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람항로’로 유명한 만쥬게임즈 신작, ‘아주르 프로밀리아’가 국내 첫 CBT를 진행했다. 작년 TGS에서 처음 체험해봤을 때는 언어 장벽과 체험 빌드 특유의 제한된 콘텐츠 때문에 정확히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국내 CBT를 통해 이 게임이 어떤 재미를 보여주고자 하는지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르 프로밀리아는 판타지 대륙 ‘프로밀리아’를 탐험하며 다양한 캐릭터와 180종 이상의 파트너 생물 ‘키보’를 만나볼 수 있는 수집형 RPG다. 플레이어는 세계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예언 속 주인공 ‘성림자’가 되어 이세계에 소환돼, 곤경에 처한 다양한 종족을 돕고 즐겁게 모험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터전을 가꿔 나간다.
이번 세계에서 이름은 성림자
어느 정도 외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점이 인상 깊다
이세계 비상식량과 가이드
게임 소재와 연출은 평소에 다양한 서브컬처 RPG를 즐겨봤을 이들에게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준다. 스토리는 이세계물 용사소환물에 가까운 '왕도물' 느낌을 주며, 주인공이 '프로밀리아'의 세계에 떨어져 정체 모를 힘을 각성하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되는 과정에서 익숙한 장르적 재미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은 익숙함의 반복보다는 장르 팬들이 기대하는 감성을 안정적으로 풀어내겠다는 방향성에 가깝게 느껴져 나름 기대감을 갖게 했다.
게임 그래픽은 만쥬 게임즈가 ‘벽람항로’를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새로운 세계관에 잘 풀어냈다는 느낌이다. ‘벽람항로’는 최초 2D 그래픽으로 시작했으나 3D 숙소 추가 등 기존의 매력적인 2D 캐릭터 디자인을 과감하게 3D로 옮겨 담는 시도를 펼쳤는데, 그러한 도전이 아주르 프로밀리아에서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는 느낌이다.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신비로운 판타지 오픈월드를 애니메이션풍 풀3D 그래픽으로 유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게임 내 즐길 거리는 캐릭터 육성, 전투, 월드 채집, 퍼즐 풀이, 키보 수집, 하우징 등 즐길 거리가 굉장히 다양한데, 기본 구조는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필드를 탐험하고, ‘키보’를 포획해 활동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는 형태에 가깝다.
멋진 이세계 프로밀리아로 빠져들어보자
필드 탐험 요소
필드 곳곳에서는 채집물이 있어 이를 수집해 다양한 소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주워 획득하는 재료도 있지만, 도구를 사용해 오브젝트를 파괴해야 하는 자원도 존재한다. 이렇게 모은 재료는 이후 하우징에서 시설물이나 각종 아이템 제작에 사용된다. 자연스럽게 필드를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자원을 하나씩 수집하게 되는 구조다.
단순 채집 외에도 다양한 상호작용 콘텐츠도 숨겨져 있다. 단순히 몬스터를 처치하고 보상을 얻는 전투 콘텐츠는 물론, 리듬 게임 ‘꽃의 영혼 연주’, 타워 쌓기 ‘주잔카의 사다리’, 순서 추리 ‘불의 제단’, 타임어택 형식의 ‘탈것 도전’, 키보를 활용해 속성 반응을 이끌어 내 길을 여는 '키보 퍼즐' 같은 미니 게임도 준비돼 있다. 단순히 전투만 반복하는 구조가 아니라,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며 자연스럽게 여러 콘텐츠를 병행하도록 유도하는 느낌이 강하다.
주잔카의 사다리
꽃의 영혼 연주
탈것 도전
탐험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는 단연 ‘키보’다. ‘프로밀리아’ 세계를 살아가는 신비한 생물들로, 직접 포획해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 포획한 키보는 도감 수집은 물론 퍼즐 풀이, 탈것, 생산 보조, 카드 대전 등 다양한 콘텐츠에 활용된다. 결국 더 많은 키보를 확보할수록 탐험과 생활, 전투 전반이 더욱 편리해지는 구조다.
키보는 ‘스타링크 카드’를 사용해 포획할 수 있다. 상대 체력이 낮을수록, 사용할 스타링크 카드 등급이 높을수록 포획 확률이 올라간다. 외형도 다양해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데, 여기에 몸이 빛나는 ‘반짝 키보’와 색이 다른 ‘이색 키보’까지 존재한다. 포켓몬스터의 ‘이로치’ 개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름하여 키보몬ㅅ...
스타링크 카드 등급이 낮으면 포획 확률이 1퍼센트도 안되지만
높은 등급의 카드는 무려 52%... 상당히 많이 차이 난다
스타링크로 다양한 키보를 GET 할 수 있다
가끔 색이 다른 키보, 이색 키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색 배추닭... 혼자서만 익었다
본인이 콜렉터 성향이 있다면 이색 키보는 놓칠 수 없는 요소다
필드에는 ‘초월체’라 불리는 강력한 존재도 등장한다. 일반 몬스터보다 훨씬 강력할 뿐 아니라 포획 확률도 낮고, 한 번 쓰러뜨리면 일정 시간 동안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그만큼 희귀 개체를 수집하는 재미와 긴장감도 크다. 단순히 많이 잡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체를 확보하느냐 자체가 중요한 게임이기도 하다.
키보 종류가 정말 다양해서 찾아 다니는 재미가 있다
강함의 차이가 많이 나면 최고 등급 스타링크로도 포획이 어렵다
또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키보들이 단순 전투 대상이 아니라 실제 생태계를 이루는 존재처럼 묘사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서로 다른 키보끼리 어울려 돌아다니거나 특정 개체를 쫓고 도망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며, 하우징에서도 작업하거나 쉬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단순 수집 대상이라기보다 세계를 구성하는 생물처럼 보이게 만든 부분이다.
마을의 양배추 밭으로 굴러 들어와 식사(?)를 하는 하로
배추닭과 게일 울프의 영역 다툼도 직관했다
전투와 하우징
게임에는 9개의 원소 속성이 존재하며, 캐릭터와 키보는 각각 하나의 원소를 가진다. 속성 간 상성도 존재해 전투 시 추가 피해 혹은 피해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캐릭터는 역할군에 따라 전투 스타일이 크게 달라진다. 높은 순간 화력을 가진 ‘폭발’, 적의 아머 게이지를 빠르게 깎는 ‘파괴’, 속성 각인을 활용한 높은 대미지가 강점인 ‘강공’, 속성 각인 중첩을 지원하는 ‘증폭’, 각종 버프를 담당하는 ‘부여’ 등으로 나뉘며 파티 조합의 재미를 만든다. 이를 통해 단순히 높은 공격력 캐릭터만 편성하는 구조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적의 아머를 무너뜨리고 딜 타이밍을 만들 것인지까지 고려하게 된다.
역할군은 총 다섯 가지가 존재한다
속성은 9종류, 상성이 꽤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전투는 3명의 캐릭터와 3마리의 키보로 구성된 파티 기반으로 진행된다. 캐릭터는 회피, 반격, 점프 등을 활용해 적의 공격을 흘리며 일반 공격과 강공, 스킬, 궁극기, 교체 스킬 등을 사용한다. 키보는 필드에 소환하면 자동으로 전투를 수행하며, 필요할 때 직접 스킬 사용을 지시할 수 있다.
엘리트급 이상의 적은 ‘아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아머를 모두 깎으면 적이 잠시 기절하며 받는 피해가 2배로 증가한다. 특히 ‘파괴’ 역할군 캐릭터의 반격이 아머를 깎는 데 효과적이라, 아머를 부순 뒤 ‘폭발’이나 ‘강공’ 캐릭터로 화력을 집중하는 식의 전투 흐름이 중요하다. 실제 전투에서는 무작정 스킬을 난사하기보다는, 반격 타이밍과 브레이크 타이밍을 만들어 폭딜을 넣는 흐름에 가깝다.
파티는 속성 상성과 아머 파괴와 서포트, 대미지를 고려해 짜게 된다
핵심 액션은 회피와 반격이다
전투는 회피와 반격, 처내기 중심의 스타일리쉬 액션 느낌이 강하다. 근거리 캐릭터는 ‘저스트 블록’이나 ‘퍼펙트 패리’로 공격을 흘려 아머를 크게 깎고 디버프를 걸며, 원거리 캐릭터는 ‘포커스 닷지’를 통해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 반격 기회를 만든다. 전체적인 전투 템포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전투를 이어가게 된다.
다만 모든 공격을 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이 공격 전에 보여주는 전조 이펙트 중 노란빛 공격만 처내기가 가능하며, 붉은빛 공격은 일반 대쉬 회피로 피해야 한다. 특히 초월체급 적의 특수 패턴은 쳐내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패턴 파악이 중요하다.
이렇게 노란빛일 경우에만 쳐내기가 가능하다
저스트 블록
퍼펙트 패리
포커스 닷지
캐릭터 성장 요소도 다양하다. 첫 번째 장비인 ‘별의 은총’은 던전 파밍을 통해 획득하며, 일정 세트를 모아 랭크업하는 구조다. 랭크업 시 기본 능력치와 스킬 레벨이 오른다.
별의 은총. 기본 능력치 향상과 스킬 레벨업과 관련됐다
두 번째 장비는 카드 형태의 전용 장비 시스템 ‘영자’다. SSR급 영자는 Live2D 연출과 캐릭터 전용 퀘스트까지 제공해 단순 장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물론, 말이 전용 장비지 특성만 맞으면 원하는 캐릭터에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
전용 장비 '영자'. 캐릭터 특성에 맞는 특수한 능력치가 달려있다
전용 일러스트와 퀘스트도 제공해 수집 가치가 높다
세 번째는 하우징을 통해 제작하는 일반 장비다. 무기와 방어구, 액세서리 등 5개 파츠로 구성되며 세트 효과도 존재한다. 결국 캐릭터 수집 외 탐험과 채집, 생산 활동이 전투 성장과도 직접 연결되는 셈이다.
하우징은 단순 꾸미기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재료를 가공하며 장비와 아이템을 제작하는 핵심 성장 콘텐츠에 가깝다. 여기에 작업 적성이 맞는 키보를 배치하면 생산 효율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투용과 생활용 키보를 구분해 육성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일반 장비 아이템들
장비 아이템은 하우징에서 만들 수 있다
장비 뿐만 아니라 요리, 소재 가공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알 부화도 가능하다...!
열심히 일한 귀여운 키보들을 쓰다듬어보자
키보 육성과 대전
키보는 속성, 전투 스킬, 인자 스킬, 특성, 하우징 특성, 작업 능력치 등 매우 다양한 성장 요소를 가진다. 특히 전투 성능에 영향을 주는 ‘인자 스킬’과 생산 효율에 영향을 주는 ‘하우징 능력치’가 중요하다.
인자 스킬은 포획 시 랜덤으로 결정되는 패시브 능력이다. 어떤 키보에게도 유용한 범용 인자가 있는가 하면, 특정 속성 피해를 강화하는 특화형 인자도 존재한다. 반대로 방어력을 감소시키는 패널티형 인자도 존재해 원하는 개체를 얻기 위한 반복 포획의 중요성이 커진다. 결국 희귀 키보를 발견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자와 능력치를 가지고 태어났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또 모험 활동 중에는 ‘인자변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존보다 더 강력한 인자로 변화하는 시스템이라 육성의 변수로 작용한다.
알에서 태어난 '아이링'... 반짝 키보에 '장난'이라는 희귀 인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우징 능력치 역시 포획 시 현재치와 최대치가 결정된다. 생산 작업을 반복하면 성장하지만 최대치를 넘을 수는 없다. 따라서 단순히 희귀 키보를 모으는 것을 넘어, 좋은 능력치를 가진 개체를 선별해 전투용과 생산용으로 구분 육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블루미’ 같은 키보는 돌보기·경작·예리 작업을 모두 담당할 수 있어 초반 하우징 운영에서 특히 유용하다. 어떤 키보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생활 효율 자체가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전투 뿐만 아니라 하우징 능력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투는 약해도 생산에 강한 키보도 있으니 잘 살펴보고 키우면 좋다
키보는 하우징뿐 아니라 별도의 대전 콘텐츠인 ‘키보 대전’에서도 활약한다. 총 8마리의 키보로 덱을 구성해 싸우는 공성형 콘텐츠로, 회복되는 코스트를 사용해 키보를 소환하고 상대 진영의 탑을 먼저 파괴하면 승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 필드 전투와 완전히 다른 규칙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썬더야크’는 적을 무시하고 바로 공성 탑으로 돌진하는 공성 특화형이며, ‘배추닭’은 제자리를 지키며 방어에 집중하는 수비형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 펫 요소로 끝마치는 것이 아닌, 키보 자체를 또 하나의 독립 콘텐츠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귀여움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복합적인 게임
아주르 프로밀리아는 사랑스러운 서브컬처풍 캐릭터 디자인과 뛰어난 3D 그래픽, 스타일리쉬한 액션 전투가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게임이다. 단순히 캐릭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비주얼 완성도가 높다.
다만 ‘프로밀리아’ 세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다. 탐험과 채집, 키보 포획, 하우징 운영, 캐릭터 육성이 서로 어느 정도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만 집중해서는 진행이 쉽게 막힌다. 포만감 시스템까지 존재해 식재료와 요리 관리도 꾸준히 해줘야 하는 등,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많다.
전투를 구성하는 요소도 결코 가볍지 않다. 신경 써야 할 속성이 9개나 되며, 아머 파괴와 속성 각인 중첩, 캐릭터 교체와 키보 소환 등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파티 액션은 깊게 파고들자면 끝이 없어 보인다. 특히 최고의 키보를 만들어 내기 위한 포획과 육성을 반복하는 과정은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반짝 키보, 이색 키보 등 희귀성을 곁들인다면 말할 것도 없다.
액션은 너무 조작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파고 들만한 손맛이 있다
그만큼 플레이 밀도와 피로도는 높은 편이다. 흔히 말하는 일일·주간 숙제를 빠르게 끝내는 형태보다는, 마음만 먹으면 끝없이 탐험과 수집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에 가깝다. 서브컬처 감성 위주 가벼운 액션 RPG를 기대했다면 이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하나의 세계를 깊게 탐험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듯한 체험을 원하는 유저라면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아쉬운 점도 있다. 메인 스토리 동선과 시스템 튜토리얼, 자유 탐험 간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초반 몰입이 쉽지는 않았다.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하기 전에 무작정 넓은 대륙에 던져지는 듯한 느낌이 강했고, 시스템은 파편화되어 느린 템포로 학습하게 되어 있어 흥미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물론 모험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자유로운 탐험의 재미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남긴다. 다양한 즐길 거리를 내포한 거대한 세계를 탐험해 나가며 세계관과 동화하는 재미를 강점으로 내세운 게임인 만큼, 각 콘텐츠가 유기적인 연결을 갖춰 흐름의 끊김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향후 완성 빌드에서 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