에게서 모든 의미가 사라진 것처럼 갑자기 세상이 너무나 가벼워진다. 이제 그를 얽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스퍼는 미소를 짓는다.
택시 안은 따뜻하다. 그가 칸 맞은편에 앉자 기계가 흔들린다. 테레즈는 문을 닫고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어떻게 됐어?"
"글쎄, 별로 좋지 않았어." 제스퍼가 대답하고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운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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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전의 월요일 전날 저녁.
도시는 택시 창에서 디스코처럼 폭발하고, 테레즈는 몸을 떨며 정신을 잃었다. 제스퍼는 그를 꼭 붙잡고 있었다. "발작이 왔나봐. 좋지 않은데. 병원으로 데려가야 해."
"테레즈, 이봐." 칸이 친구 위로 몸을 기울인다. "병원에 데려다 줄게, 알았지?" "안돼!" 테레즈는 칸의 재킷을 움켜쥐었다. "제발!"
그들은 서로를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테레즈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약속해! 나를 데려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잠시 테레즈의 턱이 떨리더니 이내 멍한 표정이 되어 몸은 통나무처럼 굳어졌다. "설마..." 제스퍼는 테레즈를 흔들고 입에 손을 대어보았다.
"숨은 쉬고 있어. 어쩌지. 일단 데려가지 말자, 알겠지?" "그래, 데려가지 말자구. 그럼, 네 집으로?"
제스퍼는 한숨을 쉬었다. "아아… 알았어, 그럼 내 집으로. 문제가 하나 있어. 내일 모레 레바숄에서 여자애 하나가 여기로 올텐데, 그때쯤이면 괜찮아 지겠지?"
칸은 심술궂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혹시 아는 개인 의사 있어?" "칸! 병원에서 일하지 않으면 면허를 딸 수 없어!"
"그래, 하지만 누구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니가 의사 노릇을 해 보던지?"
"알았어, 화내지 말라구."
택시는 밤에 바사를 지나 달려갔다. 때때로 테레즈는 리놀륨 판매원, 비드쿤 허드, 데렉 트렌트뮐러, 그리고 다시 테레즈 마체젝이 되었다. 그리고 때때로 자신이 더 이상 여기에 있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바사를 이루는 온갖 색상이 폭발하여 해파리처럼 검은 잉크로 채워지고 수족관은 어두워진다. 테레즈의 슈트는 검은색 중 가장 검은색이다. 그것은 나뭇잎, 자전거 타이어의 진창, 그리고 도시 위의 하늘로 만들어졌다. 그는 소맷단을 곧게 펴고 넥타이 매듭을 조정한다. 그는 정장을 입었고 예의바르다. 양복에서 드라이클리닝 냄새가 나더니, 묘지 자작나무 아래 우산처럼 장례식이 그의 앞에 열렸다. 바라는 것, 두려워하는 것이 모두 거기에 있었다! 장례식에는 검은 레이스의 애도 베일을 쓰고 그 아래 우아한 주름살이 돋보이는 소녀들의 어머니가 있었다. 종이 제조업자인 칼 룬드는 여성의 머리 위에 우산을 들고 있었다. 자작나무 잎이 떨리고, 여름의 끝자락에 비가 내렸다.
칸과 제스퍼도 장례식에 있었다. 칸의 어머니도 왔고, 학급 전체도 왔다. 이제 그들은 모두 훨씬 나이가 들었다. 테레즈는 대부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저건 식스텐이 틀림없고 저건 꼬마 올레였다. 폰 페르센이 그의 꼬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지기! 학교에서 가장 말썽이었던 소년도 여전히 검은 가죽 자켓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제스퍼는 하얀 우산을 들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테레즈는 모두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는 장례식장을 돌아다녔다. 그가 지나가자 사람들은 그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녀들도 거기 꽃더미 아래, 부드럽고 푹신한 흙 아래에 있었다. 소녀들은 발가락 뼈, 갈비뼈 조각, 유물같은 쇄골이 늘어선 줄 이었다. 찾아낸 모든 것이 보존되었다. 기록은 학교 신문처럼 명확하고 잘 식별된 표본이며, 교육기관에서 가르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치아 역시 ‒ 마즈의 유치, 애니의 턱뼈에서 나온 진주, 매린의 비열한 송곳니 ‒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고 모든 것이 들어맞았다. 모든 작은 충전물, 애니의 어금니에서 잃어버린 조각, 자전거 사고. 그리고 샬롯의 영화스타같은 미소. 누군가는 몇가지를 기녕으로 가져가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그 보물들을 손에 넣으면 얼마나 짜릿할까!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성숙하지 못한 짓이다.
월요일 밤부터 화요일까지 의사가 와서 식염수를 주사했다. 테레즈는 점차 의식을 되찾았고, 날씨는 쌀쌀했으며 장례식의 모든 것이 회색과 은녹색이었다. 검은색 초크베리 덤불 위에 회색 텐트가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과일 모양의 구식 크리스탈이 있었다. 조용했다. 라디오 신호처럼 덤불 속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테레즈가 깨어났을 때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북부고속도로의 붕괴 소식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신경쓰고싶지 않았다. 테레즈는 제스퍼에게 클래식 라디오를 켜달라고 했다. 클래식 라디오에서는 세상이 끝난 지 오래인데도 가발을 쓴 흰 피부의 죽은 남자가 음악을 틀어준다고 한다. 페로우스-미트래시의 파도는 바다처럼 듣기에 아름다웠다. 음…무덤같아. 모두가 천천히 춤을 추고 있는데, 테레즈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범인을 위한 장례식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다. 조사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화요일 아침이 되자, 그는 룬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할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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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이 택시 바닥에 흔적을 남겼다. 소녀는 산호색으로 칠해진 발톱이 한 줄로 늘어선 다리를 꼬고 있었고, 살색 스트랩이 그녀의 세르주 반 다이크 구두위로 흘러내렸다. 스트랩이 만나는 지점에서 보석 조각이 우아하게 반짝였다. 고급 구두에 천박한 크리스털이 박혀 있다면, 아마도 그건 가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세르주 반 다이크의 가격은 10,000 레알이다. 다른 하나는 유지 관리 비용 때문에 500 레알 더 비싸다. 다이아몬드 하나가 레바숄 삼각주에서 쓰레기장으로 뛰어들어온 격이다. 게다가 세르주 자신도 우아함과 속물근성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르주가 이 구두를 디자인했으니… 스스로 결론을 내려보라.
"쾨르스폴 130번지로 가 주세요.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죠, 그렇죠?"
사이즈가 37인 그 구두 곡선은 마치 서양의 아치같았다. 켁스홀름 모임의 발의사(Foot Doctor)는 그들을 지하실에 가두어야 할지 점수로 매긴다면 10점중 9.5점을 줄 것이다.
여행가방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딸깍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그 사이에도 우리는 택시 라디오 음악의 리듬에 맞춰 발이 흔들릴 때마다 여전히 반짝이는 만 명의 세르주 반 다이크를 볼 수 있다. 파켄가프의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여보세요! 베레니케, 자기야! 오존네라구! 정말 잘됐네! 나도 항상 그들과 함께 뭔가를 하고 싶었어! 아니, 오래 머물지는 않을 거야. 몇 주 정도."
택시 문이 닫혔다. 13센티미터의 굽이 보도에 닿아 점점 어두워졌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여기는 항상 어둡거나 어두워진다. 새하얀 정강이가 반짝이고, 전나무 아래 배경에 콘크리트 건물의 모습이 펼쳐졌다. 내부에 조명이 켜져 있었다. 이끼가 반짝거리고, 10월의 폭풍우가 오기 전의 웅덩이에는 서리가 내렸다. 여행가방은 문 앞의 신발 옆 땅에 내려놓았다. 초인종이 울렸다. 제스퍼의 모델 여자친구의 다리는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종소리를 내는 문 가장자리에 결코 도달하지 못 할 것 같다. 이미 무쇠솟처럼 검은 메스쿠의 세계 종말 함대가 레바숄의 지평선에 나타났다. 패션의 수도 레바숄에서, 그들은 이미 아니타의 무릎을 꿇려 눈을 가리고 폭풍우같은 바다 위의 불길한 연기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열어!" 제스퍼가 소리쳤다. 소녀가 들어가자 그녀 앞에는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큰 방이 펼쳐졌다. 제스퍼가 창문을 지나 방을 가로질렀다. 매트리스 위에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의 기름진 감자같은 갈색 머리가 이불 아래로 보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소녀의 여행가방을 가져다 놓고, 땀에 젖고 과체중인 남자를 그녀에게 소개했다. 이민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따뜻하고 땀이 난 손으로 악수를 했다.
"저는 아니타예요." 소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제 이름은 이나얏이지만 모두들 칸이라고 부릅니다. 칸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이쪽은," 그는 담요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 친구 테레즈 마체젝입니다. 보시다시피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칸은 자신이 꽤 잘 해냈다고 생각했다. 더 나쁠 수도 있었다: [이게 뭐야?! 제스퍼, 진짜 모델과 사귀는 중이라고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끝내주는데! 만약 내가 아니타 룬드크비스트와 사귀었다면 모든 사람에게 자랑했을거야. 야, 나한테 사인 좀 줘, 야, 네 여동생이 페르닐라 룬드크비스트지, 그렇지? 페르닐라 전화번호 좀 주고, 가슴도 좀 보여줘! 제스퍼, 가슴 보여달라고 해!]
칸은 "가슴"에 대해 생각하면서 웃는 바람에 유쾌한 소개를 망쳤다. 이제 그는 소녀의 헐렁한 패션 의상 아래 숨겨져 있는 가슴을 보고 있다. [가슴, 가슴, 모델 가슴, 유명 모델의 가슴]을 생각하며 점점 더 웃었다. 당연히 그는 소녀가 테레즈에 대해 두번째로 묻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됐네요, 무슨 문제에요?"
"식중독." 제스퍼는 소녀의 팔을 잡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침실로 안내했다. 칸은 재치 있게 문간에서 "야, 그럼 내일 보자, 알았지!" 라고 외쳤다.
"벌써 가시게요? 잠깐만요, 택시 불러줄게요!" "괜찮아요, 걸어갈게요."
"안녕히 가세요!" 소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칸이 차가운 이끼에 발을 딛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숲길을 따라 절뚝거리며 걸어가고 있을 때, 소녀는 바지를 침대 위에 올려 놓고 있었다. 그녀의 헐렁한 보헤미안 패션 상의에는, 마치 스텐실처럼 회색과 청록색이라는 혁신적인 투톤 색상으로 세르주 반 다이크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허세처럼 보인다고? 반 다이크 역시 일종의 혁명가이다. 패션 혁명가. 패션계의 마조프. 다만 그는 부르주아지를 그라드 북동부의 타이가로 추방하지 않고 그들에게 옷을 팔고 있다.
"제스퍼, 저 사람들은 누구죠?"
"무슨 뜻이야?"
"칸이라는 사람에 대해 말한 적이 없잖아요.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테레스. 그냥 고등학교 동창들이야. 방금 동창회가 끝났거든. 내가 너한테 말 안 했어?"
"아니요."
"그냥 옛날을 회상하고 있었어. 맞아, 테레즈는 그라드에 살아. 테레즈는 여기서 며칠 더 지내야 할 것 같아. 괜찮지?"
"당연하죠." 소녀는 말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음을 느낀다. 그녀는 차를 끓이러 가는 제스퍼의 뒷모습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소박한 키스가 전부인 제스퍼의 환영인사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소녀는 화를 내며 침실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책들 사이에서 반지 상자를 발견했다. 오, 깜짝선물인가? 오늘밤에 프로포즈 받는 건가? 상자는 제스퍼가 침대에서 상자에 닿을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떨어져 있었다. 정말일까? 그렇진 않을 것 같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것이 더 좋겠지. 게다가 ‒ 호기심이 일었다! 기분은 즉시 좋아졌다. 소녀가 작은 검은색 벨벳 상자를 열자 딸깍!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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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 위로 밤이 내렸다. 쾨니그스말름의 도심에서는 새끼 여우가 교차로를 가로질러 달려갔다. 여우의 숨결은 공기를 파랗게 물들였고, 여우는 귀를 접었다. 거리는 조용하고 텅 비어 있었고, 발코니가 즐비한 시내 건물들과 유리창 거울에 비친 노란 신호등이 번쩍였다. 밤의 북부 대도시는 휘황찬란했다. 아름답고 현대적이지만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디데리다다 스타일의 왕립 건축 박물관이 강 너머에 우뚝 솟아 있고, 건물 외관 조명이 건물을 황금빛으로 빛나게 한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어둠 속에서 강물이 냉장고에서 꺼낸 보드카처럼 윤기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휘어진 다리가 올려져 있었고, 가로등이 진주처럼 줄지어 있었다. 덜거덕거리는 자전거 소리와 함께 고독한 자전거 타는 사람이 집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별의 향기가 공기 중에 남아있었다. 백화점 구석구석의 광고판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절전 모드로 들어갔다. 공중전화선 위의 거대한 란제리 모델이 웃으며 사라졌다. 아니타 룬드크비스트. 상임위원장 사푸르마트 크네진스키라면 "얘야, 몸을 가리렴, 춥지 않니?"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명의 연합요원이 경찰서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다. "테레즈 마체젝! 테레즈 마체젝은 어디에 있나? 나흘 전에 체포했잖아!" 이 사람들은 내사과 요원이다. 죽음의 천사. "테레즈 누구요? 마체젝?" 보안요원은 기계의 응답을 기다린다. "여기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어요."
아스팔트가 반짝인다. 살렘의 땅에는 밤에 서리가 내리고 얼어붙은 웅덩이가 생겼다. 보도에는 목조 주택이 웅크리고 있고, 발자국 소리가 거리에서 울려 퍼진다. 그리고 안쪽 어딘가 지하실에서 이나얏 칸이 "하르난쿠르"의 조명을 변경한다. 유일한 광원은 불이 켜질 때마다 칸의 얼굴을 드러내는 비행선 모형뿐이다. 배 바닥에 늘어선 빛들이 그의 안경에 반사된다. 그는 아이디어, 즉 반짝이는 영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다른 모든 조명이 꺼졌을 때만 볼 수 있었다. 칸은 2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그는 실을 자르고 비행선을 꺼내 요람에서 나온 아기처럼 팔에 안고 춤을 춘다. 방 중앙에는 빈 진열장이 놓여 있다. 백열등 필라멘트의 스포트라이트는 거리 반대편, 놀이터 안뜰에서 흐려져간다. 마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말들은 마구간에서 줄을 지어 잠을 잔다.
교외의 거리를 지나자 대문 걸쇠가 달린 흰색 말뚝 울타리가 보였다. 멀리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리고, 어둠 속에서 창틀이 빛나고, 베란다에는 목재 화분 거치대가 텅 비어 있었다. 무언가가 갈매나무 숲에서 바스락거렸다. 밤에는 서리 냄새가 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핵가족의 꿈을 괴롭혔다. 그리고 로비사가 끝나는 곳에서 침엽수림이 시작되고 제스퍼 드 라 구아르디가 침대에서 굴러 나왔다. 아니타는 화가 나서 잠이 들었다. 제스퍼는 걱정이 되었지만, 아니타 때문은 아니었다. 제스퍼는 자신이 사랑하는 머리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속옷을 입고 조용히 돌아다니며 침대 옆 탁자와 책장을 살펴본 다음 목욕 가운을 입고 커튼을 통해 거실로 들어갔다. 반대편 벽은 창문으로 인해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고 바닥은 우유통, 양말, 컵 재떨이 등으로 지뢰밭이었다. 테레즈 마체젝이라는 이름의 소라게가 그의 새 상자에 자리잡고 있었다.
유리에 코를 박고 있던 요원이 깨어난다. 제스퍼는 그의 앞에 차 한 잔을 놓았다. 페퍼민트 냄새가 났다.
"야! 일어나! 얘기 좀 하자, 잡담이든 뭐든." "알았어. 여기에서 담배 펴도 돼?"
입이 움직이고,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창밖으로 새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컵 재떨이와 컵 더미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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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시네마'의 유리 너머로 아침 햇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수요일이었다. 외스터말름에서는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거리 청소 기계가 윙윙거리고, 조간 신문이 줄지어 선 우편함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교통 정체가 심했고, 기계 조작자가 앞 유리에 붙은 성에를 긁어내고 있었다.
콧수염을 기른 20대 후반의 카피라이터는 커피를 마시고 스크램블 에그를 먹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커피를 마시다 목이 막히는 바람에 기침을 하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조간 신문이 그의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다. 광고란에는 매린 룬드가 쓴 편지의 복사본이 실려 있었다. "우린 잘 있어요. 한 남자와 같이 지내요. 사랑해요." 기사 아래에는 이나얏 칸의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와 함께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 편지에 대한 정보가 있거나, 이 편지를 보내셨다면, 또는 룬드가 아이들의 실종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고 계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저희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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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솔 '아스트라' 하나 주세요. 아니, 잠깐만요. '레이더'는 아직 안 들어왔나요?"
"아니요, 죄송합니다. 울브씨, 대피를 해야한다니! 더 이상 새 상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서, 이 가게를 언제까지 열어둘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아스트라' 세 갑 주세요." 곱슬에 밤색 머리의 청년이 말했다. "저기 있는 블랙커런트 와인, 얼마나 강해요?"
"봅시다." 판매자는 술 진열대에서 먼지가 쌓인 병을 꺼냈다. "뭐. 23퍼센트네요. 준수한 것 같네요."
"훌륭해요. 그거 더 갖고 있어요?"
"두 병 더 있어요."
"그것들과 '종착역' 보드카. 창백에서 숙성한거죠?"
"창백 아니면 어디겠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직접 창백으로 가져갔을 거에요. 초원 바로 뒤까지 왔으니까요!"
"그러니까 성냥 한 갑이요, 상자가 아니라 한 갑이요. 그리고 그 양초는 더 이상 없나요? 주세요. 나도 이 산딸기 리큐어를 마시고 싶은데, 지난번에 사는 걸 깜빡했어요. 거기 있는 두 개를 주십시오."
"두 번째는 라즈베리인데, 산딸기는 없어요."
"그럼 그걸 가져갈게요. 어차피 가게 문을 닫을 거라면 나한테 술을 다 파는게 나을 거에요. 그리고 훈제 소시지도 좀 주세요."
"술 전부요?"
"네, 그리고 훈제 소시지 반쪽도요."
곱슬 머리의 청년이 자전거를 타고 엔트로피적 재난 지역인 렘민케이넨의 로두 마을을 통과했다. 자전거 짐칸에서는 먼지가 쌓인 병이 담배 상자와 섞여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종이에 싸인 "닥터스" 훈제 소시지 반쪽. 마을 도로에는 아침 어둠 속에서 가로등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잡담] [신성하고 끔찍한 공기] 09. 신성하고 끔찍한 냄새 10. 잘 자, 애니
꿈꾸는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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