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지기
19년 전, 늦가을. 8시 15분에 칸은 학교에 지각하는 바람에 달리고 있었다. 그는 쾨니그스말름의 시내 중심가를 서둘러 통과했다. 아침의 어스름 속에서 자동차 전조등의 하얀 줄무늬가 빛났고, 두꺼운 진눈깨비가 무겁게 내리고 있었다. 소년이 배낭을 메고 횡단보도를 건너 달리는데, 경적을 울리면서 자동차 한 대가 급히 지나갔다. 그는 거의 치일 뻔했다. 진눈깨비 물방울이 그의 눈에 들어갔고, 그의 뺨과 모직 모자를 녹였다. 칸이 현관문으로 계단을 달려 올라가는데, 뭔가가 그를 가로막았다. 학교 관리인이 청소부 아줌마와 함께 학교 정면 모퉁이에 그려진 커다란 빨간색 글자 "O"를 닦고 있었다. 글자는 청소부 아줌마 만큼이나 컸다. 한 경찰관이 고개를 저으며 벽을 올려다보니 "전 세계에 엔트로피적 붕괴가 임박했다" 라는 거대한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
지기는 그런 애였다.
지기는 학교에서 최악의 학생이었다. 사람들은 지기가 최악의 최악이라고 말했다. "지기는 10학년인데, 그거 알아? 지기는 다른 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식스텐이 거기 아는 사람한테 듣기를, 그 학교 역시 다른 학교에서 전학왔다고 하더라구. 지기가 몇 학년에 전학왔었는지 맞춰봐! 정확히 10학년! 맹세해. 그리고 또 알아? 지기가 전에 다녔던 그 학교… 거기서도 10학년이었대!" 지기의 어머니는 쾌활한 바사 여성이었다. 그녀는 교육부에서 일했고, 룬드가 소녀들 어머니와 잘 지냈다. 그래서 그 소년은 두 번이나 정학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에 있는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집에는 모든 종류의 계측장비, 도시의 지도와 궤적 등이 담긴 수많은 공책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기는 그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지기의 아버지는 허무주의자이자 코이코이며 술꾼이었다. 지기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우리 아버지요? 아, 잘 모르겠어요. 허무주의자… 코이코… 술주정뱅이… 지기의 본명은 지기스문트 베르그였다. 테레즈는 한번은 남자 화장실에서 그를 보고 왼손을 주먹으로 치켜들면서 "용감한 프란티첵!" 이라고 말한적이 있었다. 지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를 냈다. 그런 다음 문간으로 가서 잠시 서 있었다. 가죽 재킷의 자물쇠가 덜거덕거렸다.
"야, 친구, 들어봐!"
"뭐?"
"용감한 프란티첵은 엿이나 먹으라고 해."
지기는 필요하다면 허무주의자이자 공산주의자가 될 수도 있었다.
"부르주아"라는 단어가 버터플라이 나이프(한국어 역자주:칼날 양쪽에 두개의 손잡이가 있어서 손잡이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칼날을 넣었다 꺼냈다 할 수 있다)처럼 그의 혀에서 굴러갔다. "부르주아", "부르주아지", "부르주아 예술", "쁘띠 부르주아의 의견", "넌 부르주아야", "너의 부르주아 부모", "너희 부모님은 부르주아지야", "너희 부모님이 부르주아지이기 때문이야", "당신이 부르주아지이기 때문이에요, 앤(지기는 선생님도 이름으로 부른다)", "부르주아 벌레", "부르주아 강아지", "남색은 부르주아적 질병이고, 남색은 부르주아적이다." 지기는 책을 읽었으며 "부르주아", "쁘띠 부르주아", "시민", "부농", "중산층", "금리생활자", "대지주" 등 부르주아 계급의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땋은 머리를 한 4학년 소녀가 집에 와서 물었다. "아빠, 사회민주주의는 왜 이렇게 허약해?"
"그 말은 어디서 들었니?"
"지기가 사회민주주의는 허약하고 공산주의는 강력하다고 말했어. 아빠, 왜 우리나라는 공산주의가 아니야?"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기는 허무주의자였다. 그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읽고는, 동물은 자동 장치이며 자신은 행동주의의 지지자이고, 창백과 메스쿠의 허무주의적 영감인 암브로시우스 세인트-미로를 숭배한다고 말했다. "네가 조금이라도 용기가 있었다면 넌 세인트-미로에도 갔을거야." 지기는 혁명적 열정으로 자신의 조국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국은 더 이상 지기의 일부가 아니었다. 지기에게는 조국이 없다. 지리 선생님이 그를 교장실로 보냈고, 지기는 문 앞에 멈춰 섰다. 가죽 재킷의 자물쇠가 달그락거렸다. "창백에서 봅시다." 그는 집게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학교에서 아직 엔트로피학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쉬는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지기 주변에 모였고, 복도에는 그의 절반의 진실이 울려 퍼졌다. "창백은 과거로부터 생겨났어." 그는 말했다.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거기에 뒤섞여 있고, 슬프게 버려졌어. 창백은 세상에 대한 세상의 기억이야. 그것은 물질의 종말을 축적하여 그 경로에서 모든 것을 지워버려. 그걸 엔트로피적 붕괴라고 불러."
"그건 언제 일어나, 지기?"
"그래, 언제야, 지기?"
"네가 살아있는 동안에, 꼬마 올레. 아니면 적어도 그러기를 바래. 역사가 현재를 삼켜버리고,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가 사라지고, 행방불명…그러니까 우리 세대는 학교에 갈 이유가 없어, 미래도 없을 테니까. 네가 자라면 너의 덜된 부르주아 부모처럼 아이를 낳지 말라구. 왜냐면 너는 네 아이들이 죽는 걸 보게 될 거니까. 창백에 비하면 세상은 조금밖에 남지 않았어! 결국, 이솔라는 수십, 수백 평방 킬로미터의 땅덩어리로 가라앉을 거야. 창백에 좌초된 배처럼. 푸슈슈..." 지기가 손으로 가라앉는 배 모양을 만들자 가죽 재킷의 자물쇠가 덜거덕거리고 아이들은 숨이 막혔다. "걱정하지마 올레, 그건 인류의 정점이 될 거야."
지기는 담배를 피웠다. 학교 화장실에서, 혹은 휴대품 보관소 구석에서. 지기는 스프레게상(sprechgesang)(한국어 역자주: 말하는 것과 유사한 음악의 장르) 밴드를 가지고 있는데, 동호회의 회장은 지기에게 동지날 공연을 하게 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지기의 노래는 1분에 400발짜리 기관총같았다.
후렴구:
"담배를 피워! 학교 화장실에서, 휴대품 보관소 구석에서,
아브라쿠 아다브라, 로비에서 (오 예!) 점심 대기열에서,"
1절:
"궂은 아침, 어둡고, 피곤하고,
눈이 오고, 기분이 우울하고, 바로 집 모퉁이에 (엄마, 안 보여!)
내 앞에 담배가 있는데, 음… 알다시피, 내가 좀 멋져지는 것 같아.
내 앞에 담배가 있는데, 따뜻하고, 모든게 사라져!"
후렴구:
"아브라쿠 아다브라, 학교 화장실, 휴대품 보관소 구석, 아브라쿠 아다브라, 세상처럼 사라져."
기타등등. 1월에 지기는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그것은 그의 모호한 운율 때문이 아니었다. 50년대 바사의 관용적인 교육 환경속에서 이러한 반항은 성장 과정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더 많이 여겨졌다. 요점은 지기가 마.약.상이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학교에 입학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그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고 지기는 모두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는 교실에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거래에 대해 공개적으로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샘플을 나눠주며 비드쿤 허드나 리놀륨 판매원과 같이 바사의 순진함을 이용했다. 그는 스스로도 타락시켰다. 그는 약에 취해서 수업에 들어왔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사람이었고, 동시에 시대를 20년이나 앞선 사람이었다. 지기스문트 베르그는 흔들리는 검은색 얼룩이었다.
경찰이 마침내 그를 따라 잡았을 때, 지기스문트는 그의 아버지가 있는 그라드로 이주했다. 그는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몇 년 후, 그의 까맣게 탄 시체가 유난히 우울한 아파트 구역의 소각로에서 발견되었다.
[잡담] [신성하고 끔찍한 공기] 12. 지기
꿈꾸는괴테
추천 0
조회 131
날짜 2024.03.25
|
루리웹-8616644536
추천 2
조회 449
날짜 2023.11.05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298
날짜 2023.11.03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221
날짜 2023.11.03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196
날짜 2023.11.03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245
날짜 2023.11.03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294
날짜 2023.11.03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218
날짜 2023.11.03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368
날짜 2023.11.03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487
날짜 2023.11.03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144
날짜 2023.11.02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191
날짜 2023.11.01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267
날짜 2023.11.01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305
날짜 2023.11.01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365
날짜 2023.10.31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227
날짜 2023.10.30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253
날짜 2023.10.29
|
루리웹-8616644536
추천 0
조회 755
날짜 2023.10.29
|
루리웹-8616644536
추천 1
조회 913
날짜 2023.10.29
|
루리웹-8906637497
추천 0
조회 1051
날짜 2023.10.19
|
까다로우
추천 0
조회 1031
날짜 2023.09.09
|
看書痴
추천 1
조회 877
날짜 2023.07.23
|
看書痴
추천 0
조회 682
날짜 2023.01.03
|
루리웹-4830532758
추천 0
조회 454
날짜 2022.03.23
|
루리웹-8378201701
추천 0
조회 2408
날짜 2022.01.28
|
유테디어
추천 0
조회 3695
날짜 2022.01.22
|
ssolmir
추천 0
조회 868
날짜 2022.01.02
|
존슈미트
추천 3
조회 5876
날짜 2022.01.01
|
깔라만씨
추천 1
조회 3517
날짜 2021.11.03
|
포곧
추천 4
조회 7948
날짜 2021.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