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하라 슈이치
......
고쿠하라 곤타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곤타 군은 어떤 망상을 할까... 뭔가 마음 편해지는 걸일까?
고쿠하라 곤타
오늘은 만나러 와 줘서 고마워.
성심성의 껏 너의 상대를 다 할게.
사이하라 슈이치
...응? 아, 응...
고쿠하라 곤타
배는 고프지 않아?
짐이 있으면 들어줄게, 이래뵈도 힘은 있으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아니, 맨손인데...
그런데 왜 이러는거야?
고쿠하라 곤타
왜 이러긴.
신사가 여성을 상냥하게 대하는 건 당연한 거야.
사이하라 슈이치
여성...
-분명, 내가 여성이라는 전제의 망상이겠지.
어떤 역할이든 받아주라고 했지만, 이건 어려운 문제군...
고쿠하라 곤타
...아, 역시 싫었어?
그렇겠지... 파티를 위한 연습이라곤 해도, 사이하라 군에게 레이디 역할을 부탁하다니...
사이하라 슈이치
어? 나 여자 아니었어?
고쿠하라 곤타
어? 여자 아니지?
혹시, 사이하라 군은 정말로 레이디였던 거야?!
아,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
사이하라 슈이치
아, 아니, 아니야! 난 남자 맞아!
고쿠하라 곤타
아, 그렇구나. 다행이다... 무심결에 사이하라 군에게 상처를 준거라면 어쩌나 싶었어.
사이하라 슈이치
그런 걱정은 필요없으니까... 안심해.
파티 연습이랬지... 제대로 어울려줄게.
딱히 싫었던 게 아니야.
고쿠하라 곤타
사이하라 군은 상냥하구나.
곤타도 뭔가 보답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 곤타도 사이하라 군의 연습상대가 되어줄게!
사이하라 슈이치
응? 연습상대라니, 혹시...
고쿠하라 곤타
레이디 다운 행동은 전혀 모르지만, 열심히 할테니까 용서해줄 수 있을까?
사이하라 슈이치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데?!
고쿠하라 곤타
그럼, 곤타는 어떻게 하면 돼?! 사이하라 군은 나에게 이렇게나 잘해줬는데!
사이하라 슈이치
잠깐 곤타 군, 진정해...!
고쿠하라 곤타
사이하라 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곤타 군은 나의 어깨를 잡았다.
물론, 나는 그를 멈출 수가 없어서...
사이하라 슈이치
우와앗!
-우리들은 뒤에 있던 침대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사이하라 슈이치
저, 저기...
-위를 바라보는 상태로 쓰러진 나를, 곤타 군은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기 보단, 곤타 군의 거체에 깔리니 상당히 무섭다...!
고쿠하라 곤타
우, 우와아아아아아!
사이하라 슈이치
응?
-갑자기, 곤타 군은 튕기듯이 나에게서 떨어지더니, 그대로 5미터 가까이 뒤로 뛰었다.
사이하라 슈이치
...괘, 괜찮아?
고쿠하라 곤타
전혀 괜찮지 않아!
곤타는... 무, 무슨 짓을...!
사이하라 슈이치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조금 놀라긴 했지만, 다친 곳도 없으니까.
고쿠하라 곤타
신경 쓰여! 레이디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신사로서 용납될 수 없어!
-레이디 설정,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구나...
고쿠하라 곤타
아니, 레이디가 아니어도... 안돼.
사이하라 군에게 민폐를 끼치고, 무섭게하고...
이런 건, 신사와는 거리가 멀겠지.
-아, 곤타 군...
내가 좀 무섭다고 생각한 걸 눈치 챘구나.
고쿠하라 곤타
이제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너 만큼은 절대로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사이하라 슈이치
응... 알고 있어.
-내가 다가가자, 곤타 군의 어깨가 겁을 먹은 것처럼 떨렸다.
사이하라 슈이치
나는 괜찮으니까... 계속해서 파티 연습을하자.
고쿠하라 곤타
사, 사이하라 군... 고마워!
이번에야말로, 널 제대로 에스코트 할게.
그러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나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신사적인 곤타 군에게 이끌려서 나도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신사라고 부르긴 힘들지도 모르지만...
곤타 군은 충분히 예의바르고 상냥한 사람이다.
고쿠하라 곤타
저기, 이런 때에 신사다운 말은...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거야!
사이하라 슈이치
그건... 좀 아닌 것 같네.
-
사이하라 슈이치
......
이루마 미우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이루마 씨의 망상이라... 엄청난게 나올 것 같은데...
이루마 미우
야, 슈이치...
사이하라 슈이치
응? 왜, 왜...?
이루마 미우
기뻐해라! 오늘은 너에게 빌어먹게 좋은 이야기를 쳐가져왔다고!
케켓, 이몸이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소꿉친구인 너 정도 밖에 없다고?
영광으로 생각해!
사이하라 슈이치
아, 응...
-그렇구나. 지금 우리들은 소꿉친구... 인건가.
그래서 친근하게 '슈이치'라고 부르는거군.
하지만, 그녀의 망상에 맞춰줘야겠지.
소홀히 대하면 이루마 씨가 괴로워하게 될테니까...
이루마 미우
그래서, 그 제안이라는 건 말이지...
......
사이하라 슈이치
......
이루마 미우
......
-뭐, 뭐지? 왜 갑자기 조용해진거야?
이루마 미우
이, 이, 이이이이, 이이
-...이?
이루마 미우
이, 이몸을... 안아줬으면 한다...
사이하라 슈이치
...뭐?
이루마 미우
못들었냐! 이 자1지!
안으라고 했잖아! 이 자1지!
사이하라 슈이치
드, 들리긴 했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이루마 미우
어? 왜, 어째서?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치만... 어째서 갑자기 그런 말을...
이루마 미우
왜냐면... 슈이치에게... 보, 보답을 하고 싶어서...
사이하라 슈이치
보답...?
이루마 미우
나, 남자에게 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보답이라고 하면...
이몸의 완벽한 에로보디잖아?!
사이하라 슈이치
아, 아니... 그 점은 잠시 나중으로 미뤄두고, 어째서 나에게 보답을 하고 싶은거야?
이루마 미우
아아? 설마 모르는거냐?
그래도 네가 내 소꿉친구야?!
사이하라 슈이치
모, 모르겠어...
이루마 미우
......
사이하라 슈이치
......
이루마 미우
우, 웃지말아...줄래?
사이하라 슈이치
안 웃을게.
이루마 미우
혼내지... 않을 거야?
사이하라 슈이치
안 그래, 괜찮아.
이루마 미우
으, 응...
슈이치는... 어렸을 적부터... 항상, 이런 나를 돌봐줬잖아?
어디를 가든 손을 잡아 이끌어줬고... 뭘 하든 옆에 있어줬고...
그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이몸]이 아닌 [나]를 알고 있는 건, 지금도 슈이치 뿐이야...
-그, 그런건가...
그렇게까지 깊은 소꿉친구라는 설정이었구나.
이루마 미우
나는... 슈이치가 없었으면, 분명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지금의 '초고교급의 발명가'인 내가 있는 건...
슈이치 덕분...
그, 그래서... 그 보답을 하고 싶어서...
하지만, 슈이치는... 발명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하니까...
내 발명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써야한다고 하니까...
달리...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래서... 나, 나 자신을 주고 싶어서...
-조심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던 이루마 씨는, 새빨개진 얼굴을 숙이고...
이루마 미우
아니, 하지만 그건 구실이고, 사, 사실은 나...
슈이치의... 아이를 갖고 싶어...
사이하라 슈이치
뭐?! 아, 아이?!
이루마 미우
저, 저기 있지...
모르는 거냐?! 나참, 번거롭게하는 소꿉친구고만!
즉, 이 천재미인발명가 이루마 미우 님의 재능과, 너의 성격이 융합하면...
완전무결한 아이가 탄생하게 되는 거 아냐?! 햣하! 최고잖아!!
사이하라 슈이치
......
이루마 미우
그래서, 아이에게 영재교육을 시키고 발명은 애한테 맡겨두면, 이몸과 너의 장래는 확실히 보장된다고?!
사이하라 슈이치
......
이루마 미우
뭐, 뭐야... 이몸의 완벽한 미래설계에 태클을 걸겠다는거야?
아, 아니면...
역시... 나는 싫어?
난 슈이치의 여자친구가 될 수 없어? 난 필요 없는 거야?
시, 싫어...! 나, 슈이치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이를 만들어야해!
사이하라 슈이치
저...저기...
이루마 미우
슈이치가... 나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도록 만들어야해...!
내가 버림받지 않도록 해야해...!
-그, 그게...본심인가?
이루마 미우
부탁이야... 내 안에 줘... 슈이치의 그걸.
응? 부탁이야. 괜찮지?
사이하라 슈이치
괘, 괜찮을 리가 없잖아!
그런 걸 할 수는 없어!
이루마 미우
시끄러-! 너한테도 자1지는 달려있잖아?!
지금 안쓰고 언제 쓸 셈이야?!
닥치고 애나 만들자!
으랴! 한계까지 뽑아내라고!
사이하라 슈이치
어?! 자, 잠깐 기다...?!
-
사이하라 슈이치
......
오마 코키치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오마 군의 망상이라...
어떤 엄청난 내용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테지만...
오마 코키치
아-아-. 이런 위기는 오랜만이야.
사이하라 슈이치
위기?
오마 코키치
나를 이런 장소에 가두다니...
역시 대단해. 탐정 씨.
-망상 속에서도 나는 탐정인건가...
오마 군은 나에게 쫒기는 입장인가?
오마 코키치
하지만, 내가 훔친 보석을 어디 숨겼는지는 말하지 않을거야!
어떤 고문을 해도 소용없다구-!
사이하라 슈이치
고, 고문 같은 건... 안 해.
탐정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오마 코키치
그렇게 말하고선... 나를 묶어두고 난폭한 짓을 할 생각이지?
여기에 마침 침대도 있으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할 리가 없잖아!!
오마 코키치
응? 사로잡힌 도적의 말로란 건 다 그런 거 아냐?
사이하라 슈이치
...도적?
오마 코키치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너무 지나치게 개성적인 취향에는 못따라간다-?
사이하라 슈이치
그러니까, 안 한다니-
-아니... 잠깐.
어째서 갑자기 말싸움이 된 거지?
오마 군의 페이스에 말려든 느낌이야... 잠시 진정하자.
...오마 군은 도적이라는 설정이었지?
사이하라 슈이치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이 후로는 경찰의 영역이니까.
나를 화내게 만들어서 빈틈을 찾아 도망치려고 했던 거라면...
소용없어, 오마 군.
오마 코키치
아, 들켰어?
뭐야, 내가 좋아하는 사이하라에게라면 무슨 짓을 당해도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보다, 내 이름도 이미 알아냈구나. 우와-, 대단해-! 난 이제 완전히 알몸이 된거네-!
사이하라 슈이치
오마 군도, 지금... 내 이름을 불렀지?
오마 코키치
응, 네 이름을 알아내는 것 쯤이야 껌이니까!
-오마 군은... 망상 속에서도 변함이 없구나.
여기서는 내가 오마 군의 이상적인 상대일텐데, 좋아한다고 말해도...
정반대의 뜻이라는 느낌이 든다.
오마 코키치
뭐, 사이하라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해버릴까-?
-어느샌가, 눈 앞에 오마 군의 얼굴이 있었다.
사이하라 슈이치
...우왓!
-무심결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무슨 짓을 당할지... 정말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마 코키치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잖아...
저기... 나한테 무슨 짓을 당할거라고 생각했어?
사이하라 슈이치
겨, 경계하는 건 당연하잖아...
사이좋게 지낼만한 사이도 아니니까...
-...이렇게 맞춰주면 되겠지?
뭐, 애초에 오마 군과 이런 곳에 있다는 상황이 자체가 좀 그렇지만...
이런 대화를 하고 있으면,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는군...
오마 코키치
에-. 쌀쌀맞구나 사이하라.
우리들은 몇번이고 즐겁게 숨바꼭질을 해왔잖아.
훔치는 것 자체는 너무 간단해서 흥분되지도 않았지만...
난, 사이하라와의 게임은 정말 좋아했다고?
...사이하라는 아니었던 거야?
나랑 노는게 즐겁지 않았어?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건...
오마 코키치
뭐,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알 바 아니지만!
사이하라 슈이치
제멋대로...구나.
오마 코키치
혹시... 자기만 휘둘리는 것 같아서 화가 나기 시작한 거야?
그렇다면 안심해도 돼. 내 머리 속은 언제나 사이하라로 가득 차있으니까!
네가 나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니까, 나도 전력으로 그에 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으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궁지에 몰린 것 치곤... 꽤 즐거워 보이는 구나.
오마 코키치
왜냐면,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저기 있지, 사이하라... 너에게 잡힌 것이, 내가 계획한 전개였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사이하라 슈이치
뭐?
오마 코키치
나의 몸에는 수신기가 붙어있어...
지금 쯤, 내 동료들이 이곳을 포위했을걸?
이히히... 사로잡혀서 험한 꼴을 당하는 건, 사이하라 쪽인 것 같네!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럴 리가...
-...없겠지? 없을...테지?
잠시 오마 군의 말에 현혹될 뻔 했지만, 이건 괴도와 탐정이란 설정의 망상이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오마 군... 거짓말도 그쯤 해두는 게 어때?
오마 코키치
뭐야...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구나.
좀더 긴장할 줄 알았는데.
유감이야... 사이하라가 좀더 나를 바라봐주길 바랐는데.
사이하라 슈이치
내 생각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거 아니었어?
오마 코키치
...그건 거짓말이야. 나는 거짓말쟁이니까.
하지만... 잡힌 것이 계획대로였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고?
사이하라 슈이치
...무슨 뜻이야?
오마 코키치
사이하라라면 나에게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라는 뜻이야.
저기... 좀더 나랑 놀자.
좀더 많이... 여러가질 해보자.
-오마 군이, 이번엔 조금씩 거리를 좁혀온다.
또다시 거리를 벌리려하다가... 다리가 침대에 부딪혔다.
사이하라 슈이치
오, 오마 군...?
-오마 군은 내 말을 전혀 개의치 않고, 나를 침대로 밀어 쓰러트렸다.
사이하라 슈이치
오, 오마 군... 기다려, 기다려줘!
오마 코키치
......
...장난이야. 드디어 속아줬구나?
사이하라 슈이치
뭐...!
-오마 군은 그렇게 말하고 이 방의 출구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사이하라 슈이치
어?! 잠깐, 오마 군?!
-쫓아가려 했지만... 침대에 쓰러져있던 나는 곧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적대하고 있다는 설정이라곤 해도, 망상 속에 있는 오마 군이 정말로 도망칠 리는 없다...
어느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마 코키치
이히힛, ...꽤 재미있었어. 그럼 안녕, 사이하라.
다음엔 좀더 재미있는 게임을 생각할테니까...
너도 나를 잔뜩 흥분시켜줘야해.
-오마 군은 단 한번 뒤를 돌아보고선, 문의 손잡이를 잡고...
-
사이하라 슈이치
......
요나가 안지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안지 씨는 어떻게 될까? 평소부터 신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데...
요나가 안지
저기저기, 슈이치!
심심해! 심심해심심해심심해심심해-!
선배를 따분하게 만든 후배는 천벌이 내린다구-?
사이하라 슈이치
선배...?
요나가 안지
그래-. 안지는 슈이치의 선배야-. 연상이니까 더 훌륭하다구-?
음-. 어째서 까먹은 척 하는 거야? 새로운 놀이야-?
사이하라 슈이치
아,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이건...선배와 후배의 관계인가? 우리들은 동갑일텐데...
뭐, 지금은 안지 씨의 망상에 맞춰줘야지. 그녀를 괴롭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요나가 안지
봐봐, 슈이치. 선배가 따분해하잖아-.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선배를 따분하게 하는 후배는 마이너스 포인트라고.
사이하라 슈이치
으, 음...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망설이고 있자...
요나가 안지
에잇-!
[텅!]
사이하라 슈이치
우왓?!
-안지 씨의 몸통박치기를 맞은 나는, 그녀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털썩!]
사이하라 슈이치
자, 잠깐... 안지 씨?!
무, 무슨 짓이야.
-서로 포개지듯이 쓰러져서 침대가 삐걱거리자, 황급히 몸을 일으키지만...
요나가 안지
냐하하-! 슈이치, 잡았다-!
-내 무릎... 이라기보단 허벅지에 걸터앉은 안지 씨는, 그저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사이하라 슈이치
안지 씨... 어린애도 아니니까, 그만하자...
요나가 안지
응 응, 이 침대는 신들렸네-. 이곳에서라면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아.
-사람 말을... 안듣고 있네.
요나가 안지
저기저기, 슈이치?
-안지 씨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요나가 안지
들어갔어?
사이하라 슈이치
응? 뭐, 뭐가?!
요나가 안지
냐하하하-!
뭘까-? 무엇일까-?
-이, 이 자세에서 묘한 말을 하지 말아줘.
요나가 안지
저기-, 슈이치.
좀더 좀더 놀자-.
사이하라 슈이치
무, 뭐하면서 놀 생각이야?
요나가 안지
음-... 평소에 하던거?
슈이치가 재밌는 걸 생각해주지 않으니까, 평소에 하는 놀이를 할 건데-?
사이하라 슈이치
평소에 하던 놀이...?
요나가 안지
음-? 슈이치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놀이에 익숙해지질 않는구나.
하지만, 안지는 그래도 괜찮다구-?
슈이치는 선배가 하는 말은 뭐든지 들어주니까.
안지는 그런 슈이치가 너무 좋아-!
사이하라 슈이치
우왓?!
-안지 씨가 몸을 내밀어 나에게 안겨왔다.
안지 씨는 지금, 내 무릎에 올라타있으니... 즉, 가슴이 정확히 얼굴에...!
사이하라 슈이치
저, 저기, 안지 씨?! 닿고 있...
요나가 안지
응, 알고 있어-. 일부러 대고 있으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뭐...!
요나가 안지
안지는 슈이치를 정말 좋아하니까, 슈이치가 신들린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하거든-.
-그리곤 내 얼굴을 놓아준 안지 씨가, 다시 뚫어질듯이 쳐다보며... 웃었다.
평소와 같이 어려보이는 그녀의 웃는 얼굴인데도, 이상하고 요염한 매력이 가득 차 있었다.
요나가 안지
저기, 슈이치? 오늘은 어떻게 해줄까~?
사이하라 슈이치
어, 어떻게냐니...
요나가 안지
안지는 있지-, 슈이치가 신들린 모습을 눈 앞에서 잔-뜩 보고 싶어-.
사이하라 슈이치
윽?!
-뭔가가 찌릿,하고 몸을 지나갔다.
그것은, 내 목선을 쓰다듬은 안지 씨의 손가락 짓이었다.
사이하라 슈이치
무, 무슨 짓을 할 생각...?
요나가 안지
냐하하-. 슈이치는 이곳을 좋아하지-?
안지는 알고있다구-?
신께서 알려주시니까-.
-요염하게 웃음지으며, 안지 씨는 나의 몸을 굴러가듯이 손가락을 이끌어갔다.
안지 씨는 몸이 작다.
떨쳐내려하면 할 수 있을텐데도...
찌릿지릿한 파도가 제한없이 몸을 파고들어와서...
난 그것에 저항할 수가 없다...!
사이하라 슈이치
으읏...! 그만해, 그만, 하라니까...!
요나가 안지
정말-. 선배한테 그런 말버릇은 뭐야-.
신께서 화내신다구-?
사이하라 슈이치
으읏...!
요나가 안지
그러니까, 안지가 혼내줄게.
신을 대신해서 슈이치에게 계속 벌을 내릴거야.
사이하라 슈이치
아, 안지 씨...! 정말로... 그만해...!
요나가 안지
슈이치... 귀여워.
안지 뿐이야... 이런 슈이치의 모습을 아는 건.
사이하라 슈이치
으... 으읏...
요나가 안지
그럼, 슈이치에 대한 벌은 여기까지 해둘게-.
신께서도 만족한 것 같으니까-.
-다, 다행이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곳까지... 만져졌어...
요나가 안지
그럼, 이번엔 슈이치 차례야?
안지를 잔뜩 기분좋게 해줘야해?
사이하라 슈이치
...뭐?
요나가 안지
슈이치, 잔뜩 놀자.
질척질척하게 신들릴 때까지 놀아버리자-.
사이하라 슈이치
우, 우와아아아앗?!
-
사이하라 슈이치
......
유메노 히미코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유메노 씨는 어떤 망상을 할까?
평소부터... 망상에 빠진 말을 하긴 하는데.
유메노 히미코
...슈이치여. 의식을 위한 마나 준비는 다 된게냐?
사이하라 슈이치
응? 무, 무슨 소리야?
유메노 히미코
뭐냐, 또 똥땡이를 친 것이냐?
정말이지 도움이 되지 않는 권속이니라...!
응아-, 나는 어째서, 그대와 같은 이를 권속으로 삼아버린 것일꼬...
사이하라 슈이치
...권속?
유메노 히미코
...그것도 모르는 것이냐?
계약을 할 때 설명을 하지 않았느냐.
권속이란... 뭐, 나의 사역마를 말하느니라.
그대와 같이 마법의 소양이 있는 짐승에게 사람의 모습을 주고, 섬기게 하는 것이니라.
사이하라 슈이치
...짐승? 사람 모습?
유메노 히미코
그것까지 잊었느냐?
그대는 원래 늑대였느니라.
사이하라 슈이치
뭐?! 내가 늑대?!
-망상이라곤 해도, 어디까지 판타지로 빠질거야...!
유메노 씨,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자신이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유메노 히미코
그래서, 마나 준비는 어찌된 것이냐?
사이하라 슈이치
저기... 안됐,는데.
유메노 히미코
역시 땡땡이를 친 것이냐... 벌을 주어야겠군.
사이하라 슈이치
버, 벌...?!
유메노 히미코
알겠느냐? 움직이면 안되느니라.
움직이면 마법으로 온몸의 털을 뽑아버릴게야?
-유메노 씨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다가온다.
무슨 짓을 할 생각이지? 설마, 마술의 연습대상이 된다던가...
유메노 히미코
응아!
[덥썩]
사이하라 슈이치
...응?
갑자기, 유메노 씨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사이하라 슈이치
뭐, 뭐하는...거야?
유메노 히미코
벌이니라.
사이하라 슈이치
우왓...
-유메노 씨는 내 가슴에 꽉 붙잡고 기대어... 볼을 부벼댔다.
유메노 히미코
으앙... 아응-, 으응...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같아서... 조금 귀엽다...
아, 아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냐!
사이하라 슈이치
저기, 이게 벌...이야?
유메노 히미코
...그렇느니라.
나의 권속인 그대는 평소 이렇게 응석을 부리느니라.
가끔은... 주인의 응석을 받거라...
-라고, 얼굴을 묻은 채로 유메노 씨는 소근소근 말한다.
그것은, 도저히 명령으로는 들리지 않는... 앙탈을 부리는 어린아이와 같은 목소리였다.
유메노 히미코
어서...하거라.
사이하라 슈이치
으, 응...
-응석을 받아주다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되는 걸까?
유메노 히미코
응아...! 으응... 응, 으응...
-유메노 씨... 기분이 좋아보인다. 정말로 동물같은 느낌이다.
유메노 히미코
좀더...이니라.
이건 벌이니까... 내가 만족할 때까지... 좀더 쓰다듬거라...
-그렇게 말해도... 머리 외에 어디를 쓰다듬으면 되는 거야?
그런 나의 생각을 읽은 것 처럼, 유메노 씨가 속삭인 말은...
유메노 히미코
...등이니라.
사이하라 슈이치
드, 등은... 좀 그렇지 않을까?
유메노 히미코
주, 주인의 명령...이니라?
사이하라 슈이치
......
-그, 그래... 동물을 쓰다듬는다고 생각하자.
양심이 찔릴만한 일이 아니야...!
자신을 그렇게 납득시키면서, 나는 그녀의 등에 살짝 손을 대고...
유메노 히미코
하웃! 으응... 후우...
-또 기분이 좋아보인다.
유메노 씨는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하는 걸까?
유메노 히미코
으응... 후우...
사이하라 슈이치
.....
유메노 히미코
후후... 응... 으응...
-그런 유메노 씨의 모습에,
나도 쓰다듬는 손을 멈출 타이밍을 잃어버려서...
유메노 히미코
응아...
-갑작기, 털썩하고 유메노 씨의 몸에서 힘이 빠져서 나에게 기대어왔다.
사이하라 슈이치
괘, 괜찮아?
유메노 히미코
으응..
-어찌어찌 유메노 씨를 받쳐주고, 바닥에 앉히고자 몸을 구부린 순간-
사이하라 슈이치
우왓?!
-유메노 씨가 내 목에 팔을 감아 끌어안았다.
사이하라 슈이치
유, 유메노 씨?!
유메노 히미코
슈이치... 나는... 알고있느니라?
사이하라 슈이치
뭐...?
유메노 히미코
그대는... 내가 가진 마력을 원하고 있는 것이지?
괜찮느니라... 원한다면... 그것도 괜찮느니라.
권속을 사랑하고 만... 어리석은 마법사... 빼앗겨도... 어쩔 수 없지...
-사...랑...?
유메노 히미코
이미... 각오라면 되어있느니라.
원한다면... 나는 그대의 것이...
-귓가에 들리는 유메노 씨의 목소리는 숨결에 가까웠고, 묘하게 끈적거려서...
나는 마치, 그래. 마법에 걸린 것처럼...
-
사이하라 슈이치
.....
챠바시라 텐코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하지만, 챠바시라 씨는 남자를 싫어하니,
더더욱 이상한 망상을 품고 나를 던져버릴 것 같다...
챠바시라 텐코
으으음~?
이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응? 뭐, 뭐가?
챠바시라 텐코
사이하라 오빠,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오빠?!
챠바시라 텐코
응? 왜 이제와서 놀라시는 겁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하, 하지만... 난 챠바시라 씨의 오빠가 아닌데?
챠바시라 텐코
아니, 오빠입니다!
네오합기도의 길을 걷는 동지로서, 피보다 진하고 뜨거운 인연으로 묶여있으니까요!
사이하라 오빠는, 텐코의 자랑스러운 사형입니다!
길거리에서 출몰하는 모기 유충같은 남死와는 다른,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 그런 설정인가...
뭐, 던져지는 것보단 좋은...건가?
챠바시라 텐코
그것보다도! 오빠, 이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응? 어떻게...라니?
챠바시라 텐코
오늘은, 전해드렸던 대로, 텐코를 마음대로 하셔도 된다구요?
사이하라 슈이치
......
...응? 지, 지금, 뭐라고?
챠바시라 텐코
그러니까, 텐코를 마음대로 하셔도 된다구요?!
사이하라 슈이치
......
미, 미안. 그런 약속을... 했던가?
챠바시라 텐코
했어요! 전에 대련에서 오빠가 이기면 텐코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그런 조건으로 승부했잖아요?
아, 참고로 텐코가 이기면, 오빠를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도 했었죠!
그렇다곤 해도, 텐코가 이길 가망은 없었지만 말이죠.
오빠의 강함은, 스승님과 필적할 기세니까요!
-내가 챠바시라 씨를 이겼다고...?
망상이라곤 해도, 아니, 망상이니만큼...
챠바시라 씨가 남자에게 지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는데...
게다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니... 무슨 뜻이지?
설마, 챠바시라 씨의 망상 속에선...
우, 우리들은 그런 게 용납되는 관계인건가?!
챠바시라 텐코
오늘, 이 순간 이 장소에서!
그 약속을 다하려는 참입니다만...
어째서, 오빠는 텐코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가요?!
각오를 하고 기다렸는데!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렇게 말한들...
딱히, 챠바시라 씨에게 원하는 것도 없고...
챠바시라 텐코
호오! 멋집니다! 과연 오빠이군요!
[마음대로 해라]는 말을 들으면 저열한 망상밖에 하지 않는 남死랑은 딴판이에요!
사이하라 슈이치
......
챠바시라 텐코
오빠의 마음가짐... 텐코를 소중한 여동생이라고 생각해 주시는 것,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입니다!
텐코는 '초고교급의 합기도가'의 이름을 걸고 진지하게 도전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오빠도, 똑같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승자의 권리를 사용해주셔야합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하, 하지만 말이야...
챠바시라 텐코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
자, 순순히 텐코를 마음대로 하세요!
-저, 저건 무슨 명령이야...
역시 격투가라서 승부에는 고집이 있는건가?
사이하라 슈이치
하지만... 나는 챠바시라 씨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거야.
마음대로 해도 된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
챠바시라 텐코
으으, 으으으으~~!!!
오빠는 정말로 올바른 사람입니다!
텐코는 그런 오빠를 존경합니다만...
하지만, 지금은 화내고 있습니다!
이 남死는 왜 이렇게 둔감하냐고!!
사이하라 슈이치
뭐...?
챠바시라 텐코
모르는 건가요?! 텐코는... 텐코는...!
사이하라 오빠가, 절 마음대로 해주길 원하는 겁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뭐...?
챠바시라 텐코
오빠를 좋아하니까, 승부라고 말한 거에요!
좋아하니까, 그런 내기를 건 겁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뭐어어어?!
챠바시라 텐코
으으, 역시...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군요...
사이하라 슈이치
으, 응. 전혀, 눈꼽만큼도...
챠바시라 텐코
아우우우우...!
오빠는 너무 네오합기도 한길이세요...!
텐코는 텐코 나름대로 어필하고 있었다구요?!
그런데, 전혀 눈치채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런 수단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구요-!
사이하라 슈이치
미, 미안...
챠바시라 텐코
..........
...오빠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텐코는, 이것이 자신의 얄팍함이 부른 벌이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그...
-챠바시라 씨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그러면서도, 곧장 똑바로 고개를 들고는...
챠바시라 텐코
사이하라 오빠!
텐코는... 당신을, 조, 좋아...합니다!
꺄핫-! 마, 말해버렸습니다-!!
-아니... 방금 전부터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챠바시라 텐코
알겠습니까, 오빠!
지금부턴 둔감함 금지입니다!
왜냐면 텐코는, 확실히 전했으니까요!
이 뜨거운 마음을 전했으니까요!
사이하라 슈이치
그렇...구나...
챠바시라 텐코
텐코는... 진심입니다.
당신의 것이 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그러니... 만약, 오빠가... 그럴 마음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마음대로 해 주세요...
텐코는, 계속 기다릴테니까요...
-
사이하라 슈이치
......
하루카와 마키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하루카와 씨의 이상적인 망상... 그건 어떤 망상일까...
하루카와 마키
...저기.
사이하라 슈이치
어? 왜, 왜?
하루카와 마키
나 있지, 널 전혀 몰랐던 것 같아.
벌써 10년 이상이나 함께 있었는데 말야.
사이하라 슈이치
10년 이상이나 함께...?
하루카와 마키
네가 고아원에 온 게 초등학교 입학하기 조금 전이었는데... 기억 안 나?
사이하라 슈이치
아, 아아, 그랬었지...
-그렇구나... 지금의 나와 하루카와 씨는, 같은 고아원 출신인 거구나.
하루카와 마키
...어째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거야?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사이하라 슈이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루카와 마키
하아...
정말,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거구나.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지도 전혀 모르겠고.
사이하라 슈이치
몰랐었다니...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야?
하루카와 마키
.......
-어라? 하루마키 씨의 얼굴이 빨개졌잖아?
무슨 일이지?
하루카와 마키
네, 네가... 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으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그런 생각...?
하루카와 마키
최, 최악...진자 최악이야... 너는.
사이하라 슈이치
응?! 왜 갑자기 그런!
하루카와 마키
나... 나한테 무슨 말을 하게 하려는 거야?
네가... 소꿉놀이 중에 그런 말을 한 탓에
아이들이 따라해서 큰일이라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나는... 무슨 말을 한 걸로 되어있는거지?
하루카와 마키
넌... 평소엔 믿음직스럽지 못한 주제에,
갑자기 대담한 짓을 저지르니까... 이쪽은 참 곤란하다구.
나, 나랑... 소꿉놀이가 아닌, 진짜 가족이 되고 싶다니...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가진 거야? 전혀, 알아채지 못했어...
사이하라 슈이치
에엑?! 가족이라니... 나랑 하루카와 씨가?!
하루카와 마키
너, 알고 있는 거야? 그 말은... 나와...
......
뭐, 알고서 말한 거겠지.
너는 장난으로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리고, 남을 슬퍼하게 할만할 일을 절대 하지 않아...
...잘 알고 있어.
오랫동안 함께 있던 시간을 그냥 보냈던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나는...
......
-하루카와 씨는 말을 끊고 고개를 숙였다.
사이하라 슈이치
하루카와 씨? 왜 그래?
하루카와 마키
...손 내밀어 봐.
사이하라 슈이치
응? 손을? 이렇게?
하루카와 마키
......
-하루카와 씨는 내가 내민 손에 살포시 양손을 포갰다.
그리고, 감싸안듯이 주먹을 쥐었다...
사이하라 슈이치
저, 저기...?
하루카와 마키
역시... 이상해.
너를 생각하면... 네 손을 잡으면... 너와 닿으면...
기쁜데도, 무섭고... 만족스러운데도 더 원하게 되고...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이런 건... 처음이야...
-꾸욱. 하루카와 씨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하루카와 마키
저기, 사이하라...
이렇게 뭐가 뭔지 모르는데도, 확실하게 느껴지는 게 있다는 거 알아?
나... 이 손을 절대 놓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나 손을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고 싶어.
둘이서... 함께 있고 싶어.
그것을 가족이라 부른다면... 그렇게 되고 싶어.
이것이, 좋아한다는 것일까...?
사이하라 슈이치
하루카와 씨...
하루카와 마키
너에게, 가족이 되자는 말을 듣고, 생각해봤어.
너는 나와 같은 고아원에서... 언제나 함께 있어주었어.
그것은 당연한 것 같아도... 당연한 것이 아니야.
사이하라가 나를 생각해주고.. 내가 사이하라를 생각해주고 있어...
그래서 함께 있을 수 있던 거야...
그건 분명 기적과 같은 일이고...
기적이란 건,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아.
-하루카와 씨가, 나를 바라본다.
진지하고, 결의를 품은 그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루카와 마키
...난, 잃고싶지 않아.
너도... 이 마음도, 언제까지나.
그러니까, 함께 있자는 약속을 해줘.
결혼 약속 같은 걸... 말로만이 아니라...
좀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사이하라 슈이치
......
-하루카와 씨의 결의에, 그 마음에 답하자.
그렇게 마음을 정한 나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사이하라 슈이치
......
키보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하지만... 애초에 로봇이 망상을 하긴 할까?
키보
저기, 사이하라 군... 부탁이 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저기...
이런 일을 부탁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어서...
사이하라 슈이치
으, 응... 무슨 부탁인데?
키보
그건, 말이죠...
......
부디... 저와, 연애를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사이하라 슈이치
여, 연애?!
-서, 설마... 이런 망상이 시작될 줄은 몰랐지만,
막상 키보 군이 연애라는 말을 하니 놀라운데...
하지만... 왠지 말이 이상한 느낌이 들어.
좋아한다던가 사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연애를 해달라고?
키보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로봇입니다.
그걸 부끄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이르면 어린이 때부터 경험한다는 연심을,
저는 아직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혹시... 날 상대로, 그런 감정을 배우고 싶다는 거야?
키보
인간은 때때로, 감정을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하고 멋진 것처럼 말하지요?
저도 그 숭고함을 느끼고 싶어요. 부디 협력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저기, 나는 내 연인처럼 행동하면 되는 거야?
-뭐, 그 정도라면... 나라도 할 수 있을지도.
키보
물론, 하기로 한 이상 사이하라 군도 진지하게 저를 상대해주셔야 합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응?
키보
어째서 놀라시는거죠?
겉모습 뿐인 관계는 불순하지 않습니까.
서로를 마음속으로부터 사랑하고, 말을 나누며, 제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휴일에는 데이트를 하고, 적절한 단계를 밟으며 거리를 좁히고, 언젠가는 서로와 장래를 약속해야 해요!
사이하라 슈이치
자, 잠깐 기다려!
키보
어째서죠? 제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했나요?
사이하라 슈이치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연애감정을 알기 위한 부탁 치고는, 지나친 장기계획인 거 아니야?!
키보
하지만... 틀린 것은 아니지요?
아니면, 사이하라 군은, 사랑은 보다 간단하게 알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런 건 아니지만...
키보
그렇다면, 제가 사랑을 알기 위해,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저와 함께 걸어가 주세요!
-점점 일이 커지고 있지 않아?
일단 진정시키고 보자...!
사이하라 슈이치
하지만... 딱히 나를 좋아하지 않는 키보 군이,
나와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을 바라는 건 불순한 거 아냐?
키보
그, 그것은...
그 부분을 지적하면 곤란한데요...
......
제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당신의 입으로부터 듣고 싶지 않았어요.
사이하라 슈이치
...키보 군?
키보
불순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죠...
그건 사죄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부탁을 할 상대는 사이하라 군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라도 좋았던 것이 아닙니다.
그것만큼은... 알아주었으면 해요.
사이하라 슈이치
그렇, 구나... 미안.
키보 군의 마음을 의심하는 듯한 말을 해서.
키보
아니요. 사이하라 군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제가 부탁하는 방법도 실례였었지요.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강압적인 수단은 미움받는 요인이라고 들었습니다.
거절당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반성하겠습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저, 저기 있지... 나는 딱히,
네 부탁을 거절한다고 한 건 아닌데?
키보
...정말인가요?
사이하라 슈이치
미래의 일은 아직 생각할 수 없지만...
나는 키보 군에게 협력할 생각이야.
키보
어쩌면...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군요.
사이하라 슈이치
응? 뭐, 뭐?
키보
지금, 저는... 어쩌면이지만,
당신에게 범상치않은 호의를 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좀더 따뜻한 말을 해주실 순 없나요?!
이 감촉을 잃고싶지 않아요!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런 말을 해도 곤란해.
의식해서 말하는 건 나도 부끄러우니까...
키보
그럼, 하다못해... 그...
손을, 잡아주실 순 없을까요.
사이하라 슈이치
손을?
-...연애감정이나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어설픈, 이제 막 싹 튼 그의 마음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어.
사이하라 슈이치
그 정도라면... 괜찮아. 알겠어.
-내가 손을 내밀자...
키보 군의 로봇 손이, 천천히 뻗어나왔다.
......
사이하라 슈이치
저기... 이건 악수아냐?
키보
예?! 앗... 그렇군요. 연인이란 건, 좀더 다르게 손을 잡는 것이었죠!
하지만... 긴장해서 잘 움직일 수 없으니, 잠시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까요...
굉장히...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듭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응, 괜찮아.
-악수하는 것처럼 서로 맞잡은 손은, 딱딱하고 차가울 터인데도...
신기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
사이하라 슈이치
......
시로가네 츠무기
......
-이곳에 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망상을 한다고 했지...
시로가네 씨는... 어떤 망상을 하고 있을까?
시로가네 츠무기
저기, 슈이치 군.
사이하라 슈이치
슈, 슈이치...군?
시로가네 츠무기
...왜? 오빠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나는 싫어. 슈이치 군도, 나를 여동생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잖아?
-오빠? 여동생?
이, 이건...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시로가네 츠무기
...그렇게 불안해하지마.
부모님 앞에선, 제대로 오빠라고 부를테니까.
그런 일로 부모님한테 들켜서, 슈이치 군과 함께 있을 수 없게 되는 건 싫으니까.
아-아... 정말이지, 이게 무슨 만화냐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니까-.
부모님이 재혼해서 동갑내기 오빠가 생기고...
게다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버리다니 말이야.
사이하라 슈이치
뭐...?
시로가네 츠무기
정말이지, 수수한 나한테 이렇게 거창한 설정이 붙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랏어.
뭐랄까... 완벽하구나. 그야말로 여성향 미연시의 오빠 루트야.
아아, 슈이치 군 입장에서 보면 남성향 미연시의 여동생 루트?
-그, 그렇구나... 그런 건가.
시로가네 씨 답지만... 묘하게 무거운 설정이군.
시로가네 츠무기
아-아. 나는 오빠가 아니라, 슈이치 군을 좋아하는 것일 뿐인데...
좋아하는 사람이 우연히 형제라던가, 같은 성이 되었다던가...
게임 등에선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설마, 내 입으로 말하게 될 줄은...
사이하라 슈이치
시로가네 씨...
시로가네 츠무기
...슈이치 군?
그렇게 부르는 건 좀 아니잖아?
애초에, 성으로 부르면 누가 누군지 모르잖아. 우린 같은 성을 쓰고 있으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아...응...
시로가네 츠무기
아... 미안해. 나도 말투가 좀 못됐었지.
왠지, 오늘은... 좀 안좋네.
조금 네거티브한 기분이야. 나 왜 이러는 걸까.
...이런 때는, 슈이치 군이 기운나게 해줬으면...하는데...
사이하라 슈이치
기운나게...라면 어떻게 해주면 돼?
시로가네 츠무기
응? 그걸 나한테 물어봐도 곤란한데?!
난 남에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도 없어!
그럼... 저기... 볼에 손을... 대줄래?
사이하라 슈이치
으, 응...알았어...
-말하는 대로, 시로가네 씨를 향해 팔을 뻗어서... 그 한쪽 볼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런 나의 손에, 시로가네 씨의 손이 닿아서...
우, 우와... 이건... 굉장히 쑥스럽다...!
시로가네 츠무기
하악...
-시로가네 씨가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몹시 매혹적으로 보여서... 더더욱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시로가네 츠무기
슈이치 군의 손... 의외로 크구나?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런가...
시로가네 츠무기
응? 왜 그래? 이건 조금 부끄러운 일... 이었어?
사이하라 슈이치
뭐어, 그게... 뭐랄까... 진짜 연인사이인 것처럼 느껴져서...
시로가네 츠무기
...흐응. 또 그런 소리를 하는 구나?
-갑자기, 시로가네 씨가 몹시 기분 나빠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로가네 츠무기
역시... 날, 여동생 이상으로 볼 수 없는 거야?
철없는 여동생과 억지로 어울리면서, 연인 놀이를 해주고 있었을 뿐이야?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렇지 않...지만...
시로가네 츠무기
......
-그건 한 순간이었다. 시로가네 씨가 내 손을 볼에서 떼고...
사이하라 슈이치
우, 우왓?!
시로가네 츠무기
음...
-내 손가락을 입에 물고... 하... 핥기 시작했어?!
사이하라 슈이치
뭐, 뭐, 뭐하는 거야?!
-황급히 손을 떼자, 손가락에 느껴지던 열이 곧바로 사라진다.
하지만, 생생한 감촉은 아직도 휘감듯이 남아서...
시로가네 츠무기
아, 아하하...
조금... 대담했나?
하지만... 슈이치 군은 이정도로 하지 않으면...
그런 마음이 들어주질 않으니까...
사이하라 슈이치
그, 그런 마음이라니...
시로가네 츠무기
날... 진짜 연인으로 받아주었으면 해.
사이하라 슈이치
뭐...?
시로가네 츠무기
슈이치 군과 하나가 되어서, 전부, 함께 느끼고 싶어...
-안경 너머에서... 뜨거운 무언가로 가득찬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상대방을 자신과 마찬가지로 뜨겁게 채워주고 싶다는 것처럼...
나를 달콤하게 유혹하듯이...
시로가네 츠무기
나... 슈이치 군을 좋아해.
형제라는 이유 같은 것에 구애받아서 이 마음을 버렸다간...
평생, 후회할 거야.
그 정도로...좋아해.
-미소를 띈 시로가네 씨가,
나에게 다가온다...
나의 마음을 확인하려는 듯이, 천천히...
시로가네 츠무기
...사랑해, 슈이치 군.
-귓가에 속삭여진 목소리는... 귀 속으로 침입해 들어와, 뇌까지 옥죄여오는 것 같아서...
나는... 시로가네 씨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져 갈 수 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카지노 손도 못대고 있는데 덕분에 잘봤습니다.
몇몇 캐릭터 매력터지네요 ㅠ 잘보고 갑니다