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는 책 원본의 일부가 아니며, 책이 출판된 지 얼마 후인 2014년에 로버트 쿠르비츠가 작성하여 지금은 없어진 블로그 "www.zaum.ee"에 게시한 것입니다.
20. 에필로그 - 빛은 모든 것을 통해서 빛난다
75년 전, 이전세기 혁명 2년 전의 레바숄.
멀리 심포니홀 무대 뒤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초연에 대한 박수는 미미했고, 두번째 앙코르는 없을 것이다. 바람잡이들이 첫번째 박수를 조직했다. 현악기 섹션은 이미 은색 의자 라운지에서 이브닝 드레스를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창밖의 1월 말 하늘은 파랬다. 그리고 그 앞에는 검은 프록코트를 입은 에밀 드 페루즈 미트레시 백작이 손에 정십이면체를 들고 지휘하는 동안 손을 흔들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서 있었다. 에밀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페루즈와 미트레시 지방의 백작이지만, 상류층 지위를 강탈한 부르주아지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 프롤레타리아트와 혁명의 지지자가 되었다. 유산을 물려받은 에밀은 자신을 작곡가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그는 명성에 목말라 12음의 작곡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결심했다. 백작의 음악 스타일은 나머지 문명 세계의 음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눈부시게 현대적인 기하학적 상징적 화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다. 인간의 귀에는 참을 수 없는 소음처럼 들렸다. 에밀은 음조 중심의 전통 음악을 원시적이고 정신을 마비시키는 자장가 또는 아메바를 위한 음악으로 간주했다. 그는 기존의 지휘봉 대신 판지로 만든 정십이면체를 사용하여 누구도 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자신의 작업을 수행했다. 그의 뺨은 흥분으로 붉어지고 정십이면체는 그의 손에서 떨렸다. "들어갈까요?" 그는 소리쳤다. "들어갈게요!"
그는 열병에 휩싸인 것처럼 방 안을 뛰어다녔다. 교향악단 감독은 문앞에서 조심스럽게 백작을 멈추며 말했다 : "모르겠어요. 아마도 무대에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왜요?" 그 남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에는 우스꽝스러운 미소가 나타났다. "관객이 나를 부르고 있어요! 엄청 나요!"
"엄청났지요…" 감독은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하지만 이미 한번 경험해 봤고… 청중의 공손함을 시험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에요." 홀은 조용해졌다. 창밖으로 바람이 불었다.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뚱뚱한 동료가 백작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만, 실행에는 약간의 연마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다시 연주할 수 없으면 어때요? 다음 작품을 멋지게 다듬으면 결국은 올 거예요!" 주로 플루트 협주곡과 플루트 독주곡을 작곡하는 한 남자가 말했다.
"흠… 다음은…" 감독은 여전히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도 쓰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백작은 그가 평론가 신사에게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페루즈 미트레시 재단은 수년 동안 우리 기관을 지원했단 말입니다…"
백작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악의적인 떨림으로 변했다. 미소는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는 눈치채지 못한 채 분주한 여자들을 지나 창턱으로 돌아갔다. 감독의 은폐 시도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있었고, 평론가도 대꾸했다. 곤란했다...이런 일로는 유명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듣기만 해도 괴롭다. 유리창 밖에서는 진한 파란색 저녁하늘에 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듣지 않아도 돼..." 백작이 속삭였다. 메트로놈이 창턱에 서 있었다. 그는 메트로놈을 작동시켰다. 엄숙하고 가능한 한 가장 느린 속도였다. "유명해지지 안으면 돼…"
"자, 어서!" 콘서트 감독이 외친다. "내 생각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소리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통한 여인이 백작을 바라보고 있다. "다음 기회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렇게 복잡하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웃음이 메아리친다. 안도의 한숨이 분장실을 지나간다.
"결국에는... 모든 게 잘 맞아들어갔어..."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는 천천히 돌아서서 방에 가득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엄청 났다고 생각하는 건 저뿐인가요?"
"틱" 메트로놈이 대답하자 남자의 등 뒤에서 나무 가지가 흔들렸다.
"나는 그것이 파격적이라고 생각해요." 콘서트 감독이 말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순간도 있었어요."
"좋은 순간들..." 백작이 말했다 .
"틱" 메트로놈이 말했다.
그 남자는 정십이면체를 손에서 손으로 저글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순간이 가장 좋았나요?"
"음, 두 번째 부분의 시작 부분이 아름다웠는데…" 여자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틱"
"틱"
"틱"
"방위각!" 누군가가 침묵 속에서 손뼉을 쳤다.
"틱"
"보레아스! 부문!" 번개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작은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박자마다 손뼉을 치며, 한 걸음마다 한 마디씩 말했다.
"최하점!" 작은 남자는 말을 마치고 백작에게 절을 했다. "모든 부분이 절대적인 수학으로 완벽했습니다. 다음 작품을 만들어서 망치지 마세요. 사라지는겁니다,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요." 남자는 작은 손을 주먹으로 꽉 쥐었고, 벨벳 양복 재킷에는 팔꿈치 패치가 달려 있었다. "나는 그라드로 돌아갈 겁니다." 그는 방으로 돌아섰다. "2년 안에 미로바에서 혁명이 시작되어 뇌우처럼 지구를 휩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패는 다음 세기 전체로 이어질 것입니다. 인간 이성이 쇠퇴하는 세기, 다음 해가 전년보다 어두워지는 시대."
그는 번갯불처럼 방 안을 돌아다니며 누구든지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려 한다. "저 끝에서 극지방의 밤을 거쳐 그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것은 미래의 교통수단에서 실행됩니다. 자기력으로요! 그러나 여전히 ‒ 그것은 거기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미트레시씨, 당신은 유명해질 것이고, 당신의 음악은 모든 물질이 추억이 되는 진정한 종말에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것이 백색광이 모든 어둠을 비추고 모든 계시를 뒤집는 소리를 내는 방식입니다." 그는 평론가의 코앞에서 발끝으로 일어섰다. "모든 계시가 ‒ 내가 말했잖아요 ‒ 뒤집혔어요!"
"틱"
작은 남자는 부엉이처럼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시선은 번개처럼 피뢰침을 찾아 백작을 발견한다. 백작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남자는 헐떡거린다. "그럼 나도 결국 유명해지는 걸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그것을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빛 너머에…"
"이온!" 아이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이온, 이제 가요…" 축제 복장을 한 어린 소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실례해야겠습니다." 남자가 백작의 손을 꼭 잡았다. "세계의 기억에 남을 본질을 드러내는 특출한 소리를 받아들일 줄 아는 분을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기다려요!" 백작은 말을 더듬었다. 그는 코트 주머니에서 연필을 찾아 정십이면체에 서명했다. 그는 오랫동안 서명을 연습해 왔다. "누구에게 서명해야 합니까?"
"이온 로디오노프."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흥분했다.
"혹시 당신은 작가 아니신가요?"
"아뇨, 저는 수학 교사에요." 남자는 감탄으로 눈을 반짝이며 다면체를 집었다.
"그럼 그렇지!" 신이 난 비평가가 문 옆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나 수학 교사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그 옆을 지나갔다. 그는 문 앞에서 어린 학생의 손을 잡았다.
"가자, 암브로시우스!" 그는 말했다. "아름다운 다면체 아니니?"
한달 후, 레바숄에서 800km 떨어진, 인슐린데 기슭 그레이트 블루의 가장자리.
요트의 돛이 바람을 심하게 받고 있었다. 캔버스가 펄럭이고 바람이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부짖었다. 2월 말의 밤이자 해가 뜨기 전 마지막 짙푸른 시간이었다. 바다는 검푸른 광활한 공간 아래로 반짝거리고, 요트 한 척이 갈라진 얼음 표면 사이를 질주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김이 피어오르며 난간 옆으로 빙산이 지나갔다. 갑판에는 에밀 드 페루즈 미트레시 백작이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너덜너덜하고 세탁되지 않은 검정색 프록 코트를 입고 있었다. 남자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리고, 그의 손은 추위로 인해 붉어졌다. 그들은 조종간에 얼어붙었다.
"불타라, 레바숄! 몸에 불을 붙여라!" 그는 바람에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것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세상도 그것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아! 넌 뭐야?"
배가 얼음 가장자리에 부딪히자 얼음이 부서졌다. 나무 선체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로 긁히는 소리가 났다. 백작은 이빨로 증류주 병의 코르크 마개를 빼냈다. "복잡하다구?!" 그는 소리를 지르고는 한 모금을 마신다. "구체의 음악을 가져왔는데 너무 복잡하다구?! 니가 복잡한 사람이야, 이 머저리야!"
그의 앞에서 광활하고 서리가 내린 세상 사이로 태양이 떠오른다. 그건 예지였다. 옅은 회색 빛이 증오와 냉기의 화환처럼 빛난다. 태양은 창백에서 떠올랐다. 백작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들었고, 비교할 수 없는 소음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바람보다 더 크고, 부서지는 얼음 덩어리보다 더 컸다. 남자의 입에서 침이 튀고,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리듬으로 울부짖는다. 자신의 작곡한 곡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창백의 소음은 박수 소리, 기립 박수 소리, 수만 피트의 구르기와 휘파람 소리, 불꽃처럼 귀를 찢는 휘파람 소리, 언젠가 레바숄에서 폭발할 원자처럼 들린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박수소리뿐이다.
"난 유명해!" 백작은 비명을 지른다. "나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가야! 다른 음악가들은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아
무도! ‒ 그들을 모르지만 모두가 나를 알아!"
그는 증류주를 한 방울 한 방울 마시고는 갑판에 병을 박살냈다. "수백만 명이 나를 사랑해!" 그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창백을 향해 공중으로 손을 내밀었다. "수백만, 수십억, 수십조의 젊고 사랑에 빠진 소녀들이 나와 나의 12톤 사운드를 사랑해! 사랑은 전부야! 사랑은 빛이다! 빛과 그걸 넘어선 ‒ 공허!"
보너스 ‒ 삭제된 장면 ‒ 칸의 어머니
"제발" 칸의 눈에서는 큰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세요…"
"내가 누군지 알잖아." 수화기 진동판은 끔찍한 말을 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낸다. 칸은 떨기 시작하더니 손에 수화기를 든 채로 복도 모퉁이에 쓰러졌다.
"넌 아니야, 넌 아니야!" 그가 울면서, 남자의 몸은 그의 정신과 함께 떨고 있다. 그는 깨어나 침대에서 울었다. 그의 귀는 윙윙거리고 꿈은 깨어난 후에도 계속되지만, 비행선 모형은 진열장에 다시 들어가 있고, 나쟈는 더 이상 웃지 않으며, 곤추는 나침반을 쥐고 있었다.
5분 후, 알리야 칸은 주방에서 울리는 접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더듬더듬 침대 기둥을 찾아서 장식이 달린 야간 조명을 켰다. 여자는 잠옷을 입고 부엌으로 갔다. 문 앞 어둠 속에서 30대 아들이 서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덩치가 큰 남자는 허리를 덜덜 떨며 커피잔을 씻는다.
"악몽?"
칸은 대답하지 않았다. 컵이 싱크대에 떨어지면서 손잡이가 떨어졌다.
"좀 앉아라. 내가 할테니." 어머니는 남자를 식탁으로 데려갔다. "차 좀 끓여줄까?"
"커피." 남자는 볼을 닦았다. "커피를 주세요."
노부인은 부엌의 불을 켜고, 싱크대를 틀어서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컵을 씻는다. 그 컵 그림에서 라무트 카르자이의 마지막 여정은 모래 언덕을 통과한다. 여자는 난로에 물을 올리고 칸 옆에 앉는다.
"제가 물었어요…" 그는 헐떡이며 말했다. "그녀에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매린." 칸은 침을 삼킨다. "그녀가 전화했고 다른 애들도 거기에 있었어요. 그들은 내가 그들을 내버려둬야 한다고 했어요. 내가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고요."
주위는 조용했고, 주전자가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칸의 어머니가 테이블에서 일어나 찬장에서 가루 커피를 찾았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죠?"
칸은 더 이상 흐느끼지 않았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원하는 것을 얻어요. 나만 얻지 못해요…"
"안돼, 얘야." 알리야는 아들 앞에 놓인 신문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 놓았다. "스스로를 그렇게 몰고 가는건 바로 너 자신이야. 넌 무엇을 해야할지 이미 알고 있어. 지기를 쫓아갈 필요도 없고, 죽은 자와 대화하는 사람에게 갈 필요도 없어. 너는 일하러 가야 해."
"하지만 난 이미 일이 있어요!" 칸은 한 모금 마신다. "나는 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라구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정상적인 직업이 아니잖니. 진짜 직업 말이야.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면 여자들도 따라올거야.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들어봐! 내일 아침에 직업소개소에 가는거야…"
"엄마, 제가 방금 말하지 않았나요?!"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봐! 내일 아침에 직업소개소에 가서 재교육을 요청하고 수강하렴! 그건 무료란다.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고,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될거야…"
"그럼요." 칸이 공허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획말이죠." "그리고 금요일에는 그 여자와 데이트를 하렴. 안하겠다고 하지마. 그녀는 매우 친절한 여자야. 아그니는 아주 유쾌한 여자란다. 내 생각엔 그녀의 딸이 널 잡아먹을 것 같진 않구나."
"무슨 딸이요?"
"왜 내 말을 한 번도 제대로 듣지 않는거냐? 내 동료의 딸이 네 나이이고 미혼이라는 걸 한 달 동안 말했잖아. 그녀는 정말로 널 만나고 싶어해! 멋진 양복과 셔츠를 입고 식사하기 좋은 곳으로 데려가렴."
칸은 두 손 사이로 고개를 묻는다. "엄마, 보르크를 먹을 수 있는 아부-바부의 케밥 가게는 어디죠? 제가 재교육을 받을 곳도 같은 곳인가요?"
"내가 뭘 해줄지 알아? 사전에 용돈을 좀 줄께. 취업 알선후 바로 테이블 예약하고 텔레풍켄으로 가렴!" 칸의 어머니는 교활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손에서 고개를 들고 손수건으로 코를 닦는다. "예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엄마는 테이블 위에 있는 신문을 펼쳤다. "전화로."
티셔츠와 슬림핏 수트를 입은 청년이 예술 부문 인터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명 댄스 아티스트의 아이코닉한 앨범 커버가 돋보이는 셔츠와 이를 배경으로 새롭게 단장된 파노라마 바닥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빛난다.
[잡담] [신성하고 끔찍한 공기] 20. 에필로그, 삭제된 장면
꿈꾸는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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