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지에 풀려난 교활하고 잔인한 사냥꾼,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2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크리처와 다시금 숨바꼭질을 즐길 시간이다. ‘에이리언: 파이어팀 엘리트’와 ‘에이리언: 다크 디센트’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장장 12년 만에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2’가 정식 발표됐다. 앞서 SGF 2026 쇼케이스를 통해 약 1분 40초간 짧은 티저를 공개한 데 이어 이튿날부터 진행되는 현장 시연서 20분 가량 게임 도입부를 플레이할 기회가 주어졌다. 아쉽지만 영상 촬영은 허용치 않았다.
그래도 대략의 분위기는 전달하기 쉬울 듯한데, 티저 속 폭풍이 몰아치는 스산하고 죽어가는 숲이 바로 도입부 배경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1인칭이며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여성으로, 동료들에게 블레이크라 불린다. 찾아보니 80년대 다크호스 코믹스서 출간된 ‘에이리언 아웃브레이크’란 만화에 동명의 식민지 해병이 등장한다. 나름 최초의 공식 만화라는 상징성을 지닌 작품이라 둘이 동일인물 가능성도 있다.
SGF 쇼케이스서 발표된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2', 무려 12년 만이다
필자의 추론이 맞든 틀리든 무관하게 작중 시점에 블레이크는 식민지 해병이 아닌 웨이랜드-유타니 소속 노동자로 내지 기술자로 묘사된다. 그녀는 소규모 크루의 리더로서 동료인 오토, 콜과 함께 트레일러를 몰아 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던 참이다. 그러나 창졸간 엄청난 섬광과 후폭풍이 그들을 덮치고, 오토와 콜이 트레일러의 상태를 복구하는 사이 블레이크가 육로로 사태 파악에 나선다. 이때부터 직접 조작이 가능하다.
여기서 특기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로 티저를 통해 엿볼 수 있듯 환경 묘사가 놀라운 수준에 다다랐다. 전작서 이미 ‘에이리언’ 특유의 카세트 퓨처리즘 세계관을 포토리얼리스틱 비주얼로 재현해 진짜 영화 속으로 들어간 느낌을 줬는데,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복잡다단한 지형은 물론 폭풍우의 비산하는 물보라와 산란하는 손전등 불빛까지 실감나게 담아낸다. 물론 후술할 우주선이나 전초기지 내 묘사 역시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다.
새로운 무대는 쿠로사키 스테이션이란 전초기지가 있는 외딴 식민지 행성
둘째로 우주정거장을 무대로 삼은 전작과 달리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2’는 행성에 두 발을 내딛은 채 진행된다는 거다. 세가가 낸 홍보 자료를 보면 본작의 주요 배경이 쿠로사키 스테이션이라는데, 사실 티저에 나오는 장소는 그곳이 아니다. 즉 여기서 야외는 단순히 도입부에 쓸 일회성 구간이 아니라 게임 내내 이 시설과 저 시설 사이를 오가는 더 넓은 지역의 존재를 암시한다. 당연히 숲 속을 활보하는 에이리언도 보게 될 터다.
그래서 티저의 장소가 어디냐 하면 다름아닌 세바스토폴 우주정거장과 관련된 무언가다. 세바스토폴 본체는 전작 막바지에 가스 행성인 KG-348로 부딪쳤으니 탈출선이나 일찍 분리된 부속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이 구조물이 트레일러 주변에 떨어지며 갑작스레 섬광이 발생했던 것. 폭풍이 몰려오니 어서 빨리 자리를 피하자는 콜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인공 블레이크는 혹시 생존자가 있을지 모른다며 구조물 안으로 들어선다.
정말 누군가 생존하기야 했다. 사람이 아니라 지긋지긋한 그 녀석 말이다
그 다음은 다들 예상할 법한 흐름이다. 탈출선 내부는 심하게 파손됐고 하반신이 통째로 뜯긴 워킹 조가 엉겨 붙는 점프 스케어가 이어진다. 곳곳에 놓인 부품을 모아 전력을 복구하는데 별안간 에이리언이 튀어나와 가까운 책상 아래로 숨는 블레이크. 전작서 지독할 만치 아만다 리플리를 괴롭혔던 에이리언 가운데 적어도 한 마리가 세바스토폴의 추락서 살아남은 모양이다. 녀석을 피해 탈출선 출구로 돌아가기까지가 시연 분량이었다.
세이브는 여전히 비상 전화기서 수동으로 가능하며 상호작용 시 오래 누르기 및 연타를 요구하는 점 역시 전작과 동일하다. 부러 상호작용을 지연시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특유의 수법이다. 불길한 BGM이 깔리고 쿵쾅대는 소리가 점차 커지는데 세이브에 버튼 홀드가 세월아 네월아라니, 정말 기분 째지지(…) 않겠나. 메인터넌스 터널로 숨어 은밀히 움직인다든지 벽 옆에 몸을 기울여 엿보는 조작도 전작을 즐겼다면 익숙할 터다.
비상 전화기도 건재,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지만 개인적으로 퍽 반가웠다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이 원작 팬덤에게 크게 사랑받은 건 무엇보다 에이리언의 지능적인 사냥법을 제대로 구현한 바가 컸다. 주변이 어둡다고 손전등을 키면 에이리언의 주의를 끌게 된다. 시끄럽게 뛰거나 심지어 성큼성큼 걷기만 해도 에이리언에게 나 여기 있소, 광고하는 꼴이다. 스크립트에 따라 일정 구간을 오가며 미리 짜여진 반응을 보여줄 뿐인 여느 게임 속 추적자와 달리 이 녀석은 진짜 살아 숨쉬는 생명체처럼 군다.
본래 동작 감지기로 에이리언과 얼마나 가까운지 정도는 알 수 있을 텐데 금번 시연서 블레이크는 그조차 얻기 전이다. 사실 이렇게나 초반부면 게임에 대해 더 알아내려야 알아낼 바가 별로 없다. 하나 분명한 건 갑작스레 에이리언이 쿵 소리를 울리며 내려섰을 때 -당연히 시연 도중에 나올 걸 알았음에도-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는 거다. 12년 만에 사냥이 다시 시작됐고, 이번에도 나는 사냥꾼 아닌 사냥감이라는 전율이 흘렀다.
시연 빌드의 블레이크는 동작 감지기조차 없어, 귀를 쫑긋 세우고 다녔다
요컨대 SGF 2026 쇼케이스는 긴 기다림 끝에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2’가 나온다는 낭보를 전할 축제였으며, 현장 시연의 취지 역시 그와 같은 맥락서 이해해야겠다. 전작의 코어 메커니즘을 충실히 계승한 속편이 여기 실존하니 대략적인 분위기나 느껴보라는 첫 대면식 말이다. 물론 어쩌다 저 외딴 정착지에 에이리언이 풀려나고 마는지 사건의 발단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을 터다. 참 세바스토폴은 두고두고 말썽이구나 싶다.
결국 속편에서 에이리언은 또 얼마나 영리해졌을지, 동작 감지기와 이온 용접기 외에 새로운 기믹 장비가 나올지, 화염방사기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주어질지, 전초기지 일대가 어쩌면 오픈필드로 구현될지 등등 수많은 의문의 답을 찾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당장은 스튜디오가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을 비롯해 ‘에이리언’ IP의 명작들이 공유하는 어떤 아우라를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 안도하자.
당장은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2'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 안심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