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엔트로포넛
6년 전, 어느 먼 곳, 또 다른 섬의 가장자리에서 한 남자가 깨어난다. 72년이었다. 그는 혼자였다. 텐트 안은 춥고 어두웠으며, 남자는 침낭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가 따뜻하게 하려고 옆구리를 문지르자, 격자 무늬 스웨터가 피부를 긁었다. 그 동작은 혈액을 돌게 만들었고, 마침내 남자는 침낭의 따뜻함에서 손을 꺼내려고 감히 시도한다. 그는 잠잘 때 손가락이 없는 모직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의 직업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는 바닥을 뒤적거리다가 어둠 속에서 전등을 발견하고는, 얼어붙은 스위치를 30초 동안 만지작거렸다. 마침내 전구에 불이 들어왔지만, 불빛이 너무 약해서 한 사람도 거의 비출 수 없었다. 남자는 침낭 속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따뜻하게 한다. 그는 입을 오무리고 손가락에 입김을 불었다. 손전등 불빛 속에 텐트 안쪽에는 '협동조합 '소우주''라는 제조사 이름이 찍혀 있는게 보였다.
남자가 텐트에 손을 대자 무척 차가웠다. 텐트는 단열된 눈의 무게로 인해 가라앉고 있었다. 바깥으로부터 빛도 전혀 들어오지 않고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폭풍은 밤새 잦아들었다. 전자시계는 오늘이 그의 생일이고, 그의 나이는 39세임을 보여준다. 아침 7시 15분이었다. 웅크렸던 남자는 침낭에서 기어나와 방한복을 입고 끈이 달린 부츠에 발을 집어넣었다. 자물쇠가 삑삑 소리를 내며 열리자, 그는 텐트에서 곧장 창백으로 걸어나왔다.
세상의 가장자리로부터 20km 떨어진 곳에서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흐린 아침이었고, 남자의 그림자는 눈 덮인 텐트에서 나와 벌거벗은 나무를 향해 몇 걸음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의 주변에는 타이가 풍경의 흑백 꿈이 날카로운 바위와 유령 망토같은 전나무 사이로 보였다. 눈과 안개 사이로 거의 감지할 수 없는 파란색이 시야가 제한된 무색의 세계로 스며든다. 아침이지만 여기는 더 이상 밝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앙상한 나무 앞에는 완전히 파괴된 인간이 서 있었다. 그는 엔트로포넛이며, 노년의 록 음악가이다. 그의 이름은 지기스문트 베르그이고, 흰색 줄무늬가 있는 진한 파란색 속옷을 입고 있다. 그는 오줌을 눈다.
캠프는 산 경사면의 전나무로 둘러싸인 테라스에 위치해 있었다. 계곡 아래 안개가 자욱한 거리에서도 엔트로포넛이 텐트 입구를 파는 동안 그의 눈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도끼 소리도. 지기스문트 베르그는 벌거벗은 나무의 가지를 들고 들판을 가로질러 텐트로 돌아왔다. 두꺼운 눈송이가 공중에 떠 있었고, 남자는 낡은 청바지를 입었다. 그의 방한복 덮개는 풀어져 있었고, 후드는 어깨에 걸쳐져 있었다. 그의 바로 앞쪽 창백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조용했다. 이것은 다른 모든 침묵의 근원이 되는 침묵이다. 엔트로포넛은 자신의 귀로 흐르는 피가 맥동하는 소리를 압도할 만큼 큰 소리로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의 무릎 위에서 장작이 삐걱거린다. 그는 언제나처럼 등을 약간 구부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창백은 여전히 그의 옆에 있었다. 몇 분이 지나고 그의 손목에 있는 전자시계가 '07:48'에 멈춘다.
화강암 위에서 발굽 소리가 들린다. 그의 바로 앞쪽 바위 노두 위에 산양 한 마리가 창백으로부터 걸어나온다. 지기스문트는 산양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산양은 지기스문트를 돌아본다. 둘 다 추위로 인해 젖은 검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지기스문트 베르그는 이마 뒤로 물러난 머리카락과 나이든 로커의 포니테일을 하고 있으며, 알파 수컷은 거대한 뿔 왕관을 가지고 있었다. 짐승 뒤, 창백의 땅에서 그의 무리는 흐릿한 실루엣 속에서 곧은 다리를 발굽으로 구부리며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그들은 오르막길을 오른다. 산양들의 뿔은 지나가는 군대의 창처럼 창백에 싸여 있고, 양들의 콧구멍에서는 증기가 올라온다. 그들은 암컷들과 함께 걷고, 마지막으로 왕 자신이 간다. 산양은 왕관을 쓴 머리를 움직여 창백으로 후퇴한다. 그는 엔트로포넛을 그곳에 홀로 남겨둔다.
"가지 마." 지기스문트의 허스키하면서 술취한 목소리가 들린다. "가지 마!" 그는 장작을 던지고 눈 덮인 돌담을 기어 올라간다. 그의 손가락 없는 장갑은 화강암 위에서 미끄러지고 그의 발은 발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는 신음하며 회색의 왜소한 전나무 사이를 기어 다닌다. 아무도 안 남았어, 모두 사라졌어, 뭘 찾고 있는 거야, 바보야?
"가지 마, 제발 가지 마... 넌 다람쥐와 친해지려고 공원에 가는 노인과 똑같아! '꼬마 미키야, 이리와 미키!' 넌 친구가 필요해. 그건 네 친구가 될 수 없어."
"하지만, 난 너무 외로워."
"넌 외롭지 않아, 지기. 넌 네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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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어느 겨울 방학 저녁, 지기는 트램 정류장에 서 있었다. 이틀만 지나면 50년에서 51년으로 바뀐다. 그 주위의 바사 교외는 잠들어 있었다. 이미 늦었고 밖은 어두웠지만, 그는 어디든 가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집에서 그를 기다리지 않는다. 소년은 가죽 재킷의 지퍼가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정류장에 있는 나무 벤치에 이리저리 누워 있었다. 배경에는 토지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는 사유 재산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그를 짜증나게 했다.
그는 방금 부자 아이들에게 상품 판매를 마쳤다. 그리고 그 직전의 동짓날 파티에서 그의 유명한 스프레게상을 공연했다. 어쨌든 초등학생 남자애들은 진심으로 웃었고, 노래을 좋아했다. 어떤 고등학생 남자애들은 "저 바보 좀 봐, 스무 살까지도 못 버틸 꺼야"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기는 어쨌든 그 고등학생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이미 오염되었다. 지기가 "작은 펑크들" 이라고 다정하게 부르는 초등학생들만이 아직 희망을 갖고 있었다.
지기는 술에 취해 확실히 시비를 걸고 싶었다. 그러나 파흐루 정류장에는 이 시간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는 무생물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일정표는 쉽게 떨어졌다. 일정표가 공격적이지 않은 것에 실망한 소년은 기둥을 뽑아보려고 했지만, 금속은 그에게 굽어질 뿐이었다. 마지막 트램이 이미 출발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도록 일정표을 훔치는 사람이 전국에서 가장 나쁜 놈이기 때문에, 지기는 필요한 정보를 공처럼 구겨서 버려 버린다. 정류장은 여전히 비어 있었고, 지기는 시비를 걸고 싶었기 때문에, 쓰레기통의 생각은 알 바 아니었다.
"뭐라고?!" 지기는 더러운 쓰레기통을 양손으로 밀지만, 그 쓰레기통은 너무 꽉 차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는듯이 밀리지 않는다. "거기서 네가 한 말을 들었어. '폭도들', 네 말투는 너무 거만해. '감히 사유 재산에 반기를 들다니'. 넌 니가 꽤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폭도', '반기' 문제가 뭔재 얘기해 보자구. 우리는 모두 교육받은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그거 알아?"
쓰레기통은 지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뚜껑에는 눈이 쌓여 있고, 그 안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그래도 평화적으로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
"맛좀 봐라! 앙? 이건 어떠냐? 엿 먹어라, 부르주아놈!" 지기는 쓰레기통을 발로 차다가 거의 균형을 잃을 뻔했다. 마침내 쓰레기통의 흔들림이 가라앉자, 그는 정류장 표지판으로 주의를 돌린다. 바람에 흔들리며 '파흐루'라고 적혀 있다. 지기가 표지판을 걷어차자 표지판이 물레 방아처럼 회전하기 시작한다. 지기는 착지하면서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고 만다. 눈구름이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지기가 누워 있는 동안 잠시 눈 조각이 그의 얼굴에 떨어지자 그는 웃었다. 그의 위로 짙푸른 겨울 밤하늘에 등불이 빛나고 눈송이가 떠다녔다. 저 위 어딘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잊혀진 과거의 통신 위성이 궤도를 돌고 있었다. 어두운 세상의 모든 것이 너무 달콤하고 아름답게 흔들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기는 아직 충분히 파티를 즐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밀어붙인다. 시간표를 없애 버렸기 때문에, 그는 이제 마지막 트램이 떠났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청년은 여전히 세상을 바꿀 기분이었기에, 그가 여전히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청바지의 무릎은 눈으로 하얗고, 가죽 재킷 앞섶은 열려 있었고, 팝 아이돌같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그는 교외 거리를 따라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길 양쪽에는 말뚝 울타리 뒤에 목조 주택이 모여 있었다. 아늑함은 부르주아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는 경멸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는 알맞은 사람, 그들 중 가장 소중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는 손에 벽돌을 들었다.
그의 이마에 여드름이 보였다.
젊은 종이 제조업자인 칼 룬드는 아래층 거실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신문의 헤드라인에는 모자를 쓴 켄타우로스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었고, 위엄 있는 세리프체로 "카피탈리스트"(자본주의자)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은 자칭 투기꾼의 저널이 아니라, 500년 전 시장 경제가 시작되던 시기에 창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 중 하나였다. 빠르게 부자가 되는 방법은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자본주의자" 신문은 경제적 프리즘을 통해 전체 정치적 현실을 투영한다. 실제로, 세기가 바뀌는 헛된 꿈(한국어 번역주: 혁명)의 반대편에 서 있다. 칼 룬드는 세상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진심으로 이해하고 돕기 위해 책을 읽는다. 당신도 기꺼이 그 신문을 읽는다면 ‒ 더 물질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본주의자"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기 역시도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노력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그는 별로 노력을 기울이진 않았다. 예이수트의 기근, 사라미리자의 짜라스 전염병 ‒ 이러한 것들을 지기는 신경쓰지 않았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에게 그것은 비판이고 부정적인 것일 뿐이다. 지기는 세상에 대해 관심이 없으며, 이해하거나 돕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는 완전히 다른 것을 원하고,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다. 소년은 신발끈을 꼭 죄지만, 알코올 기운 덕분에 추위도 느끼지 않는다. 그는 손에 벽돌을 들고 하얀 목조 주택 앞에 서서 조준한다.
벽돌이 그의 손에서 풀려나고, 지기는 야생 동물처럼 웃는다. 벽돌은 겨울밤의 어둠 속으로 날아가고, 그 끝에는 부서지기를 기다리는, 어린 지기스문트 베르크의 삶과 하등 관계가 없는 마호가니 향기가 나는 가죽 장정 책이 놓여 있었다. 창문은 수천 개의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종이 제조업자는 안락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위층에서는 불길한 징조처럼 짙은 녹색 눈이 열린다.
"더 이상 못 기다리겠어!" 지기는 팔꿈치를 옆으로 구부리고 등을 아치형으로 굽히며 울부짖었다. "끝내, 세상을, 끝장내!" 그의 입에서 침과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술 냄새가 나는 그의 숨결의 불꽃, 그는 용이다. 칼 룬드는 51년도에는 아직 30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그는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정문으로 날아가 운동화를 신었다. 지난 한 달 동안 그는 자신의 정원에서 "부르주아지"라는 라벨이 붙은 쓰레기 봉투를 발견하곤 했다. 아침에는 모든 것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모과 덤불에는 역겨운 통조림 음식 상자가 걸려 있었다. 그는 서둘러 나가서 정원 문을 쾅 닫고 잠시 멈췄다. 불과 50미터도 안 되는 거리 한가운데,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은 인물이 온 힘을 다해 돌진하고 있었다. 종이 산업가는 그 자리에서 폭발하며 소년을 쫓았다.
지기의 웨이브지고 약간 기름진 검은 팝스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지기가 차가운 후광을 지나쳐 돌진함에 따라, 그의 뒤쪽 등불이 수축하여 오라로 펼쳐진다. 그의 운동화 밑에서 눈이 날아가고, 바짓자락이 바람에 펄럭인다. 지금 지기는 술에 힘입어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운동화는 눈 위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9살 때부터 담배를 피워왔고, 체육 수업을 좋아하지 않았다.
칼 룬드는 종종 동료들과 함께 달리기를 했다. 물론 그는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얼마 전에 "부르주아지"라고 적힌 쓰레기 봉투를 든 지기는 그가 큰 성기 모양의 시가를 피우는 것을 본 줄 알았다. 세련된 목조 주택의 유리창 뒤에서. 그건 그렇고, 그는 브랜디도 마시지 않고 좀비도 아니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 섹.스. 관광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검은색 하이넥 저지를 입고 흰 가죽 운동화를 눈 위에서 빛내며 한 남자가 속도를 내고 있다. 거리가 줄어들고 지기는 모퉁이에서 미끄러졌다가 다시 손을 짚고 일어선다. 그는 칼 룬드가 30미터 뒤에서 소리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거기 서, 이 개.자.식.아!" 손바닥이 따끔거리고 폐에서 피가 날 것 같지만, 알코올 덕분에 통증을 초월할 수 있었다. 사실, 그의 다리 근육은 이미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몇 년 동안 그냥 서성거리기만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질주할 수 있다는 것만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기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영원히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그것은 환상이었다. 현실에서 그의 몸은 8분 동안 밀어붙이고 나면 한계가 올 것이었다. 철도 건널목에서 두 남자가 거의 10미터 간격으로 좁혀졌다. 지기는 급회전하여 계단을 올라 플랫폼으로 달려갔다. 교외의 적막 속에서 콘크리트를 밟는 발소리, 점점 가빠지는 두 사람의 숨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두 개의 어두운 형체가 랜턴 빛을 받으며 플랫폼을 따라 움직임에 따라 거리가 좁아진다. 뒤를 돌아본 지기는 부르주아 신사가 마치 미래에서 보낸 로봇 처럼 빠르고 통제된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플랫폼 끝에서 뛰어내린 소년은 교외의 철도 산업 용지로 향한다. 그곳은 그가 배회하는 곳이었다. 그는 눈 위에 착지하고 질주하면서 균형을 유지한다. 철로 제방의 어둠 속에서 그는 마침내 로봇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보통 그 사람 같은 유형은 감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그들의 사랑하는 경찰을 부르는 게 보통이었다.
말뚝 울타리와 벽 사이의 눈 덮인 길과 철도 제방을 따라 지기가 먼저 도착했다. 보드카의 마법이 사라지고, 그는 상처 입은 동물처럼 작은 호흡을 헐떡이며 달린다. 그는 오른쪽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계속해! 하지만 계속하려면 그는 마지막 노력을 쥐어짜내야 한다. 쓸모없는 다리같으니, 지금 포기하지 마! 그는 정말로 담배를 원한다.
그 뒤를 쫒는 칼 룬드는 콧구멍에서 소년의 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세상이 끝나지 않은 미래에서 왔다. 그곳의 모든 사람은 부르주아지이고, 노동계급은 거의 파괴되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칼 룬드는 앞쪽 차고에 막다른 골목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지기를 벽에 못 박을 의도로 충격에 대비하고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전력을 다해 공격한다. 그 광대를 한 번만 보고도 자신이 그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가 손을 뻗자 소년의 코트가 만져졌다. 차고 벽까지 1미터 정도만 남았다. 지기는 오른쪽 다리로 몸을 밀어내어 벽돌 벽에 올라탔지만, 경련하는 다른 쪽 다리는 그가 염두에 두었던 벽의 틈새를 제대로 디딛지 못한다. 계획은 중간까지만 실행되었으며, 그는 세라핌의 깃발처럼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는 미끄러졌지만, 양손으로 지붕 가장자리를 잡는데는 성공했다. 지기가 벽을 뛰어올랐지만, 칼 룬드가 그의 다리를 잡았다.
"젠장, 포기해!"
그러나 차고 위 지붕에서는 지기의 친구가 그 위에 우뚝 서서 그를 격려하고 있었다. 지기의 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랑스럽고 강력해졌다. 그는 어둠속에서 회색 깃발처럼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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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라 북동부에 있는 나드-우마이 생태 지역의 새로 무너진 타이가에서 완전히 파괴된 인간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남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서부터 사마라 인민공화국과 함께 세계가 시작된다. 4천 킬로미터 더 북동쪽으로 가면 카틀라 이솔라가 있는데, 둘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순진하게 굴지 말라구. 그건 내세같은게 아냐." 지기스문트는 요점없는 주장을 끝낸다. 그는 알루미늄 피클 병에서 담배 두루마리를 꺼내 종이 위에 올려 놓는다. 그는 사푸르맛 우란을 떠나기 전에 담배 재료를 비축했다. 충분히 준비해야 했다. 중앙시장에는 메밀말이 대신에 말라버린 항아리 바닥밖에 없고, 종이도 질이 좋지 않았고, 테이프는 제대로 붙지 않았다. 종이가 입술에 달라붙고, 빛나는 담배가루가 담배에서 가슴으로 떨어진다. 엔트로포넛이 그의 코트에서 부스러기를 털어내자, 그 부스러기의 빛나는 반짝임만이 그 주위 창백의 유일한 색이었다. 그는 다리를 내민 채 텐트의 삼각형 입구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쪽 눈을 판 구멍에서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모닥불의 반대편에는, 크라스 마조프의 학교교사이자 친구, 종말론적 폭력론자 유령 세포질인 이그누스 넬슨이 웅크리고 있었다. 영화필름 수정의 으스스한 결함(한국어 역자주: 검열로 인해 필름속의 유령이 되어 버린 마조프의 동료 이그누스 넬슨)은 안개 속에 전나무로 둘러싸여 있으며, 흑백이며, 완전히 부자연스럽다.
"생일 축하해" 유령 세포질은 말한다. "서른 아홉이야." 지기스문트가 대답한다. "벌써 그렇게 됐어?"
"이제 40까지 쉽게 반올림할 수 있어. 더 이상 차이가 없지. 이제 마흔 살이 되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보라구."
"난 40살이야."
"사십! 어떻게 된거야? 스무 살 까지도 못 산다고 하지 않았었나? 지금까지는 계획에 없었어. 여기서 뭐하는거야?"
"있잖아, 이그너스, 난 사라지고 싶어…" 남자는 졸다가 통나무로 불을 정리한다.
불의 중심에서 짙은 주황색 불꽃이 살아난다.
"또? 우리는 이미 충분히 희미해지지 않았나?"
"언제든지 더 희미해질 수 있어, 이그너스. 더 적게 남길 수 있어: 종이 조각, 치과의사…" 지기는 주전자를 불에 올려 놓았다. 그 안에서 신선한 눈이 녹는다.
"그들이 너에게 그 치과의사 도구를 가져다 줄 거야! 그 때 그라드에서 직접 했어야 했는데,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찌꺼기를 꺼냈어야 했는데!"
"해 봤지만 너무 아팠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신경쓰지마! 게다가 그게 의료행위가 아니라면 부르주아지 사법제도를 과대평가하는 거야. 그 구멍 많은 제멋대로의 제도에는 물욕밖에 없다구. 마조프 기억나?"
지기는 방한복 주머니에서 보철물을 꺼내 입에 넣는다. "넌 항상 중얼거려. 무슨 마조프? 게다가 ‒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라구! 여기서 누가 나를 찾을 수 있겠어? 엔트로피 연구소에서도 나를 여기에서 찾을 수 없을거야."
"그렇게 생각해?"
지기는 오븐 장갑에 손을 넣고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그런 식으로 나라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그럼 어디에서, 지기? 국가는 거대해."
"세상에서."
창백은 어두워지고, 그 아래에는 눈밭이 펼쳐져 있다. 주전자의 물이 쉭쉭댄다. "맙소사..." 시간의 검열관으로부터 떠밀리며 이그누스 넬슨이 한숨을 쉰다. 유령의 목소리만이 공허하고 반향 없이 남는다. "세상에, 이 사라지는 짓거리는 지긋지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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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가 힘껏 밀치자 칼 룬드의 손아귀로부터 간신히 다리를 떼어낼 수 있었다. 그는 가장의 어깨를 밟고 발을 차며 차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너무나 젊고 자유로운 그는 겨울 하늘 아래 승리를 거두며 서 있었다. 부르주아지는 그 앞에서 패배하여 움츠러든다.
"흠? 이제 어쩌려구?" 지기는 마치 이 산업자본가를 내팽개치려는 듯 손을 거칠게 움직이며 외쳤다. "어떻게 할려구, 응? 올라오려구? 네 손가락을 밟아서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그는 그를 따라 올라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기 위해 차고 지붕 가장자리를 발로 마구 밟았다. "넌 졌어! 내가 이겼어! ↗만아!"
"잘했어" 어둠 속에서 이그누스 넬슨이 속삭였다. "나도 중산층에게 그렇게 했어. 마조프와 함께 우리는 그들을 수십만 명 죽였지. 우리는 거의 백만 명의 부르주아를 죽였고, 더 많이 죽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어."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지기가 포효했다. 차고 지붕에 종말의 대장장이가 다시 찾아왔다. 금지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네가 세상을 세계화하면 널 죽여버리겠어. 네 가족을 죽여버릴거야."
"얘야, 의사에게 가는게 좋겠다." 칼 룬드는 포기하고 떠나려고 몸을 돌렸지만, 지기는 손에 눈덩이를 만들었다. 그것이 칼 룬드의 머리 뒤쪽을 때렸을 때, 그는 맹렬한 분노로 돌아서서 빠르게 돌아왔다. "씨.발., 네 얼굴 기억할거야!"
"나도 네 얼굴 기억할께." 지기가 조롱하듯 말했다. "나도 네 얼굴 기억할꺼야. 난 네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지!" 눈이 지기 주변에 떠다니고 그의 검은 머리카락에서 눈송이가 녹는다.
"내려 와, 멍청아, 그렇게 자신있으면 내려 와!"
"그래, 여기 간다!" 지기는 눈덩이를 던졌지만 남자는 그것을 피했다. "나는 가죽 코트를 입은 죽음의 천사들과 함께 내려올거야. 네 가족은 다 죽었어! 호.모.!"
이그누스 넬슨은 뒤쪽 그림자 속에서 "매우 품위있다"고 칭찬했다. "그 단서를 언급한 것은 잘한 일이야. 넌 시인이야. 하지만 말이 아닌 행동의 시인이군!"
"니 아내를 따.먹.을거야!"
"불이 붙었군, 소년, 불타고 있어! 계속해 봐!"
"넌 예코카타에 정착할 거고, 나는 네 회사를 국유화할거야!"
"이제 너무 이론적으로 변하고 있어. 그 방향으로 가지 마. 실수할 거야. 넌 국유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냥 호.모.라고 해!"
"호.모.새.끼!"
분노한 칸 루드가 올라가려고 시도하지만 지기는 더 많은 눈으로 그의 얼굴을 때렸고, 그가 다시 넘어지면 손가락 위로 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좋아, 지금이야말로 사라질 때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그에게 격렬한 말을 해라!" "호.모.새.끼!"
"그걸로 됐어." 이그누스 넬슨이 말하자, 가죽을 두른 지기의 모습은 차고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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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트럭의 큰 바퀴 옆, 청회색의 눈 덮인 언덕에서 실루엣이 나타난다. 나드-우마이는 여전히 반쯤 밝은 회색이었다. 지기스문트 베르그는 등에 거대한 배낭을 메고, 후드 아래 깊숙이 숨겨진 늙어가는 로커의 포니테일을 한 채 산 중턱의 길을 따라 혼자 걸었다. 털이 달린 그의 방한복 후드는 굴뚝처럼 연기가 났다. 남자는 손에 스키 폴 두 개를 들고 입에 담배를 문 채 엔트로피적 재앙을 통과하며 터벅터벅 걷는다.
"마조프가 더 이상 세계 혁명을 기다릴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가 괴물로 변했기 때문에 스스로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는 뜻이야? 아니면 그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니야." 이그누스 넬슨이 왼쪽에서 회색 깃발처럼 손을 흔들었다. "마조프는 부드러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고, 반응은 어디에서나 열렬했어. 우리가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에 관계없이 항상 더 많이 있었어. 그리고 그 좌절, 레바숄에서 모든 것이 무너졌지. 그는 단지 슬펐을 뿐이고 자신이 괴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전나무 사이 도로에 지기스문트의 발자국이 스키 폴 구멍 옆으로 찍힌다. "말해 줘. 권력을 잡는 데 얼마나 희생이 필요했지? 동지들은 얼마나 희생되었고? 이번에는 정말 어땠는지 말해줘. '다른 공산주의자들이 나를 죽이러 왔을 때 마조프의 이상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랬나? 아니면 그렇지 않았나?"
"물론 그렇지 않았어. 지기스문트, 넌 우리 중 최악의 버전을 가정하려 하는군. 더 이상 아무것도 믿을 필요가 없도록. 그래서 여기 와서 하려고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말해 봐, 숙청은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나? 우리 둘에게 말이야. 언제 혼자 갈 생각이지?"
"솔직히,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 이그누스."
"그럼 생각해 봐. 하지만 그것이 모두 살인과 대혼란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둬. 내가 물려받았을 때, 마침내 모든 것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것은 황홀한 느낌이었어. 온 나라가 네 것이라고 상상해 봐. 그것은 단지 친절함에서 나온 감정이었어. 나는 마치 측량줄을 잡고 있는 건축가처럼 그라드를 부드럽게 장악했어…" 이그누스의 가슴에는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회색 상자가 반짝였다. "손안의 성냥개비처럼.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류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약속했지. 그리고 알다시피 난 내 자신이 자랑스러워."
"모든 것을 빼앗겼고, 단 하나의 이솔라 밖 식민지만 남았지. 무슨 산양 똥처럼!"
"그렇게 초라하게 굴지 마. 냉소적이되, 사마라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구. 우리가 여기서 후퇴했을때 내 마음은 사마라에 묻혔어…"
"맞아, 넌 퇴각했어! 왜 또 물러섰지? 왜 우리 동지들은 항상 후퇴하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리고 나는 운명론자가 돼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어. 나는 이 식민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어. 나의 사마라혁명공화국!"
"그렇지, 맞아. '인민공화국'은 낡았지."
"나는 그들이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든 것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야. 노쇠한 꼴을 보라구!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유령 회색 세포질은 분개한다.
엔트로포넛은 바리케이트가 치워져 있는 산골 다리를 건너간다. 비어있는 경비원 초소는 도로 양쪽에서 눈에 파묻혀 졸고 있다. 다리 끝에는 "네멘기 우우이 ‒ 36km" 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그리고 눈오는 창백을 통해 더 나아가면, 우마이 산의 타이가가 있다. 불과 2주 전에는 세계 최대 매장량의 형석, 텅스텐, 아연 및 희귀한 사마르스카이트가 이곳 땅에서 추출되었었다. 제련소에서는 연기가 났고, 산업 폐기물은 생태 지역의 선명한 은빛 흐름을 녹슨 거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이제 침묵과 평화가 깃들었다. 경사진 트럭 도로를 따라 엔트로포넛은 계곡의 어두운 틈새로 내려간다. 그곳에서는 전나무 숲이 그의 주위를 어둡게 했다. 그리고 그의 앞 눈길에는 발굽 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었다.
"훌륭해! 그건 자기 희생이었고, 인민들에 대한 완전한 헌신이었어. 나는 암페타민에 취한 결정 기계였고, 잠도 자지 않았어. 우리 중 누구도 잠들지 않았어. 우리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었지. 야쿠트족의 도움으로 국가 간의 형제애가 형성되었고. 그들은 우리의 무기를 존중했고, 우리는 그들의 행복한 정신과 춤을 존중했어. 6년 만에 나라는 무에서 일어섰어.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말 그대로 죽을때까지 일했고, 5일 연속 일을 하고, 심장마비에, 탈진에…"
"그들의 머리에 총을 겨눴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틀렸어. 물론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땠는지 넌 상상할 수 없어. 환희가 세상을 채웠다구!"
"환희? 당시에도 암페타민은 널리 퍼져 있었지만,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되기 전이었어."
하지만 이그너스는 듣지 않았다. "내가 지독한 말을 했군, 그렇지! 나는 백마를 타고, 눈탑 위에서, 언덕에서, 건축 현장에서 연설을 했어. 검을 휘두르니 검날에 은색 햇빛이 빛나고 있었지. 그리고 내 주위에는 흰 깃발, 왕관 뿔이 달린 깃발, 뿔이 돋아난 팔로 감싼 은빛 별, 하늘을 향한 가지가 흔들렸어. 나와 함께 여기에 온 모든 사람들은 행복했어, 지기! 공산주의는 강하다! 공산주의에 믿음을 가져, 그건 축복이야! 약속해! 인민을 믿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믿음이 없으면…!"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지."
"아무것도. 눈보라가 왔지만 하얗고 아침이었어. 공산주의는 하얗게 빛나고 있어! 공산주의는 아침이며 기쁨이야!"
창백이 엔트로포넛 주변에서 위험하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빛의 고리가 이그누스의 가슴에서 전나무의 황혼 속으로 스며들었다. 떨어지는 눈은 그들의 손에서 은색 색종이 조각처럼 반짝거리고, 그 색깔은 세상에 위협으로 슬며시 다가왔다. 지기스문트는 발로 땅을 굴렀다. 손으로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그만!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공중을 가르는 검처럼 숲을 가로질러 굴러갔다.
"정말 미안해, 친구, 지기스문트." 왜곡된 목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숲길 한가운데서 헐떡거리고 있다. 어느덧 황혼이 지나가고 반쯤 밝아졌다. 창백은 돌아왔고, 엔트로포넛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미치는걸 원하는거야?"
"아니, 난 단지 네가 그때 모든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깨닫기를 바랐을 뿐이야. 정말 좋은 때였지! 미안해…"
"그 시절은 지났어. 그건 너의 천공 카드와 헛짓과 함께 묻혔어. 더 이상 거기에 무엇이 있었는지 아무도 말해 줄 수 없어. 그것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제 자리에서 벗어났어. 과거의 일은 사라졌고, 창백만이 남았어. 신기루야. 너도 알고, 나도 알아."
"그렇게 말하는 건 그 소녀들이야." 세포질이 지기스문트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인다. 전나무가 흔들리고, 창백은 희미하지만 매혹적으로 부드럽다. "이들은 너의 소녀들이야. 소녀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아. 모든 소녀들은 부르주아야, 지기."
"그 애들은 부르주아가 아니었어."
"그들은 마지막 한사람까지 모두 부르주아였어. 그들은 소녀 잡지를 읽었어. 레바숄의 패션과 향수, 처녀성 상실에 대한 이야기. 그것은 전부 부르주아지라구. 사실 모든 소녀는 부르주아지의 무기이거든."
"넌 그 애들을 몰랐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도 모르지만 부르주아지는 아니었어, 이그누스. 그것은 어떤 다른 것이었어."
"그렇게 믿기를 원한다면, 마음대로 해. 하지만 넌 그들이 아닌 인민를 믿고, 공산주의를 믿는 것이 좋을거야."
"해봤지만 할 수 없었어! 나한테는 안 맞아… 나는 공산주의자 유형이 아니야."
"그럼 왜 나한테 얘기하는 거야? 나는 공산주의 그 자체, 지구를 배회하는 유령이야. 공산주의를 믿지 않는다면 왜 몇년동안 나와 함께 있었지?"
"인생이 더 나은 사람들에 대한 증오 때문에, 이그누스. 게다가 - 넌 괴물이고 기괴해. 누가 괴물의 친구가 되기를 마다하겠어?"
"난 괴물이 아냐."
"넌 괴물이야. 사람들은 널 '종말의 때까치'라고 불러. 그렇게 불리는 사람이 또 누구인지 알아? 아무도 없어! 그라드의 이 모든 대학살은 네 손에 의해 이루어졌고, 네 서명은 어디에나 있어. 그리고 네가 후퇴했을 때, 마조프가 더 이상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때에도 너는 적군을 기둥에 박아넣었지. 12,000명이나. 전나무를 베어 장대를 만들고, 장대 숲을 만들었지. 역겨워, 이그누스!"
"그건 내가 조국을 건설하기 위해서였어! 내 미래의 나라. 알다시피 그들은 결코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야… 그들은 우리를 게임처럼 사냥하여 죽였을 거라구!"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좀 과한 것 같지 않아? '때까치' ‒ 당신이 무엇이 되었는지 보라구!"
창백의 침묵 속에서 인간의 말은 어색하게 들렸다. 지기스문트가 눈을 헤치고 나오자 목소리가 나무의 황혼에 울려 퍼졌다. 창백에서는 시끄러워야 한다는 것은 늙은 엔트로포넛인 K. 보로니킨의 속임수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해지고 과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기스문트는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처음 창백에 왔을 때에도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당황했었다. 또는 오히려 그는 사라질 수 있지만, 그가 정말로 원하는 곳으로 갈 수는 없다. 이것은 그에게 마조프의 이상이 필요하게 만들었다. 룬드 아이들의 실종은 말 그대로 지기에게 특별한 엔트로피적 능력을 부여했다.
아침이 지나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수십 킬로미터 더 가면 깊은 창백이 시작되고, 그곳에서는 더 이상 하루의 시간을 측정할 수 없다. 그때까지는 배터리를 절약해야 한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어쨌든 횃불을 켰다. 눈이 횃불 빛 속에서 반짝거리고, 지기스문트는 그 빛을 그의 불쌍한 친구에게로 향했다. 이그너스의 결손이 빛을 발한다.
"너 자신을 봐! 한심하군. 모두가 깔끔하게 일을 했다면 좋았을텐데. 아마추어들 같으니! 차라리 필름 롤을 전부 태우는게 나았겠어. 이렇게 매어있는건 너무 잔인해…"
"하지만 그랬다면 넌 나를 알지 못했을 거야, 지기. 우리가 함께 보낸 많은 시간을 생각해 봐. 모두 나쁘지는 않았잖아."
"내가 뭐? 나는 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네가 여기 없었다면 더 좋지 않았겠어? 극지의 숲도 없고, 암페타민도 없고, 세포질 덩어리도 없다면 말이야. 누가 그런 게 필요하겠어?"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이그누스가 말했다. "너도 알잖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세상이 끝나고 있어. 곧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야. 넌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의 용사라도 기억되지 않을 거야."
"훨씬 낫군. 좋아. 그리고 이 세상의 용사? 넌 이 세상에 날뛰는 역겨운 괴물이야!"
"너도 날뛰고 있었어! 네 손 좀 봐, 지기! 잊지 말자구…"
"한 마디만 더! 말하면 널 없애버릴 거야!" 엔트로포넛이 소리친다. "너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안했어! 그리고 어쨌든! 우리중 혁명 정치위원이 누구야? 너잖아?"
"아니!" 이그누스는 두려워서 떨었다. "용서해, 친구, 만 번 이라도 사과할께! 너 지기스문트 베르그가 유일한 이성적 정당의 정점인 혁명 정치위원이야. 난 권한이 없어. 내가 가진 것이라곤 나 자신이 쓴 겸손한 비평뿐이야. 가져가. 하지만 나를 죽이지는 마. 내 다른쪽은 공허뿐이야. 여기 머물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게. 무엇이든. 나는 희망이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너는 알고있어. 이것이 마지막이야. 말해!"
하지만 이그누스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는 입이 없다. 손전등 불빛이 비추는 어둠 속에서 영화필름의 결함이 갈라지는 것은 잔인함의 극치였다. 불가능이 요구된다. 불편한 침묵이 숲속 공기 속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모두 당황했다. "왜, 이그너스?" 엔트로포넛은 손전등을 가까이 들이대어 역사의 한가운데를 들여다보며 반복했다. "왜 그랬어? 아무 가치가 없었어. 은행을 턴 건 이해해, 그건 필요한 일이었지. 심지어 퇴각할 때 교향악단까지 데리고 갔잖아. 강제로. 어쨌든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하니까. 근데 이건 왜? 누가 좋아한다고? 왜 '하르난쿠르'를? 그 모형은 가치가 없었어! 그걸 말해주면 여기 있어도 돼."
"하지만 모르겠는걸." 거꾸로 재생된 목소리가 슬프게 대답하고, 오디오 트랙이 느려진다. "네가 모르는 건 나도 몰라."
다른 말은 없었다. 엔트로포넛은 몸을 흔든다. 그의 어깨와 방한복에서 눈이 떨어진다. 그는 계속해서 혼자였다. 그곳에는 얼어붙은 기계 궤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눈 위에는 발굽이 찍혀 있었고, 그의 손전등에서는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어둠 속 길 한가운데서 얼어붙은 산양 떼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연사 박물관 전시물처럼. 때때로 암염소가 코를 골기도 했다. 그것은 신경 자극, 근육 경련이었다. 등 윗부분은 이미 눈으로 덮여 있었지만, 콧구멍에서는 여전히 김이 펄펄 끓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일부는 며칠 동안, 일부는 몇 주 동안 숨을 쉬고 있었다. 방한복을 입은 남자는 전문가처럼 무관심하게 무리 사이를 이동하다가, 손전등의 불빛이 알파 메일의 뿔을 전나무 벽에 그림자처럼 비출 때까지 움직였다. 지기스문트는 동물의 유리 같은 눈을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붕괴되어 있었다. 자동인형의 원시적인 뇌간은 인간보다 먼저 창백에 떨어졌다. 이것이 오지의 사냥꾼들이 그들의 육고기를 사냥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그들은 결국 스스로 미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지기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벨트에서 스위치 블레이드를 꺼내 단백질의 목을 자른다.
[잡담] [신성하고 끔찍한 공기] 16. 엔트로포넛
꿈꾸는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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